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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프로의 환율 돋보기 | 금과 달러화의 시소게임] 달러 가치 떨어지면 금값 다시 오를까 

 

美 쌍둥이 적자 확대에 달러 약세 전망… 인도·중국, 달러 약세 때 금 규제 완화할 듯

봉급을 뜻하는 영어 ‘salary’의 어원이 ‘salt(소금)’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고대 로마시대에 군인들에게 소금을 급여로 주는 등, 소금이 화폐의 역할을 한 시대가 있었다. 교도소에서는 담배가 화폐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비흡연자인 수감자에게도 담배는 교환의 매개수단이자 계산의 단위이며 가치의 저장수단인 화폐의 기능을 지닌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직후의 독일 사회에서도 담배는 한동안 화폐의 구실을 했다고 한다.

화학적으로 축복받은 금


이렇게 소재 자체가 가치를 지니는 화폐를 물품화폐 또는 실물화폐라 하는데, 금이 대표적이다. 금이 인류 역사에서 화폐로 가장 널리 쓰인 이유를 화학적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118가지 원소의 주기율표에서 시작해 기체 성격의 원소를 지우고, 쉽게 부식되거나 발화(發火)와 같은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원소,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원소를 제외하는 식이다. 화학적인 성격을 토대로 지워나간 후에는 시장성을 기준으로 철(Fe)과 같이 풍부해 희소성이 적거나 너무 희소한 원소를 제외하고, 인류가 발견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원소를 제외하면 금·플래티넘(백금)·은이 남는다. 그런데 플래티넘은 용해점이 너무 높다. 가공해 금속으로 주조할 수 있게 된 건 불과 산업혁명 이후 시대에 와서다. 금은 공기 중 녹이 슬거나 부식되지 않고 화학적 공격에도 쉽게 반응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대기 중에서 서서히 변색되는 은에 비해 화학적 특성에서도 우위에 있다.

화학적으로 축복받은 금은 우리 시대에 그저 귀금속의 하나일 뿐이지만 세계의 화폐 역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주조 화폐로서의 금화는 이미 기원전부터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금본위제도(Gold standard system)는 금 일정량을 화폐단위로 정하는 제도를 통칭한다. 1816년 영국이 금본위제도를 채택한 후 19세기 후반 세계적으로 금본위제도가 실시되면서 금은 실물화폐로서 시대를 풍미했다. 금본위제도에서 각국 통화는 금의 중량을 기준으로 가치가 정해져 있어, 환율은 금을 통해 고정되기 때문에 금본위제도는 전형적인 고정환율제도이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금본위제도를 포기하는 국가가 속출하자, 새로운 체제가 형성됐다. 금 대신에 미국 달러화를 국제결제에 사용하도록 하고, 금 1온스의 가격을 35달러로 고정해 태환하는 한편 다른 국가의 통화는 달러화와 교환하도록 하면서 달러화가 명실상부한 기축통화로 떠올랐다. 금본위제의 한 형태인 금환본위제(Gold exchange standard system)이며, 1944년 출범한 브레튼우즈(Bretton Woods) 체제다.

이후 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달러화의 금 태환 포기를 선언하면서 금본위제도는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퇴장하는 듯 보였다. 금에 매였던 달러화의 족쇄가 풀리면서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도래했고, 이로써 물가 안정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목표가 되는 전환점이 됐다. 물론 그 시대의 인플레이션에는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한 국가들을 향해 석유수출국 기구가 보복성으로 초래한 석유 파동도 한몫했다.

하지만 금은 여전히 가치의 저장수단으로 높게 평가 받고 있다.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에서 주요 자산 형태로 자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용 금속으로도 활용도가 높다. 10여년 전의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달러화 위상에 흠집이 생기면서, 금본위제도 부활이나 대안 통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금은 온스당 1920달러의 역사적 최고점에 도달(2011년 9월)하기도 했다. 당시 경제성장으로 구매력이 커진 인도와 중국의 금 수요도 2008~2011년 금 가격의 랠리에 힘을 보탰다.

지금은 3차 달러화 강세기


▎브레턴우즈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는 미국 재무장관 헨리 모겐소(왼쪽)와 케인스(오른쪽). 전후 경제질서로 미국의 금본위제가 채택됐다.
최근에는 금본위제의 부활 주장이 사실상 자취를 감춘 상태다. 대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서서히 부활하는 과정에 3차 달러화 강세기가 2011년 시작됐다. 특히 2014년 하반기부터 달러화 강세가 본격화됐다. 하지만 달러화 강세기도 언젠가 꺾이는 시점이 도래할 것이다. 1차 달러 강세기는 레이거노믹스의 1980~1985년, 2차 달러 강세기는 정보화 열풍을 이끈 미국 신경제(New economy)의 1995~2001년에 나타난 바 있다(실질실효환율 기준).

한편 기축통화의 숙명은 전 세계에 끊임없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외거래에서 적자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외거래 적자가 커지고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유동성 과잉으로 달러화의 가치는 하락하기도 쉽다. 현재도 달러화 약세론자들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를 포함한 쌍둥이 적자 확대를 달러화 약세 전망의 근거로 제시하곤 한다. 달러화의 약세 전환 시기가 언제가 되든, 그 때는 달러화의 기축통화 위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도 다시 등장할 것이다. 물론 그런 주장이 당장에 달러화의 기축통화 위상에 타격을 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그런 주장이 대안화폐로 암호화폐를 내세우든, 금을 내세우든 금 가격이 상승하기에는 우호적 여건이 될 수 있다. 또 환율 방어가 필요한 시기(자국 통화 약세)ㅇ[ 자국민들의 금 매입을 제한하기 위해 규제를 가하곤 하는 인도와 중국의 금 관련 규제 환경도 완화될 것이다.

※ 실질실효환율(REER) - 자국 통화와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 간의 환율을 무역비중으로 가중평균해 산출한 환율이 (명목)실효환율이다. 통화의 대외가치는 국가 간 물가상승률 차이에도 영향을 받으므로 물가 변동까지 고려한 실효환율을 실질실효환율이라고 한다. 상승(하락)하면 해당 통화의 강세(약세)를 의미한다.

※ 필자는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 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 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1476호 (201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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