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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은 누구의 품으로…] 텐센트? 카카오? 넷마블? 월트디즈니?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국내 M&A 사상 최대어 예상... 삼성전자까지 인수전 참여 루머 나돌아

▎넥슨의 인기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 대표 이미지. 넥슨은 최근 M&A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 사진:넥슨코리아 제공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어로까지 예상되는 매물이 시장에 등장했다. 국내 1위 게임 기업인 넥슨이다.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넥슨의 지주사) 대표는 M&A 업계에 매각설이 나돌던 지난 1월 4일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 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이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매각을 인정했다. 지난 2011년 일본 증권시장에 상장한 바 있는 넥슨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13조원, 그중 김 대표가 내놓은 지분(47.98%)의 값어치는 약 6조원 규모다. 여기에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매각 대금은 7조~1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의 자동차 전장·오디오 전문기업 하만카돈 인수에 썼던 9조원의 가격을 뛰어넘는 매물이 될 수 있다.

중국 거상 텐센트 유력 후보자로 떠올라

매물 크기가 크기인 만큼,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인수 후보자 면면도 화려하다. 1월 25일 M&A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한 후보자 셋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중국 최대 게임 기업인 텐센트다. 텐센트는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했다. 2017년 말 기준, 약 42조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자산 90조원어치 이상을 보유했다. 이처럼 자금력을 갖춘 데다 게임 사업 노하우도 풍부해 유력 인수 후보자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앞서 텐센트는 미국 라이엇게임즈, 핀란드 슈퍼셀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게임 업계 거상(巨商)으로 주목받았다.

라이엇게임즈는 세계적인 e스포츠 열풍을 주도한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사, 슈퍼셀은 세계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사로잡은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의 개발사다. 그만큼 탄탄한 매물을 차례로 손아귀에 넣으면서 자금력을 과시했다. 특히 슈퍼셀 인수 땐 컨소시엄을 구성해 10조원에 달하는 베팅을 했다. 텐센트는 한국에서도 CJ게임즈(현 넷마블)와 블루홀(현 크래프톤) 등의 게임 기업에 지분을 투자해 영향력을 떨쳤다. 이런 배경 외에 텐센트가 유력 인수 후보자로 꼽히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넥슨과의 깊은 인연이다. 텐센트는 중국 내에서 넥슨의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서비스하면서 연간 1조원가량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으며, 마화텅 텐센트 회장도 김정주 대표와 오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보자로서 텐센트의 약점은 중국계 자본에 대한 국내 반감이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텐센트가 넷마블과 크래프톤 등에 이미 큰 영향력을 가진 상황에서 넥슨까지 차지하면 국내 게임산업의 50% 이상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며 “최대 경쟁국에 기술력과 노하우를 내주면서 산업 경쟁력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김 대표가 텐센트를 넥슨 매입 대상자로 점찍었다가 국내 정서를 고려해 협상을 중단했다” “사실상의 공개 매각 전환을 발표한 것도 넥슨의 시장가치를 인정받아 텐센트와 재협상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텐센트로선 이런 국내 정서를 고려,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대한 눈에 덜 띄게’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대형 인수전 때마다 수시로 등장하는 외국계 사모펀드의 이름도 이번 넥슨 인수전에서 재차 고개를 내밀고 있다. 미국계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와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그 주인공으로, 각각 넥슨 매각 안내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들이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다른 미국계인 칼라일그룹까지 인수전 참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세계 3대 사모펀드’로 통한다. 그만큼 풍부한 자금력을 갖춰 텐센트의 대항마로 손색이 없다. 다만 직접적인 게임 사업 노하우는 부족한 만큼 미국 게임 기업들과 합종연횡(合從連橫)하는 전략으로 컨소시엄을 고성하고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 후보자로 거론되는 미국 게임 기업 중 하나가 일렉트로 닉아츠(EA)다. EA는 2017년 기준 5조40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린 북미 게임 시장 강자다. ‘배틀필드’ ‘심시티’ ‘피파온라인’ 등의 인기 게임 시리즈를 보유했다. 넥슨과도 인연이 있다. 피파온라인 시리즈를 2012년부터 최근까지 넥슨을 통해 국내에서 서비스해서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가 EA 출신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텐센트에 비해 자금 여력이 부족하며, 컨소시엄을 구성하더라도 매물의 덩치가 워낙 큰 만큼 무리는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넥슨 기업가치가 EA의 전략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선 높지 않다는 점도 부정적 요소다.

직접적인 게임 기업이 아님에도 유력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미국 회사가 하나 더 있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인 월트디즈니다. 월트디즈니는 종합 콘텐트 기업으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으며, 넥슨이 가진 콘텐트 기업으로서의 잠재력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월트디즈니는 10여 년 전인 2008년에도 넥슨 인수설에 휩싸인 바 있다. 김 대표 역시 수차례 넥슨을 월트디즈니와 같은 종합 콘텐트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2017년 9월 기준 월트디즈니의 연매출은 약 62조원, 자산은 약 108조원으로 자금력에선 오히려 텐센트에 앞선다. 아직 인수전 참여 공식화 움직임은 보이지 않은 월트디즈니가 넥슨의 콘텐트 잠재력을 얼마만큼 인정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본 소프트뱅크와 국내 게임 기업도 거론

이 밖에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개척 중인 일본 소프트뱅크, 한국에서 코웨이 등 굵직한 매물 인수전에 참여해 성과를 냈던 MBK파트너스, 국내 게임 기업으로 넥슨의 경쟁사인 넷마블도 국내외 넥슨 인수 후보자로 꼽힌다. 소프트뱅크는 자금력이 풍부한 데다 한국을 잘 아는 손정의 회장이 이끌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MBK파트너스는 해외 사모펀드처럼 국내외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넷마블은 1월 31일 넥슨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했다. 자산이 부족한 만큼 국내 자본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다른 ICT 기업인 카카오까지 1월 30일 넥슨 인수 검토를 선언했다. 카카오도 자산이 1조원대에 불과해 텐센트와의 공동 전선 구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이름 하나가 더 있다. 재계 1위 삼성전자다. 한때 M&A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을 주축으로 넥슨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넥슨 인수를 위한 투자 설명서를 받았다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삼성전자는 100조원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으며, 이 부회장이 신사업 추진에 힘쓰고 있어 이 같은 루머에 일부 신빙성을 더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투자 설명서를 받은 사실이 없고, 인수 검토를 한 적도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익명을 원한 ICT 전문가는 “삼성전자엔 넥슨을 인수해 시너지 효과가 날 만한 사업 분야가 제한적으로만 존재해 리스크가 큰 만큼 하만카돈 (인수)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며 “매물 가치를 올리기 위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흘린 루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이름까지 등장시킨 화제의 매물 넥슨은 과연 누구 품에 안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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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1호 (201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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