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창조경제연구회 ‘세상을 바꾸는 토론’ | 스마트 모빌리티] 차량 공유는 소비자 관점에서 접근 필요 

 

조용탁 ytcho@joongang.co.kr
소비자에 이익이 되면 실정에 맞지 않아도 도입할 만... 제조사, 기술기업, 서비스 회사의 데이터 기반 융합 필수

▎2월 8일 서울 카이스트 도곡 캠퍼스에서 열린 창조경제연구회 모빌리티 토론에 참석한 (왼쪽부터)차두원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 연구위원, 권용주 오토타임즈 편집장(국민대 겸임교수),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차원용 창조경제연구회 이사.
차량 공유 서비스를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다. 문제를 풀기엔 이해당사자 간의 입장에 큰 차이가 있다. 자율주행차나 커넥티드카 서비스가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 한국 운송 시장은 더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지금도 시장은 변화 중이다. 특히 ‘자동차의 서비스로서 이동성(MaaS, Mobility as a Service)’이 강조되며 다양한 모빌리티 모델이 나타나고 있다. MaaS 시대를 앞두고 창조경제연구회가 모빌리티를 주목하고 ‘세상을 바꾸는 토론(세바토)’를 진행한 배경이다. 한국 사회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먼저 풀어야 하는 규제와 시간을 가지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가 토론을 진행했고, 차원용 창조경제연구회 이사, 차두원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 연구위원, 권용주 오토타임즈 편집장(국민대 겸임교수)이 참석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 놓고 갈등의 골 깊어

이민화 교수(이하 이민화): 모빌리티는 인간과 시공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모빌리티를 다루며 주거하는 공간을 함께 생각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스마트시티와 모빌리티를 한국에서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차원용 이사(이하 차원용): 도시 계획부터 특성에 맞게 기획해야 합니다. 특히 교통수단과 출발·도착지점을 이어주는 퍼스트·라스트마일을 적용할 때엔 더욱 그렇습니다. 중국에서 자전거 공유 사업자들이 사업에 실패한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차두원 연구위원(이하 차두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전동스쿠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은 구도심을 확장하는 개념으로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구도심을 확장하고 도심에 차량 진입을 제한하며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지원하는 방식이지요. 한국은 더 복합적입니다. 정부가 카풀, 라이드 셰어링,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모두 따로 떼어놓고 진행 중입니다. 정책이 갈리고 담당자도 다릅니다. 정책을 큰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용주 편집장(이하 권용주): 정부의 역할은 인프라를 만드는 것에 있는데, 서울시의 따릉이 정책 등 전국에서 진행되는 정책은 모빌리티 수단을 직접 투입까지 하고 있습니다. 적자 상태에서 세금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민간사업자가 효율적으로 운영하도록 만들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이민화: 이제 두 번째 질문인 공유차량과 MaaS 문제로 가겠습니다. 이번에 청와대에 초청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을 보면 해외와 달리 공유경제 기업은 한 곳도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그만큼 다루기 어려운 뜨거운 감자 같은 문제입니다.

차두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요. 특정 지역에서 이를 풀어보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택시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권용주: 승차공유가 활성화되려면 자동차 보급 대수가 적고, 택시 요금이 비싸야 합니다. 한국은 소득 대비 택시비 순위가 세계 65위 정도 됩니다. 스페인의 국민소득이 우리와 비슷한데 마드리드 기본요금이 5.6달러, 우리는 2.79달러입니다. 이를 해결해야 공유문제도 실마리가 풀립니다. 환경문제도 생각해야 합니다. 우버가 허용된 나라에선 예외없이 교통량이 늘며 배출가스가 증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통 약자의 피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버스·지하철 수요가 줄면 운행 횟수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예컨대 새벽 5시30분에 출근하는 1~2명을 희생하고 첫차 시간을 6시30분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일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버를 막다가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택시가 우버 영업을 하도록 하고 택시비는 낮췄습니다. 택시를 지원하고 활성화하는 정책도 내놓았고요. 소비자와 택시 업자를 만족시키며 주행 데이터를 모아 자율주행 연구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차원용: 공유차량은 일반인이 운영합니다. 법적인 책임소재가 불명확합니다. 세금과 서비스 문제도 풀기 어렵습니다. 택시 업계의 반발을 그냥 무시하기도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최근 택시 업계가 보여준 혁신 가운데 ‘타고 솔루션’이 있습니다. 택시 4600대를 묶어 완전 월급제로 운영하는데 요금이 2000~3000원 비싸지만 고객과 운전자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여성을 위한 웨이고 레이디, 반려 동물을 위한 웨이고 펫 같은 새로운 택시 서비스도 나왔습니다. 업계가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며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타고 솔루션’ 실험 주시해야

권용주: 택시 문제는 복합적입니다. 개인택시·법인택시·사업자·이용자의 입장이 다릅니다. 여기에 지자체까지 얽혀 있습니다. 지금 25만대의 택시가 운영 중인데, 출퇴근 시간 외엔 손님이 없어 쉬는 택시가 많습니다. 모자라는 택시의 수익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현실입니다. 한국은 고령 택시 기사가 많습니다. 은퇴할 때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택시 수를 줄여 나가야 합니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사례를 참고했으면 합니다. 승차 공유의 수익금으로 기금을 조성하는데, 운행을 그만두는 기사에게 이를 지원하지요. 택시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존재하기 어려운 사업 모델입니다. 과도기를 어떻게 준비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이민화: 혁신은 위험하고 아성은 이익을 보장합니다. 본질적인 질문이 필요합니다. 생산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볼 것인가, 아니면 소비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볼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차두원: 공유 서비스는 특정 소비자 집단이 없는 특징이 있습니다. 공유숙박 문제를 논의하며 정부에 ‘사업자 목소리만 들을 게 아니라 이용자 의견을 대변할 패널도 있어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문제는 대표성 있는 집단이 없고 개개인을 섭외하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민화: 저는 한국 전반에 걸쳐서 소비자 중심의 정책 설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저희 직원이 영국을 다녀왔습니다. 영국 상·하원과 금융당국, 은행 관계자와 블록체인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소비자에 이익이 되면 실정에 맞지 않아도 도입하고, 큰 이익이 아니라면 현 시스템을 유지하겠다’며 회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금 한국에선 공유경제 문제를 생산자 관점에서 풀려다보니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습니다.

