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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커지는 공유경제 정의] 우버·에어비앤비는 ‘온 디맨드 경제’?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상업적 목적 강하면 순수 공유경제와 구분해야 … 진정한 공유경제는 인간관계·자기만족이 교환의 매개

▎사진:플리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이른바 공유경제 기업들의 고향이다. 2008년 숙박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가 이곳에서 문을 열었고, 이듬해 차량공유 업체 우버가 영업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한국에도 이들의 뒤를 따라 몇몇 기업이 공유경제라는 타이틀로 영업을 시작했다. A기업도 이 때 창업했다.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과 ‘한국판 XX’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먼저 이름을 알렸다. 3년 정도 지나면서 A사는 자리를 잡았다. 문제는 내부에서 발생했다. 수익이 늘고 이름이 알려지면서 외부에서 B씨를 제외한 공동창업자들에게 달콤한 제안을 했다. B씨는 고립됐다. 결국은 지분싸움으로 갔다. 여기서도 도무지 승부가 나지 않았다. 자산가들이었던 이들은 결국 회사를 청산하기로 했다. A기업은 창업 당시 공유경제의 선봉대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다른 회사들처럼 수익과 경영권 앞에서 무너졌다. B씨는 당시를 회상하면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믿었던 이들로부터 불의의 일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B씨는 다시는 회사 지분을 타인과 공유하는 창업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공유경제 기업의 방점은 결국 기업에 찍힌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수익·경영권은 공유하지 않는다?


우선 ‘공유경제’의 정의 자체가 논란을 가져온다. 국무총리실 산하의 국가 ‘싱크탱크’로 기획재정부의 거시·금융정책을 수립하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6년 보고서에서 공유경제를 “특정 서비스의 수요자와 해당 서비스를 창출하는 유휴자산을 보유한 공급자 간의 시장거래를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이 중개하는 경제”라고 정의했다. KDI는 전문적인 대여를 목적으로 취득된 자산은 유효자산이 아니라며 위워크·패스트파이브 등 공유 사무실 기업은 언급하지 않았다. 2010년 업무용 사무공간이 부족한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한 위워크는 그간 공유경제의 한 축으로 인식돼왔다.

‘플랫폼 기업’을 공유경제의 근간으로 놓으면서 KDI의 보고서 방향은 좁아졌다. 공유경제 기업의 매출은 수수료이고, 비교대상은 대여업이 됐다. 가장 큰 수익은 기존 사업체들이 그간 만들어 놓은 각종 규제에서부터 자유로운 플랫폼 기업들이 규제 우회를 통해 걷어들이는 ‘규제 차익’이 됐다. 가장 대표적인 게 차량 공유 플랫폼들이다. 개인택시로 좁혀서 보자면, 서울의 경우 2018년 가을 기준으로 8000만~9000만원인 번호판 값은 물론이고 2년 이상의 영업용 차량 운행 경력을 쌓기 위한 시간과 돈을 ‘우회’하면서 이들 공유경제 기업들이 차익을 얻는 셈이다. 기존 택시 업계는 반발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5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제2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는데, 이 때의 ‘공유경제’도 결국 KDI의 정의와 같다. 에어비앤비의 한국 내 영업의 걸림돌이었던 내국인 대상 도시민박업 허용, 카셰어링 활성화 등의 내용이다. 경제매체 대부분은 이런 방안에도 여전히 규제를 더 풀라고 요구한다. 공유경제가 ICT 플랫폼을 갖춘 기업들의 수익과 관련이 있는 한 ‘공유경제’의 앞길을 가로막는 일은 죄악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유’라는 용어를 정말 이런 종류의 수익 추구형 플랫폼 기업들에게 붙이는 게 타당한 일일까? 초기 정의에 따르면 타당하지 않은 일이다. 마틴 와이츠먼 하버드대 교수는 1984년 [공유경제(The Share Economy)]라는 저서에서 이미 있는 자원을 여러 명이 빌려 쓰거나 물물교환을 통해 소유하지 않고 공동으로 소비하는 경제 침체 극복 방안의 하나로 ‘공유경제’를 제시했다. 이 때의 공유경제는 노동자들에게 고정급료를 지급하는 대신 기업의 이익을 증가시킬 때까지 노동 시간을 증가시켜 이익을 공유한다는 의미였다.

현대적인 의미의 공유경제 개념은 2008년 로렌스 레식이 정리했다. KDB산업은행 산업기술리서치센터는 2018년 11월 산은조사월보에서 “레식은 재화와 서비스의 반대급부로 화폐가 교환되는 상업경제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화폐 대신 인간관계나 자기만족감이 교환의 매개가 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개념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공유경제라는 개념이 가족·친구·지역공동체를 거쳐 인터넷으로 확산됐지만 화폐를 대가로 지불하는 것을 일종의 모욕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 정리하면 공유경제의 초기 개념은 교환이 이루어지고, 화폐를 교환의 매개로 하지 않으며, 교환 동기는 자기만족감이나 이타심이었다. 때문에 현재 사용되는 공유경제 기업들에 대한 비판도 많다.

사회학자 알렉산드리아 레이브넬은 “남는 소파나 사용하지 않는 자동차를 돈을 받고 빌려주는 것은 아주 합리적인 자본주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러셀 벨크는 2014년 [웹2.0 시대의 공유경제 대 사이비 공유경제]라는 책에서 “공유경제에는 절대로 화폐 교환이 포함될 수 없다”며 “돈이 오가는 것은 실제 공유경제와 정반대의 개념”이라고 비판했다.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수익을 내기 위해 수수료라는 화폐를 받는 플랫폼 기업들에게 공유경제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기보다는 각각의 플랫폼에 따라 정확한 용어로 카테고리를 나눠줄 필요가 있다.

‘위험의 외주화’도 공유경제의 산업적 문제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초기 모델은 이에 따라서 중개업이나 알선업이 온라인으로 확대된 ‘온 디맨드 경제’가 적합하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줘서 기존 시장보다 저렴한 가격에 소비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위험의 외주화’도 공유경제라는 수식어가 불러온 산업적 문제로 볼 수 있다. “우버 등 차량공유 플랫폼 기업들은 그간 기업이 부담해왔던 각종 위험요소를 외주화해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 다른 경제 분야와 충돌하고 있다”. 이 얘기는 2019년의 한국을 설명한 듯 하지만 실제로는 하버드 로스쿨의 요하이 벤클러 교수가 2015년 주장한 내용이다.

한국 공유경제의 문제는 성찰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본래 의미의 공유경제와 상업적 사업의 구분에 대한 논쟁 자체도 드물다. 산은기술리서치센터 보고서는 “카셰어링이라고 불리는 공유경제 자동차 임대업의 경우 SK가 2대 주주인 쏘카와 롯데렌탈의 자회사인 그린카가 실질적으로 시장을 양분해 대기업 위주의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와 같은 공유오피스 역시 1990년대부터 제공되던 비즈니스 센터와 근원적인 부분에서 큰 차이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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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1호 (201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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