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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된 종목 20선] DGB금융·코오롱글로벌·한화케미칼 주목 

 

김성희 기자
‘PER 10배-PBR 1배’ 이하인 건설·금융·화학·자동차·지주사 63곳

지난 3월 20일 종가 기준으로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5만1100원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최근 6개월 동안 17% 하락했다.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 등의 주가도 같은 기간 평균 10% 안팎으로 떨어졌다. 건설사 주가 하락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지지부진한 해외 수주 탓에 투자심리가 꺾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건설사의 주당순자산비율(PBR)은 0.76배에 불과하다. PBR은 주가를 1주당 순자산(장부가격 기준 주주 소유분)으로 나눈 값이다. 주가가 기업의 순자산에 비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의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이 같다면 PBR은 1배가 된다. PBR 1배를 밑돈다는 것은 기업이 가진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보다 현재의 주가 가치가 낮다는 뜻이다. 건설사의 순이익 대비 현재의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도 6.92배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건설사의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규제 이슈는 주가에 이미 반영됐고,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와 12조6000억원 규모의 13개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민간투자사업 소식이 나오면서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민자투자사업이 얼마만큼 더 나오느냐에 따라서 건설사의 실적은 물론 주가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화투자증권은 코오롱글로벌과 금호산업을 추천주로 제시했다. 코오롱글로벌은 광명~서울 고속도로(당사분 3100억원)와 평택~익산 고속도로(약 900억원) 공사에 참여한다. 코오롱글로벌의 자회사인 코오롱하우스비전이 시작한 임대주택 사업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회사가 지난해 말 문을 연 첫 기업형 임대주택인 ‘커먼라이프 역삼 트리하우스’의 입주율은 현재 80%에 달한다.

코스피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금융 불안, 국내 내수 부진의 장기 부진 가능성이 커지면서 ‘박스피(박스권+코스피)’로 회귀했다. 올해는 세계 경제의 주요 기둥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크다. 경제가 흔들리면 증시도 불안해지게 마련이다. 증시가 조정장에 들어서는 시기에 투자할 때는 주식의 현재가치와 내재가치를 평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기술력·재무상태·영업력이 괜찮은지, 기업 경쟁력에 비해 주가가 높지 않은지 등을 따져 매수·매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기업 수익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할 때에는 PBR이 주목을 받는다”며 “경기가 나빠지면서 최근 PBR이 낮은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주 중 은행주 PBR 가장 낮아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월 15일 기준으로 실적 추정(증권사 3곳 이상)이 가능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PER 10배 이하 종목은 총 96곳, PBR 1배 이하인 곳은 111곳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기업은 63곳이다. 이 가운데 코스피 종목이 95% 이상을 차지한다. 저평가된 업종은 건설·금융·화학·자동차·지주사 등이다. 업종별로 보면 63곳 중에 금융주가 12곳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건설주가 7곳, 화학 5곳 순으로 많았다.

금융주 중에서는 은행주가 가장 저평가 상태다. 은행주의 PBR이 0.44배로 가장 낮다. 금융주의 평균 PBR은 0.64배다. 은행주 PER도 5.57배 수준으로 코스피 PER 10.6배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은행주는 가산금리·카드 수수료 인하, 대출 규제 등으로 주가가 부진한 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비은행 계열의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포트폴리오 확대, 해외 영업 확대로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서다.

은행주 중에서는 DGB금융지주·BNK금융지주 등이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이다. DGB금융지주의 PER과 PBR은 각각 4.20배, 0.31배다. BNK금융지주의 PBR은 0.28배로 PBR 1배 이하인 기업 중에 가장 낮다. 은행들도 주가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3월 8일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자사주 5000주를 사들였다. 2017년 말 1만원을 넘어섰던 DGB금융 주가는 이듬해 인사 비리, 비자금 조성, 은행장 구속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8400원대로 떨어졌다. 3월 19일 종가기준으로 DGB금융 주가는 8660원이다. 증권가에서는 그룹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회사 경영정상화 작업이 본궤도에 올라 주가가 다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DGB가 주가가 올해 1만2000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지주도 주목받는 종목이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한지주의 1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은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한 9387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해외 부문 순이익 규모가 3000억원을 상회하고 있어 업종 내 프리미엄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백두산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순이익 증가율 추정치가 8%로 가장 높은 하나금융 지주를 최우선주로, 지배구조와 노사관계 등 이슈 완화의 수혜가 가능한 KB금융을 차선호주로 제시했다.

석유·화학 업종 중에서는 롯데정밀화학·한화케미칼·대화유화 등이 저평가된 종목이다. 코스피에 상장된 화학업종의 PER는 13.29배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PER는 5~7배 사이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펼치고 3~5월에 역내 정기보수가 집중돼 공급 축소에 따른 가격 반등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성장 기대감이 있는 종목은 한화케미칼이다. 한화케미칼은 기초소재 부문의 주력 제품인 폴리염화비닐(PVC)과 가성소다(CA) 가격 상승 호재로 수익 개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플라스틱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PVC 가격은 지난해 4분기 t당 861달러에서 올해 1분기엔 898달러로 올랐다. 2분기에는 936달러까지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증권은 한화케미칼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 목표가를 3만2000원으로 제시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3월 20일 종가기준으로 2만2700원이다. 이희철 연구원은 “롯데정밀화학도 비누나 세제의 원재료로 쓰이는 가성소다와 에폭시수지 원료인 ECH 가격이 회복세로 전환되고 있어 3월 이후 업황 회복세가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늬만 저평가인 업종은 솎아내야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늬만 저평가인 업종은 솎아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전체로 저평가 매력이 있으나 그중에서도 저평가 매력이 높은 업종을 골라내야 한다”며 “현재의 수익성보다 신약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헬스케어업종은 PBR를 이용한 분석에 부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대주주나 CEO가 해당 업종에서 얼마나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 사기·횡령·배임 등의 도덕적 결함이 있는지 여부도 살펴야 한다. 이런 기업들은 실적이 좋아도 주가를 흔들릴 수 있어서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1477호 (201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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