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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원의 인간과 조직 사이(7) 좋은 사람 vs 좋은 상사] 조직은 결국 결과로 평가한다 

 

선의보다 성과가 중요… 인기와 인간적이라는 인식도 별개의 문제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1월 24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아시안컵 8강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그는 축구장에서는 선수들을 능력으로, 축구장 밖에서는 인격으로 대한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뉴욕과 영국의 런던은 둘 다 세계적인 도시다. 두 도시를 누비는 택시들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 택시를 운전하는 이들의 수입은 하늘과 땅 차이다. 뉴욕의 택시 운전사들이 대체로 쪼들리는 생활을 하는데 반해 런던의 택시 운전사들은 상당한 고소득자들이다. 우리로 치면 억대 연봉자들이 대부분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까?

뉴욕에서 택시 운전을 하려면 운전면허를 따고 택시회사에 들어가면 된다. 누구나 가능할 정도로 진입장벽이 낮다. 런던은 다르다. 런던의 면허시험은 고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합격자들의 평균 준비 기간이 4~5년이나 된다. 물론 머리 싸매고 열심히 공부해야 이 정도다. 시험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이 풀어야 할 문제는 단순한 듯하지만 절대 쉽지 않다. 런던 시내의 지도와 교통상황, 그리고 어떤 상황이 일어났을 때 목표 지점까지 어떻게 최단거리로 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들을 풀어야 한다. 2만5000여 개의 길거리와 2만여 곳의 건물을 암기하는 건 기본, 차가 막히고 비가 오는 것 같은 상황별 최단거리를 줄줄 읊어야 하니 책상 앞에만 있어서는 합격할 수 없다. 시내 구석구석을 발로 뛰며 런던 전체를 ‘부처님 손바닥’처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지식시험(knowledge test)이라고 할 정도다. 한마디로 인간 내비게이션이 되어야 한다. 런던에서 택시를 타본 이들은 알겠지만 이곳 택시에는 내비게이션이 없다. 운전사의 머리 속에 있다. 당연히 택시 숫자가 많지 않고, 그러니 고소득자가 된다. 그런데 이들은 소득만 높은 게 아니었다.

런던의 택시 운전사들은 뇌가 다르다?

런던대 학자들이 이들의 뇌와, 같은 런던 시내를 다니는 버스 운전사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장치(fMRI)로 찍어 비교했다. 같은 공간에서 운전을 하는 이들인데 차이가 있었을까? 있었다. 두 직업군의 뇌는 확실히 달랐다. 특히 뇌 안쪽에 있는 해마의 크기가 달랐다. 택시 운전사들의 해마는 통계적으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컸다. 해마는 우리가 날마다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들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곳으로, 잊어버려도 될 기억(단기 기억)과 잊지 말아야 할 기억(장기 기억)을 분류하는 중요한 곳이다. 이곳이 손상되면 새로운 걸 기억할 수 없어 학습을 할 수 없다. 치매 증상이 해마의 손상으로 시작되는 이유다. 왜 같은 런던 시내를 다니는데 해마의 크기가 다를까?

버스 운전사는 매일 같은 길을 다니기에 ‘오만 가지’ 생각을 할 필요가 많지 않다. 어제 가던 길을 가면 된다. 택시 운전사는 반대다. 정해진 경로가 아니라 날이면 날마다 다른 손님이 다른 상황을 만들어 낸다. 항상 새로운 걸 기억하고 학습해야 한다. 그러니 근육이 그렇듯 해마가 커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뇌가 변한다는 말이다. 어쨌든 해마가 커지니 새로운 학습을 더 잘 하게 되고, 더 잘 하니 소득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선순환하는 삶이다.

뉴욕에서는 쉽게 택시 운전석에 앉을 수 있지만, 바로 그렇기에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 누구나 할 수 있으니 경쟁이 치열해 수입이 낮다. 물론 이들도 날이면 날마다 어떻게 하면 수입을 더 올릴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어느 정도의 노력을 해야 노력 대비 최대의 수입(성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팀이 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나선 적이 있다.

