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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절세법] 부담부증여로 2억5000만원 아껴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아파트 두 채, 분양권 1개 보유했다가 딸·사위에게 아파트 1채 무상 증여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분양받은 세종시 캐슬앤파밀리에 디아트 아파트. 오는 8월 입주 예정으로 세종시 분양시장에서 가장 많은 청약 인기를 끈 단지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부동산 재산 내용을 보면 ‘재테크 고수’라 불릴 만하다. 그와 부인 명의로 사들인 주택은 수십억원대의 시세 평가차익을 낸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재테크의 완성이라는 절세도 절묘하다. 세무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각종 절세 노하우가 활용됐다. 최 후보자의 뜻과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그는 주택 투자와 절세에 대해 한 수 가르쳐준 셈이다. 다주택자가 참고할 만한 최 후보자의 절세 비법을 들여다봤다.

최 후보자는 지난 2월까지 본인과 부인 이름으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두 채와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 하나를 갖고 있었다. 공시가격 등을 기준으로 한 공직자 재산신고 금액이 16억2000여 만원이지만 시세는 30억원이 넘는다. 공직자 재산신고 금액은 시세의 60~70%선인 공시가격이나 납부금액 등이다 보니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1기 신도시의 대규모 공급으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다 다시 반등하던 1996년 3월 최 후보자는 분당 라이프 84㎡(이하 전용면적)를 샀다. 그는 당시 인근 느티마을 59㎡를 갖고 있던 때여서 2주택자가 됐다. 2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없던 시절이었다. 최 후보자는 라이프를 구입한 지 3년 후 1999년 느티마을을 매각했다. 1억5700만원을 준 라이프는 현재 시세가 9억5000만원선이다. 상승률 530%다. 공시가격은 9100만원에서 580% 오른 6억1600만원(올해 예정)이 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230% 올랐다.

잠실 재건축 아파트 3억여 원→14억원


서울 아파트값이 치솟던 2003년 2월 부인 이름으로 잠실 주공1단지 33㎡를 2억5500만원(공시가격 1억8200만원)에 매입했다. 2001년 조합을 설립하고 재건축이 활발하던 잠실 일대 저층 주공 단지 중에 1단지가 선두주자였다. 최 후보자 부인은 조합원으로 2009년 재건축한 엘스 59㎡를 배정받았다. 5800만원의 추가 분담금이 들어갔다. 총 3억1000여 만원을 들인 집이 지금은 14억원 정도다(올해 예정 공시가 8억5600만원). 상승률로 보면 같은 기간 서울 평균(99%)의 4배 수준인 360%다.

최 후보자가 이전 기관 공무원으로 특별공급받은 세종 캐슬앤파밀리에디아트는 2010년 이후 세종시에 분양한 125개 단지 중 최고의 ‘알짜’로 꼽힌다. 청약자가 10만 명에 가까운 9만6000여 명으로 세종시 분양 사상 가장 많았다. 1순위 경쟁률은 세종시 역대 두 번째인 292대 1이었다. 최 후보자는 28층 꼭대기 층에 금강을 내려다보는 복층형 구조의 155㎡를 분양받았다. 2가구 모집에 30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15대 1이었다. 운도 따른 셈이다. 분양가가 6억8000여 만원이었다. 다른 주택형의 분양권 가격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지금 시세는 1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이 세 주택의 시세 평가차익은 22억원 정도다.

김현미 현 국토부 장관이 취임 이후 서둘러 2주택 중 한 채를 팔았듯 최 후보자도 주택 수 줄이기에 나섰다. 시세차익은 적으면서 세금 부담이 큰 집부터 처분했다. 분당 라이프다. 지난 2월에 딸과 사위에게 무상으로 소유권을 넘겨 증여했다. 이 집을 담보로 빌린 부채 7000만원도 같이 줬다. 부담부 증여다. 이는 4가지 세금 걱정을 한 번에 해결하는 ‘신의 한 수’로 평가된다.

김현미 장관이 주택을 처분하던 때와 달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최 후보자는 매도하면 양도차익의 절반이 넘는 4억20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양도차익이 5억원이 넘어 최고 세율 42%에 2주택자 10%포인트 가산세율이 적용된다. 오는 6월 이전에 증여한 덕에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확 줄어든다. 최 후보자가 분당 라이프를 6월 1일 이후까지 유지하면 올해 분당 라이프와 잠실 엘스 보유세가 490만원으로 지난해 369만원보다 120만원(33%) 늘어난다. 둘 다 공시가격 9억원 이하여서 각각은 종부세 대상이 되지 않지만 2주택 이상 보유한 경우 공제금액이 6억원으로 내려간다.

