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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버블 후유증 겪는 일본] 보조금 줄자 발전 포기 기업 줄이어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원전 사고 후 정부 지원 늘었다가 재정 부담 커져… 태양광 설비 폐기도 문제로 떠올라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태양광 발전을 적극 지원했다. 사진은 2014년 한화큐셀이 일본에 건설한 태양광 발전소.
일본의 태양광 생산량 2위 업체인 교세라는 2017년 3월 미에현의 태양광 패널 공장 문을 닫았다. 파나소닉은 2017년 태양광 패널의 조립 공정을 담당하는 오쓰시의 시가공장을 폐쇄했다. 태양광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해온 미국 오레건주의 파나소닉 공장도 2017년 10월 가동을 멈췄다. 일본 쇼와쉘 석유의 자회사 솔라 프론티어는 쿠니토미 공장의 생산량을 지난해 30% 삭감했다. 일본의 다부치전기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264억엔이다. 2015년 3분기 매출의 절반 수준이다. 회사는 회생절차를 신청 중이다. 태양광 시장이 급성장하자 태양광발전용 변압기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재생 가능 에너지의 고정 매입 가격을 정부가 인하하자 파산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 태양광 업체들이 흔들리고 있다. 태양광 패널과 폴리실리콘 등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공급 과잉으로 제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과잉 경쟁 상황에서 저가 중국산 제품이 시장에 밀려 들었다. 여기에 늘어난 태양광 지원금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보조금을 축소하자 산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일본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2017년 태양광 관련 사업자 파산건수는 65건이다.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도쿄상공리서치는 2018년 태양광 관련 기업의 도산이 100건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태양광사업 전망 더욱 어두워


도쿄상공리서치는 왜 사업을 접는지 조사를 진행했다. 대상은 태양광패널 제조·판매 업체, 설치공사 업체, 컨설팅 및 전기판매 사업자 등이다. 파산의 원인으로는 ‘판매 부진’(53.8%) ‘사업 실패’(16.9%) ‘가동자금 부족’(12.3%)’ 등이 꼽혔다. 기업 수익성이 낮아진 배경엔 일본 정부가 있다. 일본 정부가 태양광발전 발전차액지원제(FIT) 매입 가격을 잇따라 내려서다. 2012년 1 kWh(킬로와트시)당 40엔이었던 FIT 가격은 2017년 24엔으로 떨어졌다. 2018년엔 21엔으로 낮아졌다. 일본 정부는 이를 18엔으로 내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매년 악회되는 셈이다. 가장 큰 수입원이던 정부 보조금이 줄어들자 기업들이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접기 시작했다. 도쿄상공리서치는 보고서에서 “정부 보조금이 축소되는 2019년엔 더욱 빠른 속도로 태양광사업이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은 2012년 본격적인 태양광 지원에 나섰다. 2011년 쓰나미가 덮친 후쿠시마 원전 사건이 국가의 에너지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집권당인 일본 민주당은 ‘에너지 정책 대 전환’을 선언했다. 일본 정부는 탈원전을 공식화하며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에 나섰다. 6개의 원전이 차례로 가동을 중단했다.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늘렸다. 생산 단가가 높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일본의 전력회사가 매입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새로운 에너지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태양광발전 업체들이었다. 태양광발전은 다른 신재생 에너지에 비해 발전 단가가 저렴하다. 여기에 일조량을 예측할 수 있어 전기 생산량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산업화에 유리한 장점 덕에 보급이 크게 늘었다. 일본 태양전지 모듈 출하량은 2012년 4272 MW에서 2014년엔 9872 MW로 두 배 넘는 수준으로 늘어났다.

지원금 덕에 수익을 올리기 쉬워지자 태양광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었다. 그러나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의 전기 생산 단가를 살펴보자. 1kW 생산하는 데 수력발전은 7.52엔, 원자력은 8.9엔, 화력은 9.02엔이 든다. 태양광 생산가격은 21엔이라 다른 발전보다 두 배 정도로 높은 편이다. 비싼 태양광 발전이 늘자, 보조금을 지불해야 하는 정부 부담이 커졌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보조금은 일본 재정에 부담으로 다가왔다. ‘왜 국민의 세금으로 특정 기업과 지역을 밀어줘야 하느냐’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일본의 2030년 재생에너지 전원 비중 목표치는 22~24%다. 이를 달성할 경우 재생에너지 전력 매입 비용은 3조7000억~4조엔 규모가 될 전망이다. 결국 아베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2017년 태양광발전 전력 구입 비용을 대폭 삭감하는 한편, 입찰제를 도입해 재생에너지 전기값 인하를 유도했다. 그러자 재생에너지 발전을 포기하겠다는 기업이 잇따랐다.

태양광 패널에 카드뮴·납 등 중금속 포함

일본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발전 개시 시점이 아닌 FIT 인가를 받은 시점의 매입 가격을 적용한다. 태양광패널 가격이 일정 수준으로 낮아질 때까지 발전 개시를 늦추는 게 이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규모 태양광 발전설비(10kW 이상)의 경우 FIT 제도가 도입된 2012년 7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인가를 받았으나 미가동 중인 태양광 발전 설비 규모는 3278만kW로 파악된다. 특히 매입 가격이 높았던 2012~2014년 중에 인가 받은 설비 중 미가동분 설비는 2403만kW에 달한다. 이에 일본 경제산업성은 FIT 인가를 받고도 가동하지 않고 있는 태양광발전 설비 문제를 해결하기 FIT 제도 개정에 나섰다. 일본 비즈니스저널은 “2017년 일본 태양광 기업들이 계획했다가 포기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800만 ㎾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전체 일반 가정 전기 사용량의 10%에 달하는 전기량이다.

일본 총무성은 2017년 9월 태양광 발전 설비의 폐기 처분에 관한 실태조사도 실시했다. 그 결과 채널 파손에 따른 감전 위험, 유해 물질의 환경 오염, 낮은 재활용도 등이 문제로 파악됐다. 태양광 패널도 수명이 있다. 길게 잡아도 20년이면 폐기처분을 해야 한다. 태양광 패널에는 카드뮴·납 등의 중금속이 포함돼 있어 뒷처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일본 환경부는 태양광 패널의 폐기량이 2020년 2808t에서 패널 수명 만기가 도래하는 2039년에는 무려 280배 수준인 77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일본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5%에 달하는 양이다. 한국무역협회의 조용일 도쿄지부 팀장은 무역협회 마켓리포트에서 “한국에서도 태양광 발전 보급 확대에 따라 유사한 문제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471호 (201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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