우리는 보통 어떤 일을 어느 정도 해보면 그 일이 잘 될지, 안 될지 알 수 있다. 택시 운전사들도 마찬가지다. 몇 시간 운행해보면 그날 ‘운수’를 알 수 있다. 이상하게 잘 되는 날이 있고, 묘하게 안 되는 날이 있다. 이상하게 잘 되는 날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 들어 올 때 노 저어야 하는’ 것처럼 죽어라 뛰는 게 좋을 것이다. 반면 묘하게 앞 차에는 손님이 타는데, 바로 뒤에 있는 내 차에는 손님이 영 안 탄다면? 일진이 안 좋은 것이니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괜히 빈 차로 다녀봤자 속은 속대로 끓고 기름값만 더 들 것이니 이게 경제적일 것이다. 뉴욕의 택시 운전사들도 그럴까?

반대였다. 잘 되는 날에는 일찌감치 퇴근했고, 안 되는 날은 늦은 시간까지 그날 벌이를 채우려고 안간힘을 썼다. 당연히 노력 대비 성과가 낮았다.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애를 쓰는 그들이 왜 비경제적으로 행동할까? 그들의 목표가 그렇게 하게 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루에 얼마 정도를 벌어야 한다는 나름의 목표치가 있었는데 그걸 빨리 채우면 대체로 퇴근했고, 부족하면 채우려 했다. ‘하루 목표’에 충실했다. 그러다 보니 손님이 많을 때는 적게 일하고, 손님이 적을 때는 더 오래 일했다.

목표를 하루 일당이 아니라 좀 더 넓게, 그러니까 한달이나 1년으로 한다면 일진이 좋은 날에는 더 뛰고, 안 좋으면 빨리 퇴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 목표’에 묶여 있다 보니 그럴 수 없었다. 잘 될 때는 기쁜 마음에 콧노래를 부르며 퇴근했지만, 손님이 없으면 목표를 채워야 하니 더 일해야 했고 기름값도 더 들어갔으며 몸은 몸대로 피곤에 절어야 했다. 노력은 많이 하는데 성과는 별로 안 나오는, 경제적이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다. 벌이가 시원찮으니 휴식을 제대로 취할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건강이 안 좋아질 수도 있었다. 악순환의 굴레에 빠질 가능성이 컸다. 세일러 교수의 표현대로 ‘좁은 프레임(narrow framing)’, 그러니까 단기적인 목표에 갇힌 결과였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역시 살아가는 기준점이 되는 목표 설정으로 인한 결과로 해석했다.

조직생활이라고 다를까? 제도의 차이를 제외하더라도 누군가는 런던의 택시 운전사처럼 살고, 누군가는 뉴욕의 택시 운전사처럼 산다. 누군가는 분기별, 연간 목표를 미리미리 세우느라 어렵고 힘들게 시작하지만 그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내는 반면, 누군가는 쉽게 시작하는 까닭에 날마다 발등에 떨어지는 불 끄기 바쁜 날을 보낼 수 있다. 더 많은 노력을 하고도 더 적게 버는 뉴욕의 택시 운전사처럼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미흡한 성과만 손에 쥐게 될 수 있다. 런던의 택시 운전사처럼 선순환하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회에 이어, 올해 처음으로 조직을 이끌게 된 리더들을 위한 팁을 계속해보자.

시작이 반? 시작이 전부!!


▎런던의 택시면허 시험은 고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려워 택시 숫자가 많지 않아 고소득 운전자가 많다. / 사진:© gettyimagesbank
엄청난 무게의 쇳덩이에 수백 명의 사람을 태운 비행기는 운항 기간 중 이륙할 때 연료를 가장 많이 쓴다. 하늘로 떠오르기가 가장 힘들기 때문이다. 일단 날아오르기만 하면 수평으로 날아가는 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처음 맡은 조직을 이끌어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 요즘처럼 말 많고 탈 많은 일이 지뢰처럼 곳곳에 숨겨져 있는 상황에서는 ‘시작은 반’이 아니다. ‘시작은 거의 전부’다. 시작이 삐끗하면 1년 내내 고생하기 쉽다.