‘부담부·분할’로 증여세 6000만원 절세

두 아파트의 올해 예정 공시가격 합계가 14억7200만원으로 지난해 12억8400만원보다 15% 증가한다. 올해부터 세율 인상 등으로 종부세가 강화돼 보유세가 급증한다. 보유세는 6월 1일 현재 주택 소유 현황을 기준으로 부과한다. 분당 라이프를 증여하면서 올해 보유세는 잠실 엘스 분 243만원 만 내면 된다. 증여받은 딸과 사위는 증여세와 취득세를 낸다.

둘로 나눠 증여하면 공제금액이 늘고 각각의 세금 계산 기준 금액(과세표준)이 줄어 세율이 내려간다. 공제금액은 딸(직계비속) 5000만원, 사위(기타 친족) 1000만원이다. 딸과 사위에게 분할 증여하면서 6000만원을 공제받고 7000만원 채무 금액도 증여금액에서 빠지기 때문에 과세표준이 대폭 줄어든다. 세율도 30%에서 20%로 내려간다. 채무 없이 딸에게 만 증여했다면 증여세가 2억원이다. 딸에게 채무를 넘기면서 딸과 사위에게 절반씩 증여하면 1억4000만원으로 6000만원 줄어든다.

증여 취득세는 시세가 아닌 공시가격으로 계산한다. 증여 취득세율이 3.8%(85㎡ 이하), 4.0%(초과)로 유상 취득보다 높다. 채무금액은 증여가 아닌 유상 취득의 세율을 적용한다. 올해 공시가격이 확정(4월 말)되기 전이어서 지난해 공시가격 기준이다. 이 아파트 공시가격은 지난해 5억1200만원에서 올해 6억1600만원(예정)으로 오른다. 지난해 공시가격 적용으로 취득세 400만원을 아낄 수 있다. 이에 따라 최 후보자 부부와 딸 부부가 절감할 수 있는 양도세·보유세·증여세·취득세가 총 4억8000만원으로 추정된다. 매도 때 양도세와 비교하면 최 후보자와 증여 받은 딸 부부가 낼 총 세금이 양도세 4억1000만원에서 증여세 등 1억6000만원으로 2억5000만원을 아끼는 셈이다.

최 후보자가 현재 1주택, 1분양권 상태에서 최종적으로 주택자가 되고 절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남은 과제가 있다. 잠실 엘스를 늦어도 내년 5월까지 처분하는 것이다. 세종시 아파트가 8월 준공한 후 최 후보자는 다시 2주택자가 된다. 세종시 아파트 입주 이후 3년 이내에 잠실 엘스를 처분하면 ‘일시적 2주택’에 해당해 잠실 엘스 양도세를 매도가격 9억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양도세 감면 혜택이 앞으로 3년 반가량 남아있지만 문제는 보유세다.

세종시 아파트의 내년 공시가격을 7억원으로 가정하면 잠실 엘스를 포함한 내년 보유세(잠실 엘스 공시가격은 올해 가격 적용)가 566만원이다. 내년 6월 이전에 잠실 엘스를 팔 경우 보유세는 종부세 없이 185만원이다. 잠실 엘스와 세종시 아파트를 둘 다 가지고 있으면 2주택자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닌다. 지금 잠실 엘스를 팔면 1주택자로 양도세가 1400만원 정도다.

최 후보자는 세종시 분양권을 입주 전에 부인과 공동소유로 바꾸는 게 이후를 대비한 절세 방법이 될 수 있다. 배우자 간 증여의 공제금액이 6억원 이하여서 증여세 없이 공동소유로 할 수 있다. 준공전 분양권 상태에서는 증여에 따른 취득세가 없다. 공동소유가 되면 이후 보유세와 양도세가 줄어든다. 앞으로 공시가격이 9억원이 넘게 올라가면 종부세를 내는데, 공동 소유이면 각각 6억원씩 12억원까지 종부세가 없다. 취득가격이 둘로 나눠지기 때문에 양도세도 줄어든다.

1478호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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