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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하락폭 큰 은행주에 관심 둘 만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대형주·중소형주 모두 반등해 가격 메리트 줄어… 코스피 반등은 하락에 대한 반작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월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이 비둘기파적 성향으로 돌아서면서 미국 증시도 상승했다. / 사진 : 연합뉴스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주식시장은 일직선으로 하락하지 않는다. 2008년이 대표적이다. 그해 3월은 미국의 금융위기가 초읽기에 들어가던 때다. 2007년에 미국의 많은 소형 주택대출 알선 업체가 부도가 났고, 2008년 초에는 대형 투자사인 베어스턴스도 부실을 견디지 못하고 합병되는 등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우리 주식시장은 2007년 11월 2080을 고점으로 내려오기 시작해 다음해 3월에 1570까지 24%나 하락했다. 이후 시장은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었음에도 두 달 동안 20% 가까이 상승했다. 주가가 단기간 크게 하락한 데 따른 반발이었다. 상승은 이전 주도주가 아닌 다른 종목에 의해 이루어졌다. 종합주가지수가 고점을 기록했던 2007년 말까지는 조선주가 중심이 돼 움직였지만 반등은 삼성전자·현대차 등 전혀 다른 종목이 주도했다. 5월에 삼성전자가 76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였는데, 이전 주도주 중에서 의미 있게 상승한 종목은 포스코를 비롯한 몇개에 불과했다.

2000년에도 똑같은 모습이 나타났다. 4월에 IT버블 붕괴가 본격화되면서 주가가 하루에 11%나 하락하는 혼란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6월에 반등이 시작돼 한달 사이에 28% 상승했다. 당시도 특별한 요인보다 시장의 자율적인 힘에 의해 반등이 이루어졌다. 상승 종목은 IT가 아닌 증권주였다. 삼성증권 주가가 1999년 7월 8만5000원에서 10개월 만에 1만3000원으로 85%나 떨어졌기 때문에 반등도 크게 진행됐다. 이렇게 대세 하락의 경우에도 주가는 일직선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중간에 큰 폭으로 반등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수 급락으로 가격 낮아졌다는 착시

이런 반등은 왜 일어났을까? 무엇보다 주가가 갑자기 싸졌기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이 시작되고 두세 달 만에 20% 넘게 급락하면 투자자들은 가격이 갑자기 낮아졌다고 생각해 매수에 가담하게 된다. 물론 하락 발생 초기부터 매수가 진행되는 건 아니다. 주가 하락이 상당 수준에 이르고 시장의 변동성이 줄어 외견상 바닥을 확인됐다고 인정되는 순간부터 반등이 시작된다. 경제지표와 주가 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것도 반등을 촉발하는 역할을 한다. 주가가 경제지표에 선행하기 때문에 하락 초기에는 주가가 하락했는데도 경제지표는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게 된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일시적 쇼크에 의해 시장이 자기 가치보다 지나치게 낮아졌다고 판단해 시장에 참여하게 된다.

유동성도 역할을 한다. 대세 상승이 끝날 때는 시장에 남아 있는 모든 유동성을 모아 주가를 한꺼번에 끌어올린 후 하락으로 전환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유동성이 상승이 끝났다고 해서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락 초기에는 주가가 내려올수록 시장으로 돈이 더 많이 들어온다.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반등하는 순간 대기하고 있던 돈이 매수에 가담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주가가 두 달 넘게 상승했다. 종합주가지수는 10% 정도 오르는데 그쳤지만 미국 시장은 훨씬 더 강했다. 나스닥 지수가 석달 사이에 24%나 올라 사상 최고치인 8100에 근접했다. 강도가 덜하긴 하지만 다우와 S&P500도 비슷했다. 미국의 주가 상승은 유럽 시장 강세로 이어졌다. 독일 시장이 특히 많이 올라 15% 넘게 상승했다.

주변 상황만 보면 최근 국내외 주가 상승을 이해하기 힘들다. 경제지표는 물론 기업 실적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은 성장률 둔화로, 미국은 소비 둔화로, 중국은 수출 둔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성장률 전망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낮아지고 있는데 상황이 좋지 않은 것에 비해 주가는 탄탄하다. 우리 시장은 기업 실적 둔화가 문제가 되고 있다. 2분기에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전체 이익 역시 10% 넘게 줄어들 걸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오르는 건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에 국내외 시장이 고점에서 20% 넘게 하락했다.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큰 상태에서 주가가 반대로 움직였기 때문에 매수세가 강해진 것이다. 상승에 익숙해진 영향도 있다. 미국 시장이 10년 넘게 오르다 보니 투자자들은 상승이 당연한 걸로 생각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중간에 주가가 20% 가까이 하락해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주가 상승 요인이 변한 영향도 있다. 지난해 말 주가 하락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원인이었다. 기존에 시장을 끌고오던 핵심 동력인 저금리가 약해지면서 주가가 하락한 건데, 미국의 금리 인상이 멈추자 이 부분에 의한 주가 하락도 끝이 났다. 그리고 주가를 움직이는 동력이 금리에서 경기로 옮아왔는데 중간에 공백이 생겼고 이를 이용해 주가가 반등했다. 지난해까지 하락으로 경기 둔화의 일부분이 주가에 반영됐다.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려면 미국과 유럽의 성장 전망이 더 낮아져야 하는데 아직 그럴 상황이 아니다.

美 시장 최고치 경신해도 코스피 2250선 예상

오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주가의 방향이 바뀌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미국 시장은 2017년 중반부터 지금까지 옆걸음을 하고 있다.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주가가 여러 차례 사상 최고치를 넘었지만 이후 모습은 2017년 상반기 이전과 달랐다. 그전에는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주가의 힘이 더 세지는 형태였다. 이와 달리 2017년부터는 주가가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에도 얼마 못 가 하락하는 형태였다. 시장이 높은 주가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모습이다.

이번 반등의 열쇠는 미국 시장이 쥐고 있다.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할 경우 종합주가지수도 직전 고점인 2250선까지 오를 수 있다. 미국 시장이 최고치 경신에 실패하면 우리 시장도 2200 정도에서 반등이 끝날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가 됐든 종합주가지수 고점까지 상승 여력이 많이 남아 있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종목별 투자는 큰 의미가 없다. 그동안 대형주와 중소형주를 가리지 않고 주가가 상승했다. 추가로 오를 수 있는 여력이 크지 않다. 코스피가 2200에 도달한 후 중소형주가 두드러진 상승을 기록했지만 뚜렷한 모멘텀이 있었던 게 아니었다. 대형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주가가 오르면서 이 부분이 사라졌다. 새로운 종목은 가격이 크게 하락한 쪽에서 찾는 게 좋을 것 같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은행주가 유일하다.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주가가 40% 넘게 떨어졌다. 부담없는 가격대가 된 건데, 낮은 가격을 이용한 매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중소형주는 개별 종목별로 접근하는 게 좋다. 상당수가 가격이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업종이나 테마처럼 집단적인 상승은 쉽지 않다. 각 종목의 현재 수익성과 미래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1477호 (201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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