중요한 건 주도권이다.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고 시작해야 한다. 몰아치고 다그쳐서 ‘군기’를 잡으라는 게 아니다. 팀을 어떻게 운영할지, 분기별, 연간 목표와 방법은 어떠해야 할지 같은 밑그림을 제시해서 구성원들이 이걸 방향타로 삼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낯선 조직에 처음 부임한 리더는 업무에 낯설어서 쉽지 않고, 내부 승진한 이들은 너무 익숙해 참신한 밑그림을 제시하기 힘들다. 특히 다른 조직에서 온 리더는 구성원이 저항하거나 “오신 지 얼마 안 되셔서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라고 시작하는 텃세를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내부 승진한 이들은 축적된 친분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

돌파구는 하나, 보이지 않는 준비 밖에 없다. 환영과 축하 인사는 지나가는 봄바람으로 여기는 게 좋다. 중요한 건 축하가 아니라 1년 후 평가다. 나중에 조급해지지 않으려면 시작할 때 조바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마치 우아한 백조가 물 속에서는 쉴 새 없이 물질을 하듯 그렇게 보이지 않게 치열한 준비를 해야 한다. 허니문이 끝날 때쯤 구성원들의 머리 속에 ‘아, 우리 상사는 이런 걸 이렇게 하려는 구나’라는 인식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야 그들도 준비를 한다. 산으로 간다면 산행에 필요한 것을 준비할 것이고, 바다로 간다면 항해에 필요한 것을 스스로 준비할 것이다. 갑자기 산으로 가거나, 바다로 가면 불평 불만이 나오기 쉽고 갈등이 생긴다. 비행기를 띄우듯이 좋은 시작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시작이 좋지 못하면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고, 마음이 급해진 상사는 날마다 같은 소리를 되풀이 할 것이다. 좋은 말도 세 번 들으면 잔소리가 되는 세상의 법칙에 따라 팀원들은 귀를 막게 될 것이고, 상사는 몇 번씩 강조했는데도 뭐 하나 변한 게 없는 팀원들 때문에 속이 터질 것이다. 같은 사무실에 있는 데도 마음의 거리가 점점 멀어질 것이고, 그러다 무슨 일이 생기면 본의 아니게 속에 있는 불편한 마음이 삐죽 튀어나와 가시처럼 상대를 찌를 것이다. 그러면 또 그게 상처가 되어 그렇지 않아도 냉랭한 분위기가 삭막해질 것이다.

사실 살아가는 모든 일이 그렇다. 봄이 오기 시작할 때 나무와 풀은 마치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처럼 자신들의 에너지를 풀가동한다. 스타트가 늦으면 싹을 틔울 공간을 갖지 못하게 되고 다른 나무와 풀의 그늘에 가리면 싹을 틔운다 해도 어느 이상 자랄 수 없으니 시작에 전력을 기울인다. 런던의 택시 운전사처럼 어려운 시작을 이겨내는 나무와 풀만이 좋은 봄날을 맞이할 수 있다.