차두원: 그렇죠. 새로운 기술이 들어오면 사람의 역할이 줄어듭니다. 이를 어떻게 타협하는지에 따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집니다. 신기술에 영향을 받는 산업의 종사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민화: 차량 공유 다음이 자율주행차 문제입니다. 2021년이면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4가 도입된다고 합니다.

권용주: 자율주행차 도입 시기에 대해선 자동차 제조자들의 과장이 있습니다. 2021년, 2025년, 2030년 모두 신빙성이 낮은 시한입니다.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실용화를 위해서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습니다. 공급자 입장에서 돈이 돼야 들어갈 텐데 방법을 찾기 어려워 보입니다.

차원용: 레벨4는 전제 조건이 자율주행차 전용 도로입니다. 그런데 2030년에도 전용 도로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웨이모가 미국 애리조나에서 레벨4 자율주행차를 시범 운행 중이지만, 전용 도로가 아니라 현실성이 떨어지는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이민화: 자율주행차 문제는 정말 꼬여 있는 것 같습니다. 기업 간 이합집산도 아주 복잡했습니다.

권용주: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해서입니다. 기술적인 문제는 거의 다 풀었습니다. 하지만 전용 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에서 운행하면 자율주행차보다 훨씬 지능이 떨어지는 일반 차량과 함께 운행해야 합니다. 사고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사고가 나면 책임소재를 밝히기 복잡합니다. 영국의 경우 지난해 9월 자율주행차의 공무주행을 허가했습니다. 다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보니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자율주행차의 보험회사가 일단 보상해주는 것으로 했습니다. 보험회사가 누구에게 구상권을 행사할지에 대해선 다음에 논의하자며 넘어갔습니다.

차두원: 많은 사람이 2021년 자율주행차 출시를 이야기 하는데, 저는 프로토타입 수준이라고 봅니다. 자동차 양산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사람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 강도 높은 테스트를 완벽하게 통과해야 합니다. 자율주행차의 대부로 스티븐 쉴라도버 UC 버클리대 교수가 있습니다. 그는 2075년 정도가 되어야 99.999%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레벨5의 자율주행차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레벨4나 5단계의 자율주행차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권용주: 저는 우리나라의 자율주행차 전략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하드웨어 또는 소프트웨어 중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한국은 하드웨어를 잘만드는 국가입니다. 자율주행차 관련 소프트웨어는 우리가 뒤졌지만, 스스로 폄하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 개발이 뒤졌지만 5G 이동통신 인프라가 가장 먼저 구축되는 장점을 활용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잘하는 하드웨어에 집중하며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민화: 현대자동차는 세계 자율주행차 평가에서 10위권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업체와 제휴하며 경쟁력을 키워야 할까요.

차원용: 현대차는 자율주행에서 경쟁하기에 너무 늦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번에 수소차 전략으로 간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현대차가 자율주행차 중에서 수소자율트럭에 집중하고 있거든요. 지금 경인고속도로에서 트럭 1대의 자율주행 허가를 받았습니다. 7~8대를 추가로 허가 받을 거에요. 그래서 자율주행차 전용 도로가 생기면 자율트럭 군집운행을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중에서도 트럭에 집중하고 그것을 수소차로 하면 승산은 있습니다.

권용주: 저는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율주행차 관련 인공지능 개발은 뒤쳐졌습니다. 예컨대 구글 자율주행차의 지능을 IQ 200이라고 하면, 현대차는 IQ 140 정도 됩니다. 하지만 5G로 더 많은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면 부족한 점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독일 BMW도 이렇게 가고 있습니다.

이민화: 자율주행차가 통신에 의존하다 보면 해킹이나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5G로 자율주행차 분야 경쟁력 보완해야

권용주: 저도 5G가 완벽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구글의 강점은 5000만 마일의 누적 데이터입니다. 예를 들어 뉴욕의 어느 날 온도 5℃에 습도 30%, 오늘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날인데 ‘너는 아침에 출근할 때 평소에 좌회전 하던 것을 오늘은 우회전 해. 누적 데이터를 보니까 이상하게 온도가 5℃이고 습도가 30%이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교통량이 많더라’고 알려주는 것이지요. 자율주행 자체의 궁극이 이런 것이죠. 다만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얼마나 빨리 편안하게 잘 이동할 것인가는 정보는 5G를 통해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고 이를 분석해서 더 좋은 여건의 주행상황을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민화: 모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모빌리티는 인간과 시공간의 융합이란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는 인프라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 ▶공유경제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차량 공유 사업은 일본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 자율주행은 뒤쳐졌지만, 수소차에 집중하고,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모빌리티는 제조사, 테크기업, 서비스 회사의 데이터 기반 융합이 핵심이다 ▶모빌리티 데이터 개방과 공유 인프라 구축은 공공의 영역이 되어야 한다 등인 것 같습니다.

1472호 (2019.02.25)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