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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내가 잘 알고 잘 하는 분야에 투자하라 

 

버크셔 헤서웨이 부회장 찰리 멍거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게 똑똑한 것보다 유익”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장에서 워런 버핏(왼쪽)과 그의 투자 동지인 찰스 멍거가 총회를 주관하고 있다.
“당신 뜻대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십시오. 그런 후에야 내적인 평정과 외적인 능력을 얻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충족된 삶을 살 수 있을까’를 평생 화두로 삼았던 그리스 스토아 학파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행복과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라’고 갈파했다. 그의 주장은 삶에서뿐만 아니라 투자의 세계에서도 유효하다. 이런 식의 발상법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 워런 버핏의 파트너인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 찰리 멍거이다. 멍거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지닌 ‘능력범위’를 아는 것이 인간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다. 인생 그리고 사업에서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인식하는 것이 똑똑한 것보다 훨씬 더 유익하다”고 말한 바 있다. 능력범위(The Circle of Competence)란 자신이 잘 알고 있고, 잘 할 수 있는 범위를 말한다. 더 좁혀 말하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분야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회처럼 보여도 모르는 영역이나 분야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다.

능력범위와 심리적 안정성: 능력 범위를 설정하는 것은 투자에서 ‘심리적 안정성’과 연결된다. 금리·환율 등의 거시지표를 정확히 예측하거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같은 패닉 상황을 예견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시장은 고요한 수면 상태가 아니라 변화무쌍한 변동성의 세계이다. 에펙테토스의 표현을 빌자면 ‘할 수 없는 일’의 영역에 속한다. 시장 변동성은 투자자와는 별개로 존재하는 세계이고, 투자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대응하는 것뿐이다. 물론 몇몇 뛰어난 예측가들은 예측에 따라 베팅을 하겠지만 그건 정말 소수 중에서도 소수의 세계에 속하는 일이다.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는 검증된 방법은 자산배분을 하거나 일정 정도 현금을 보유해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확보하거나–이런 의미에서 현금도 중요한 투자대상이다-아니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대상에 투자하는 것이다. 필자가 아는 한 부동산 고수는 서울 강남에 투자하지 않고도 상당한 재산을 축적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부동산 중에서 제일 좋은 물건이 급매물로 나올 때 매입하는 방식으로 부를 축적했다. 이 고수는 능력범위를 자신이 잘 아는 ‘지역’에 집중한 전형적인 예이다. 필자가 아는 다른 한 부동산 고수는 주식투자에도 능한데, 그는 부동산 지식을 주식 투자에도 활용한다.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분석하고, 그것을 시세로 다시 평가한다. 입지도 분석한다. 다음으로 회사의 수익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본다. 부동산으로 튼튼한 자산을 보유하고, 저평가 되어 있으며, 수익성이 좋아지면 그 때 사서 장기간 보유한다.

능력범위를 사람에 적용한 투자가도 있다. 로버트 하일브론이란 인물이다. 그는 피혁공장을 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회사와 아버지가 사놓은 주식, 채권을 물려받게 된다. 돈을 관리해본 경험이 없던 그는 아버지가 벤자민 그레이엄과 거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수수료를 내고 투자 상담을 받다 나중에는 그레이엄의 투자회사에 취업하게 된다. 투자 수익률은 좋았지만 그는 자신보다 더 뛰어난 투자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직장 동료인 버핏과 월터 슐로스 등이었다. 이때부터 그는 직접 투자를 접기 시작해 나중에는 일류 투자자들이 운영하는 펀드나 투자조합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큰 부를 일궈냈다. 하일브론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사람이든 자신이 잘 아는 영역만 찾아낼 수 있다면, 좋은 투자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능력범위와 분석 능력: 능력범위는 분석 능력을 토대로 한다. 투자대상에 대한 분석 능력이 없으면, 그 대상을 이해할 수는 없다는 건 당연하다. 분석 능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학교 지식이 아닌 실용 지식이 모두 그러하듯 분석 능력은 경험과 학습에 의존한다. 분석 능력은 경험과 학습의 결과이므로 고정적이지 않고, 나선형으로 발전한다. 경험이 쌓일수록, 학습의 양이 축적될수록 분석 능력은 복리(複利) 구조로 상승한다. 경험에서는 성공의 경험보다 실패의 경험이 중요하다. 찰리 멍거가 극찬한 심리학 책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는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멍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멍거는 자신의 실패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실패 리스트를 갖고 다녔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도 실수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소방관 교육에 관한 실험이 있습니다. 한 그룹에겐 화재 진압 때 해야 할 조치를, 다른 그룹에겐 다른 소방관이 실수했던 것, 즉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르쳤습니다. 학습 효과가 좋은 쪽은 실패담을 배웠던 그룹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실패담을 가르치는 게 교육 효과가 더 크다는 거죠.”

멍거는 자신의 실패로부터 배우지만 그 이전에 타인의 실패로부터 배운다. 개인투자자들이 타인의 실패로부터 배우기 위해서는 투자 실패 리스트를 평소에 만들어 둘 만하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라. 그리고 자신의 과거 투자 실패를 들여다보라. 몇 가지 리스트가 아마도 공식처럼 등장할 것이다. 예를 들어 무리한 대출로 투자했다거나 제대로 된 분석 없이 주변 사람 말만 듣고 투자했다거나, 단순히 주식이나 부동산의 가격이 오른다는 이유만으로 투자했다거나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가급적이면 이런 실패 이유를 적어 놓고, 투자 의사결정 때마다 실패 리스트에 들어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대로 성공에 대한 학습은 어떻게 할까? 1970년대 미국 최초의 억만장자였던 석유왕 폴 게티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부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을 찾아서 그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서 하라.” 워런 버핏이 본격적으로 투자가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했을 무렵, 투자한 종목은 보험회사 ‘가이코’였다. 버핏도 처음에는 자신의 스승이었던 현대 증권 분석의 아버지 벤자민 그레이엄이 투자하는 것을 거의 다 따라했다. 가이코는 그레이엄의 투자종목이었고, 그는 스승이 투자했다는 이유로 주식 350주를 사들였다. 지금은 버크셔 헤서웨이를 통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버핏뿐만 아니라 대부분 일류 투자가들은 투자 초기에는 뛰어난 투자가들을 흉내 내는 것부터 시작한 경우가 많다. 그들이 산 종목을 보고 분석해 자신만의 시각을 만들어 나간다. 버핏은 스승의 책 [현명한 투자자]를 항상 사무실에 두고 보고 있고, 성공적인 개인투자자 중에도 일류 투자가들의 투자철학과 종목 선정 방법을 정리해서 투자의 체크리스트로 삼는 이들이 적지 않다. 모든 분야에서 투자를 잘 할 필요는 없다. 아파트든 상가든 주식이든 펀드든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찾아서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뭔가 새로운 것, 짜릿한 것,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보다 ‘능력범위’를 잘 아는 것이 투자에서는 더 중요하다.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리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1477호 (201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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