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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리스크’ 피해 가맹점주 손해배상 받을까?] 올해 계약 맺거나 갱신한 점주만 배상 받아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최저임금 인상, 불황, 오너리스크까지 삼중고… “가맹점 적을수록 가맹점주협의회 만들어야”

▎오너리스크에 따른 피해는 곧장 가맹점들의 매출 급감으로 이어진다. 사진은 지난 2016년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건으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일자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 회원들이 사과하고 있는 모습.
일본라멘 프랜차이즈 아오리라멘은 3월 1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을 통해 “새로운 전문경영인으로 컨설팅 전문기업 네모파트너즈 류재욱 대표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이번 영입은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가 지난 1월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면서다. 승리는 1월 폭행 사건이 벌어졌던 클럽 버닝썬 사태에 휘말렸다. 그는 버닝썬 사내이사로 지내는 동안 마약 유통, 성매매 알선, 경찰과 유착 등의 논란에 휩싸이면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승리 측은 “아오리라멘 대표 사임은 버닝썬 사태 이전에 3월 예정됐던 군 입대 때문이었다”라고 해명했지만 승리에 대한 반감에 ‘아오리라멘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 승리의 인기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브랜드인 만큼 아오리라멘 점주들은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아오리라멘 운영법인인 아오리F&B는 “이번 불매운동으로 피해를 본 가맹점을 위해 가맹비 전액을 환불 보상하기로 결정했다”며 “3월 7일 가맹점주들과 회의를 열고 매출액 대비 지원금 형태로 지원하기로 했으나, 가맹점주들을 위해 가맹비 전액을 환불 보상하는 방안으로 결정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결국 ‘승리 리스크’에 따른 피해는 오롯이 가맹점들의 몫이 됐다. 사실 아오리라멘처럼 오너리스크로 브랜드 가맹점주가 피해를 보는 사례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 2017년엔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매출 하락으로 가맹점주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엔 권원강 전 교촌치킨 회장의 친척인 권순철 교촌에프앤비 상무가 직원을 무차별 폭행하는 동영상이 유출돼 논란이 일었다.

프랜차이즈는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오너들의 범법행위나 갑질 등은 곧장 가맹점의 매출 급감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실제로 최호식 전 회장의 직원 성추행 사건 이후 매출이 40% 줄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호식이두마리치킨 가맹점 매출을 4대 카드사(신한·KB·현대·삼성) 매출액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이 사건이 발생한 일주일 간 가맹점 평균 매출이 30~40% 감소했다. 김영주 의원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불공정행위나 회장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가맹점 매출이 급감했다는 사실이 구체적 수치로 드러났다”며 “프랜차이즈 본사 잘못으로 가맹점주가 피해를 입을 경우 가맹점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본사가 배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1월 ‘오너리스크’ 배상 규정 만들어

되풀이되는 오너리스크에 가맹점주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월 24일 프랜차이즈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위로 가맹점주가 피해를 봤을 경우 가맹본부가 손해배상을 하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거래법) 개정안을 반영해 표준가맹계약서를 개정했다. 개정안은 외식·도소매·교육서비스·편의점 업종에 적용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와 가맹 계약을 맺을 때 가맹본부 임원의 위법행위 또는 브랜드 명성·신용을 훼손하는 행위로 가맹 사업자에 브랜드 이미지 실추, 매출액 급감 등 손해가 발생할 경우 본부가 배상 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아오리라멘 점주들은 본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공정위 측은 “표준 가맹계약서는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소급 적용은 되지 않는다”며 “올해 새로 가입한 가맹점주들만 관련 조항이 들어간 계약서를 체결했을 것이기 때문에 기존 가맹점주는 오너리스크 관련 조항의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기존 아오리라멘 가맹점주는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다만 공정위가 아오리라멘을 운영하는 아오리F&B와 가맹점주 간의 거래 과정을 들여다볼 가능성은 있다. 아오리F&B가 가맹점주를 상대로 불공정 계약 등 위법사실을 저지른 것이 적발될 경우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할 수 있다.

점포 수가 수천개가 넘는 편의점이나 제과점 등을 제외하고 수백개 정도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단체 행동도 쉽지 않다. 숫자가 적을 뿐 아니라 가맹점협의회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정위가 파악한 전국 6052개의 가맹브랜드 중 60~70개에만 점주협의회가 구성된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가맹점주협의회 구성률은 전체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1% 남짓이다. 국내외 총 50개 점포가 있는 아오리라멘 가맹점 사이에는 가맹점주협의회가 없다.

‘가맹2권’ 적극 활용해야

업계에서는 가맹점주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가맹점주협의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정위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점주는 권익 보호와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가맹점주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헌법에 노조를 만들고, 교섭을 시도하고,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노동3권이 있는 것처럼 가맹점주들도 가맹점주협의회를 만들고 단체교섭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가맹점주들이 협의회 구성권과 교섭권 등 이른바 ‘가맹2권’을 노동3권처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가맹점주협의회는 본사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일은 아니다. 때문에 일부 가맹본부는 가맹점주 단체 설립을 주도한 가맹점에게 불이익을 주는 갑질 횡포를 부리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피자 프랜차이즈 피자에땅은 본사가 가맹점주협회를 설립한 점주들을 골라 불이익을 준 것이 드러났다. 지난 2015년 피자에땅 본사는 피자에땅 가맹점주협의회 설립을 주도한 지점에 두 달 동안 일주일에 2~3번씩 찾아가 점검했다. 그렇게 진행된 표적점검에서 사소한 계약 미준수 사항을 찾아낸 본사는 가맹점과의 계약을 해지해버렸다.

뿐만 아니라 가맹점주단체 모임에 참석한 16개 점포를 집중관리 매장으로 선정하고, 이들 매장의 등급평가 과정에서 F등급을 줬다. 점주단체를 해산 대상으로 보고 와해공작을 편 피자에땅의 행위는 명백한 가맹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피자에땅의 행위에 대해 14억6700만원의 과징금과 함께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가 점주 단체 활동을 이유로 가맹점주에게 불이익을 준 가맹본부를 제재한 첫 사례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맹본부가 가맹점 사업자 단체 구성과 활동을 이유로 점주에게 각종 불이익을 주거나 브랜드 통일성 유지와 무관한 품목의 구입을 강제하는 것에 대해 면밀히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안진걸 소장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불공정한 행위나 가맹점주협의회 설립이 녹록하지 않을 경우에는 다수의 가맹점주협의회의 연합단체인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에 문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1479호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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