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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반대한다'의 저자 마크 그리프 스탠퍼드대 교수] 강요된 똑같은 삶을 다시 들여다보라 

 

김환영 콘텐트랩 대기자
운동, 음식, 성의 상품화, 리얼리티쇼 등 해부… 새로운 비자유의 시대에 저항

▎마크 그리프 스탠퍼드대 교수는 미디어가 광고하는 ‘건강’이라는 허상이 우리 일상을 어떻게 괴롭히는지 해부한다. / 사진: 마크 그리프
화제작 [모든 것에 반대한다(Against Everything)]는 우리에게 친숙한 운동, 음식, 성의 상품화, 리얼리티쇼 같은 것을 반대하거나 일단 촘촘하게 해부한다. 가디언·뉴욕매거진·파리리뷰 등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이 책의 핵심 테마는 현대 사회의 체험 중시 문화, 건강·젊음·행복 ‘숭배’로 새로운 비자유(unfreedom)의 시대가 개막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이 아니라 하고 있는 일을 비판적으로 재고한다.

저자인 마크 그리프(43) 스탠퍼드대 교수는 미국에서 ‘가장 도발적인 문예잡지’로 평가 받는 n+1을 2004년 공동으로 창간했다. 그는 하버드대를 졸업(역사학·문학 학사)하고 마셜 장학금으로 옥스퍼드대(영미 문학 석사)에서 공부했으며, 예일대에서 미국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타임스가 “비판적 담론의 즐거움의 귀환”이라고 평가한 이 책의 저자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이 책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많은 책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려주려고 한다. 나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가장 현대적인 것들과 맞서려고 했다. TV, 인터넷, 운동기구, 테러, 의약품, 인공적 임신과 출산, 성생활 같은 것을 상상 속의 반대자들과 친구들과 함께 숙고했다. 가상의 친구들은 아는 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퍼즐을 푼다. 사람들은 모든 문제에 대해 이미 답이 나왔거나 답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희망의 발견을 위한 것이다.”

예컨대 운동을 하거나 몸에 나쁜 음식을 먹지 않으려면 절제력이 필요하다. 절제력이 있는 사람들을 벤치마킹해야 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이 절제력이 부족하다.

“나는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지 않는 것에 절제력을 행사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가 진정으로 옳다고 여기는 것을 알아내야 한다. 좋은 방법은 모든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알고 있지만, 내가 실천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묻는 것이다. 어떤 것에 절제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 그것은 종종 우리에게 뭔가 좋은 것이다.”

이 책은 ‘운동에 반대한다’로 시작한다. ‘독서에 반대한다’라는 글을 쓴다면 어떤 내용을 포함시킬 것인가.


▎마크 그리프 지음, 기영인 옮김 은행나무, 1만7000원
“그런 글은 쓰지 않겠다. 내게 ‘독서에 반대한다’는 ‘말하기에 반대한다’ ‘소통에 반대한다’와 같다. 내가 존경하는 랠프 월도 에머슨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둘 다 독서에 대한 에세이를 썼다. 그들의 메시지는 이것이다. ‘여러분에게 중요한 것만 읽어라. 만약 어떤 책이 지금 당장 여러분을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책이 고전이라도 바닥으로 내던져라.’ 그들의 말에 동의한다. 책은 사람과 같다. 책은 시공을 초월하는 대화의 수단이다. 위대한 책은 위대한 화자(話者), 흥미로운 화자다. 하지만 특정 순간에 특정 대화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잠정적인 결론을 갖고 있다. 하지만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기원전 341~271년)가 영감을 주는 강력한 인생 모델 중 하나를 제시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게 진정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에피쿠로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 누구도 젊었을 때 철학 공부를 미루거나 늙었을 때 철학에 싫증 내지 못하게 하라. 철학을 할 때가 아직 오지 않았다라거나 철학할 때가 지났다고 말하는 사람은, 행복의 시간이 아직 오지 않았다거나 이미 지났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같다.’”

독자들의 반응은?

“내 독자들은 매우 사적(私的, private)이다. 그들은 ‘알고 있다’는 표정, 어떤 의미가 담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당신의 글, 정말 좋았어요.’ 그런 다음 우리는 의미심장하게 서로 고개를 끄떡인다. 그들이 무엇이 좋았는지 알려주지 않아서 고맙다. 왜냐면 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 반대한다]와 같은 책의 가치는 독자들이 내가 틀렸을 때, 내가 바보일 때, 내가 스스로를 당황하게 만들 때를 알아차리는 데 있다. 또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말이다. 최고의 독자는 작가를 따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작가의 사고의 전개 과정과 오류를 들여다 보다가 작가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한다.”

이 책을 자기계발서로 읽을 수도 있다. 그런 용도로 이 책을 읽는 것에 반대하겠는가.

“전혀 아니다. 반대하지 않겠다. 나 또한 자기계발서를 응용하거나 응용을 시도한다. 내가 싫어하는 유일한 책은 정직하지 않은 책이다. 나는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충분히 생각하며 이런 질문을 한다. 나는 인생에서 놓치고 있는 걸까.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한 것은 없을까. 따져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을까. 작가는 독자에게 자신을 드러낸다. 만약 독자들이 내 글을 읽고 그들과 같은 문제로 내가 괴로워한다는 것을 발견한다면, 그리고 만약 나의 옳은 행보나 잘못된 행보를 보는 게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최고다.”

당신의 글에는 미국의 정치와 경제를 은근히 공격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정당화하려는 숨은 어젠다(hidden agenda)가 있는 것은 아닌가?

“정치와 경제는 둘 다 좋고 나쁜 것이 뒤섞였다. 정치와 경제는 수많은 사람의 결정과 기나긴 세월의 산물이다. 나는 이 책의 어젠다가 ‘한 개인에 불과한 당신이 문제들과 어떻게 맞설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체험을 통해 나만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만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그것들을 결코 단독으로 공격하거나 정당성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와 그것들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나는 지구 위의 우리 존재를 이해하기 바라며, 내 인생을 무기력하게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개인주의를 증진하는 게 사람들을 보다 행복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가. 현대 사회에 나타나는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 사이의 균형이 충분히 건강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생각에 있어서는 개인주의가, 함께 사는 데 있어서는 공동체주의가 옳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가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다른 사람을 신뢰할 수 있고 그들에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고통 받고, 배우고, 변화한다. 그렇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매우 다정하게(gentle) 대해야 하고 또 공감대를 찾아야 한다. 우리가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게 하는 공통의 가치를 찾아 그 가치들을 진정으로 존중해야 한다.”

- 김환영 콘텐트랩 대기자 kim.whanyung@joongang.co.kr

1475호 (201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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