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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에 대한 오해와 진실] 수소차는 달리는 수소폭탄 아니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총격·후방충돌·화염 등 극한 안전테스트 거쳐… 가솔린차보다 화재 위험성 낮아

▎현대자동차는 다양한 안전 실험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전기차 안전 기술력을 확보했다.
궁극의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꼽는다. 무한정·무공해·무소음이라는 장점 덕이다. 수소를 산화시켜 발생한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시킨 수소연료전지는 자동차 등 운송수단과 가정이나 공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다. 이미 자동차 업계에서는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후보로 수소차를 꼽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수소차 기술 개발에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수소차 기술 선도 기업으로 꼽힌다. 첫 상용 수소차를 10년 전에 출시했고, 지난해에는 최장거리 주행 가능 모델도 선보였다.

수소차는 흔히 ‘친환경 끝판왕’으로 불린다.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것을 넘어 오히려 공기를 정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대 수소차 넥쏘를 1시간 몰면 공기 26.9㎏이 정화된다. 성인 42명이 1시간 동안 호흡할 수 있는 양이다. 배기구에선 매연이 아닌 수증기가 나온다. 지난해 넥쏘 시승행사에서 직접 냄새를 맡아 봤는데 가정용 가습기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넥쏘 수소탱크, 7300t 무게 견뎌

물론 수소차도 단점이 있다. 설치 비용이 너무 높은 탓에 충전소 확보가 어렵다. 거리를 누비는 수소차가 늘어나면 수소 공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생산을 위해 석유화학 공장이나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한데, 또 다른 환경오염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비판도 있다. 수소차는 위험하다는 편견도 있다. 일부에선 아직도 ‘움직이는 수소폭탄’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하지만 수소차 폭발설은 과장된 이야기다. 수소차는 가솔린차보다 화재 위험이 낮은 편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현대차 넥쏘에 장착된 수소탱크의 재질은 철보다 10배 강한 탄소섬유다. 에펠탑 무게인 7300t을 견딜 수 있고, 물에 빠질 경우 수심 7000m까지 압력을 감당해 낸다. 수소 연료통의 표면 두께만 10㎝에 이르러 극한의 상황에서도 찢어질 뿐 터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탄소섬유는 일진그룹이 제작·공급한다. 소재의 특성상 탄력이 높아 외부 충격 강도에 따라 늘어났다 줄어들며 충격을 흡수한다. 물론 감당하지 못할 충격을 받으면 찢어진다. 이때도 폭발 위험은 적다. 현대차는 실제 수소탱크가 극한에 몰린 상황을 가정해 총으로 수소탱크를 쏜 총격실험을 진행했다. 총탄에 맞은 수소탱크는 폭발하지 않고 구멍에서 수소만 빠져나갔다. 칼이나 도끼로 수소가 가득찬 수소탱크를 가격하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뜨린 다음 낙하에 의한 충격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복합재결함내구 시험만 1만2000회를 진행했다. 수소탱크는 차량 뒷부분에 있다. 이를 뒤에서 더 큰 차량이 들이 받아 탱크가 파손되는 것을 가정한 실험도 진행했다. 결과는 다른 테스트와 비슷했다. 찢어진 탱크 틈새로 수소가 조금 새어나왔지만 폭발이나 화재는 없었다.

수소의 자연 발화점은 609℃로 가솔린(246℃)의 두 배가 넘는다. 현대차는 800℃를 가정한 화염실험도 진행했는데, 폭발 없이 안전밸브가 작동하며 수소만 빠져나갔다. 수소저장용기에 탑재된 센서는 주변 온도나 충격을 감지해 수소 방출을 차단하거나 외부로 내보낸다. 수소는 공기 중 농도가 4~75% 범위에서 폭발하는데 수소 농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화재를 방지한다. 수소탱크에서 충격으로 수소가 유출되는 순간 탱크 곳곳의 작은 밸브를 통해 수소가 배출되며 순식간에 농도가 4% 이하로 떨어진다. 이를 육안으로 보면 구멍에서 20~30cm 길이의 불꽃이 잠시 나오다 사라진다.

미국 연료전지 관련 기관 BTI(Breakthrough Technologi es Institute)의 실험 자료도 있다. 수소연료전지차와 가솔린차의 연료 누출에 따른 화재 전파 실험 결과 수소연료전지차가 안전 면에서 더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소차는 누출 부위에서 높은 불길이 치솟지만 연소 시간이 짧아 불길이 빨리 작아지는 반면 가솔린차는 실내로 불이 옮겨 붙어 차량이 전소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탄화수소 계열의 연료보다 오히려 수소가 안전성을 확보하기에 용이한 측면이 많다”며 “수소가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기체이기 때문에 누출 후 축적되지 않고 곧바로 밖으로 확산된다”고 설명했다.

수소차를 둘러싼 가장 큰 오해는 수소폭탄 설이다. 수소전기차의 연료로 쓰이는 수소와 수소폭탄에 사용되는 중수소·삼중수소를 이해하지 못해 나온 억측이다. 수소 폭탄 제조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일반 수소는 자연 상태에서는 수소가 중수소나 삼중수소로 변하지 않는다. 또 수소를 폭탄으로 변환하려면 1억℃ 이상의 온도가 필요하다. 먼저 핵분열을 통해 초고온 상태를 만들어야 수소폭탄이 작용한다. 수소의 원자핵이 융합해 헬륨의 원자핵을 만들 때 방출되는 에너지를 파괴용으로 사용하는 무기가 수소폭탄이다. 연료전지에서 일어나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 화학 반응과는 기술적으로도 연관성이 없다. 참고로 수소차의 운전 온도는 70℃ 정도다.

수소 핵융합에 필요한 온도는 1억℃

세계 각국은 수소차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미국·유럽·일본 등지에서는 수소전기차와 수소에너지의 미래 가치를 인지하고, 수소전기차와 수소충전소 보급에 적극적이다. 잦은 지진·쓰나미를 겪는 일본은 가정용 수소연료전지 보급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가정용 수소연료전지인 ‘에너팜(Enefarm)’이 이미 25만대 설치돼 있다. 수소차는 2020년 140만대, 2030년 누적 530만대 보급이 목표다. 이는 일본 전체 가정 중 10%에 연료전지가 공급된다는 의미다. 중국은 2016년 말 정부 차원의 수소전기차 보급 로드맵을 확정한 후 어느 나라보다 차량 개발 및 상용화 지원에 적극적이다. 2017년 4월에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국가에너지국이 공동으로 수소 에너지 및 연료전지 기술 등 15개 신에너지 기술 혁명을 위한 행동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수소에너지 및 연료전지산업 혁신연합’ 출범식에서 중국 산업·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먀오웨이 공업정보화부 부장(장관)이 이른바 ‘수소차 굴기’를 선언했다. 중국은 수소전기차와 충전소를 오는 2020년 5000대와 100기 이상, 2025년 5만대와 300기 이상, 2030년까지 100만대와 1000기 이상 보급할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수소차 보급 계획을 진행 중이다. 캘리포니아주는 2023년 123개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100만대의 수소차를 보급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마침 한국 정부가 수소차 공급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다행”이라며 “한국의 특성을 살린 수소차 로드맵을 만들어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1473호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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