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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인수 현대중공업의 남은 과제는] 노조 다독이고 해외 기업결합 심사 통과해야 

 

이창균 기자
M&A 본계약 체결했지만 험로 남아… 인수 이후 전망은 크게 엇갈려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쇄빙 LNG 운반선.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M&A는 세계 1위와 2위 조선사 간 결합이라는 의미가 있다. / 사진: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 본격화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8일 KDB산업은행과 함께 대우조선해양 M&A에 대한 본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다소 이례적인 ‘선(先) 계약, 후(後) 실사’ 방식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이자 대주주다. 이번에 계약한 내용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물적 분할 방식으로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가칭)’을 신설하고, 산업은행이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이곳에 출자해 기존 대우조선해양의 사업을 승계할 방침이다. 성사되면 세계 1위와 세계 2위 조선사의 결합이다. 글로벌 선박 수주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기준 현대중공업은 13.9%, 대우조선해양은 7.2%로, M&A가 마무리되면 도합 점유율 21%대의 압도적인 조선사로 재편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3월 중 M&A 담당 태스크포스(TF)가 대우조선해양 실사에 나서 재무구조와 회계, 계약 관련 법률 등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외에도 현대중공업의 가삼현 사장과 조영철 부사장이 실사단 운영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M&A 본격화 행보에도 최종 인수까지는 몇 가지 고비가 더 남았다. M&A 이후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을 우려 중인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반발, 그리고 이해관계국들의 기업결합 심사 통과 여부가 걸림돌이다.

이해관계국들 M&A 찬성 여부가 관건

일단 노조 측은 강경한 입장이다. 전국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지회는 3월 11일 기자회견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우조선해양의 동종 업계 매각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3월 22일 대규모 상경(上京) 투쟁도 예고했다. 현대중공업 측이 대우조선해양의 자율경영 체제와 고용 안정 보장을 약속했음에도 이처럼 반발이 거세, 해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고용 불안정 가능성을 이유로 M&A에 반대하고 있어 자칫 두 회사의 전면 파업 등으로 사태가 치달으면서 경영진에 어려움을 안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혹은 최악의 경우 실사 과정에서부터 현대중공업 측의 포기로 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 예상치 못했던, 감당하기 힘든 추가 부실 요소가 잔존하는 경우다.

이것만 해도 험로인데 이해관계국 기업결합 심사는 이보다도 까다로운 문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수주 계약을 한 모든 국가들로부터 두 회사의 M&A에 대한 찬성표를 받아야 해서다. 세계 30여 개국으로 여기엔 중국과 일본,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포함돼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과는 경쟁 관계인 이들이 한국 국적의 독보적 세계 1위 조선사가 탄생하는 일을 내심 반길 까닭이 없다. 더욱이 기업결합 심사는 애초에 독과점 방지가 목적이다. 두 조선사는 고부가가치 창출 분야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글로벌 점유율이 지난해 도합 63%에 달해 현실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특히 내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로 LNG 운반선 발주가 세계적으로 급증할 전망이라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특히 “한국과 세계 최고 조선강국 지위를 놓고 혈전 중인 중국 당국이 심사를 통과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 차원에서도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 국내 기업결합 심사 주체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김상조 위원장이 EU 내 이해관계국들과 우선 협의하기 위해 3월 10일 벨기에 브뤼셀로 향했다. 김 위원장은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공정위가 경쟁 당국들에서 우리 판단을 참고할 수 있는 수준의 결론을 먼저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을 키우기 위한 결론을 내린다고 해도 다른 국가가 승인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경쟁 당국들이 우리 판단을 무리 없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너무 노골적으로 한국 조선업에 유리한 결론을 내렸다가 해외에서 M&A 찬성표를 받지 못하는 역효과를 내기보다는, 많은 경쟁 당국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결론 도출에 힘쓰겠다는 얘기다. 실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말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의 철도 사업 M&A 승인을 거부해 이 M&A가 무산된 바 있다. 안팎에서의 이 같은 분위기 속에 한국 조선업은 지난 2월 글로벌 수주 실적에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조선·해운 분석 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월 한국의 선박 발주량은 63만CGT(표준화물선 환산t수)·8척으로 글로벌 발주량의 90%가량을 기록했다. 1월엔 1위였던 중국은 2만CGT·1척 발주에 그쳤다.

두 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성공한다면 한국 조선업은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을까. 아직은 낙관론과 신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두 회사 모두 M&A 이후 재무 건전성 유지와 개선이 가능하다”며 “산업 구도 측면에서 두 회사였을 때 치열했던 내부 경쟁은 완화되는 반면, 대외 수주 협상력은 강화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LNG 운반선 발주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내 조선업 경기도 회복세가 예상되며, 이런 가운데 독보적인 1위 조선사가 탄생하면 세계 시장에 그만큼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현재 업계 3위인 삼성중공업이 M&A의 불확실성은 덜되, 내부 경쟁 완화 효과는 누리는 ‘숨은 수혜자’가 되면서 반등할 가능성도 추가로 제시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도 “M&A가 성사되면 규모의 경제 실현, 중복투자 요소 제거, 구매와 R&D 부문 등에서의 시너지 효과 등으로 긍정적인 결과가 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조선해양이 LNG 운반선과 잠수함 등의 분야에서 현대중공업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대목도 현대중공업에 희망을 안기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엔진 등 대규모 자재 조달을 통한 원가 절감과 상선 건조 등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다. 두 회사의 사업 노하우를 결합하면 약점은 덜어내고 기존 강점은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재무 부담 가중돼 위험하다는 지적도

반면 신중론도 만만찮다. 현대중공업이 실사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고, 노조와 이해관계국들을 설득해 계획대로 M&A가 성사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확률이 낮지 않다는 것이다. 업황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무적인 부담만 커질 수 있어서다. M&A가 최종 완료되기까지 현대중공업이 직면할 잠재 위험 노출 금액의 규모는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하고 있다. 예컨대 인수를 위한 유상증자에 현금 1조50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 산업은행이 가져가게 될 1조2500억원 규모의 우선주도 잠재 위험 요소다. 우선주는 발행 후 4년 6개월부터 6개월 간 상환 청구가 가능한데, 이때까지 주가가 전환가 이상 못 오르면 산업은행으로선 현대중공업 측에 현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가 순탄치 않을 경우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금액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1조원 이상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도 실사 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드러날 경우 산업은행과의 본계약이 적정 수준으로 체결됐는지, 계약 취소가 필요하진 않은지 면밀하게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잘못하면 동반 부실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흐를 수 있어서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1476호 (201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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