유능한 ‘십장’의 제1 조건

우리는 누구나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듣고 싶어한다. 마침 승진도 했겠다, 권한도 많아졌겠다 해서 ‘좋은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우고 싶은 유혹이 부지불식 간에 찾아올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극히 위험하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식으로 넘어가는 일이 몇 번 이어지면 조직은 이걸 금방 학습, 상사를 대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다 이 기준점과 거리가 먼 행동을 하면 다들 서운해 한다. 상사 입장에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인데도 ‘자기 자리를 지키려고 냉정하게 군다’ ‘승진하더니 변했다’고 한다. ‘상사=봄 같은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겨울처럼 하니 그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 포지셔닝은 실적에 안 좋다. 실적은 안간힘을 써도 나올까 말까 하는 것인데, 상사의 ‘인간적인 정’에 기대어 적당히 넘어가려는 마음이 커지는 까닭이다. 특히 ‘마음씨 좋은 사람’으로만 포지셔닝하는 건 큰 코 다치는 정도가 아니라 자기 발등을 찍는 것이다(비인간적으로 행동하라는 게 아니다. 인기와 인간적인 건 다른 문제다). 같은 방법이라도 처음엔 약간 엄격하게, 그 다음엔 후하게 하는 전략이 낫다. 엄격함 속의 따뜻함이 훨씬 돋보인다.

막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반장을 보통 ‘십장’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꼽는 유능한 십장의 제1 조건은 하나다. 일 잘 따오고 그날 일이 끝날 때 정확하게 일당을 주는 거다. 그렇기만 하면 어느 정도 ‘성질이 더러워도’ 넘어간다. 조직은 결국 결과로 상사를 평가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으로 여겨진다 해도 실적이 저조해 꼴찌팀이 되고 연말 보너스가 사라지면 조직은 누구를 탓할까? 인기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여야 한다. 인기를 위해 뭔가를 하는 게 아니라 뭔가를 한 결과가 인기여야 한다. 인기는 설탕처럼 달콤하기는 하지만 영양가가 없다. 조직에 어떻게 다가서야 할지, 어떤 사람으로 인식되어야 할지 미리 설정하는 게 좋다. 자신이 가진 기준을 먼저 명확하게 밝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만히 있다가 갑작스럽게 기준을 들이대면 불만스러워한다. 그게 제대로 된 기준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있다.

두 얼굴을 가져라

요즘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이끌면서 영웅 대접을 받는 박항서 감독은 두 얼굴을 가졌다.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마치 자상한 아버지처럼 선수들을 대한다. 친구처럼 장난도 치고 부상 당한 선수에게 마사지도 해준다. 하지만 축구장에 들어서는 순간 돌변한다. 냉혹하다. 아무리 출중한 선수라도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능력 발휘를 못하면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는다. 오로지 능력 하나만 본다. 그러니 최고의 선수라도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한다.

분명히 두 얼굴을 가졌는데 선수들은 박 감독을 따른다. 감독의 두 얼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축구를 할 때는 칼 같이, 벗어나면 친구 같이! 기준이 명확하다. 축구장에서 그는 오로지 능력으로 선수들을 대한다. 하지만 축구장 밖에서는 능력이 아니라 인격으로 대한다. 그의 두 얼굴은 이중 인격이 아니라 밤과 낮, 앞과 뒤처럼 필요한 것이다. 능력과 인격을 이어준다.

성공한 리더들은 다들 이런 두 얼굴을 가졌다. 탁월한 사장들은 말단 사원에게는 할아버지 같지만 바로 아래 직급에게는 엄한 아버지 같다. 좋을 때는 봄 바람 같지만, 매서울 땐 겨울 바람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일시적인 감정으로 두 얼굴을 하는 게 아니라 명확한 기준을 가진, 필요한 두 얼굴을 가졌다(사실 이렇기만 하다면 여러 얼굴인들 무슨 상관이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상사들은 의도를 강조한다. 자꾸 자신의 좋은 의도를 설명하려 한다. ‘좋은 상사’는 성과로 말한다. 이익집단인 조직에서 성과가 없는 리더는 의미가 없다. 선한 의도는 분명 의미가 있지만 성과가 좋아야 진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세상 일이라는 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속에서 ‘열불’이 솟아오르는 하루하루가 이어지다 보니 누구나 이 물음 앞에서 서성거리게 된다. 화를 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경험 많은 탁월한 리더들은 어떻게 할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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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1호 (201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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