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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당분간 보수적 투자 전략 필요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국내외 경기 둔화 우려에 기업 실적 전망도 불투명… 배당수익률 높은 종목에 주목

금리가 하락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2.4% 밑으로 내려와 11년 만에 처음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국고 3년물 금리도 1.7%를 밑돌아 기준금리인 1.75%보다 낮아졌다. 독일의 10년 금리는 2년 6개월 만에 다시 0% 밑으로 내려왔다. 지금 독일 국채를 살 경우 10년 동안 이자를 한 번도 받지 못하는 건 물론 만기 때에 투자한 금액보다 적은 돈 밖에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나라에 관계없이 장기 금리의 하락이 특히 심했다.

기간이 짧을 때보다 길 때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3개월 앞의 일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지만 30년 후는 감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기 금리보다 장기 금리가 높은 게 일반적이다. 의외의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이자로 보상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 상황이 전혀 발행하지 않는 건 아니다. 가끔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아지기도 한다. 경기가 정점을 지나 나빠지기 시작하는 초기에 자주 관찰되는데, 장기와 단기 금리를 움직이는 동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나온 현상이다. 장기 금리는 사람들의 경기 전망에 의해, 단기 금리는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에 의해 좌우된다. 경기가 나빠지기 시작할 때에는 이전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계속 인상한 덕분에 단기 금리가 높은 반면 경기 둔화 우려로 장기 금리가 하락해 둘의 순서가 뒤바뀐다. 그래서 이런 금리 간 역전 현상을 경기를 판단하는 지표로 사용하기도 한다.

경기 둔화 우려로 금리 하락


1960년 이후 미국에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경우가 여덟 번 있었다. 이 중 일곱 번은 금리가 역전되고 1년 사이에 경기가 나빠졌다. 차례는 대부분 ‘금리 역전→주가 하락→경기 둔화’ 순이었다. 금리 역전이 주가 하락으로 연결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일률적이지 않았다. 짧을 때에는 1개월 만에 경기가 둔화되기도 하지만 길 경우 1년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상황이 됐든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주식시장에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

최근에 금리가 역전된 이유가 있다. 먼저 양적완화 정책 때문이다. 10년 가까운 양적완화 기간에 중앙은행들이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여 시장에서 유통되는 채권의 양이 줄어들었다. 이런 상태에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유동성이 채권 매수 쪽으로 몰리자 금리가 빠르게 하락했다. 금리 인상이 갑자기 끝난 영향도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11월에 금리를 인상했을 때 당분간 추가 인상이 없을 거란 전망이 많았지만 다른 선진국은 꼭 그렇지는 않았다. 미국의 경우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올해 3번 정도 금리를 인상할 걸로 예상했는데 그랬던 전망이 몇 개월 사이에 동결로 바뀌었다. 유럽도 사실상 금리 인상이 물 건너 갔다. 처음 인상 전망이 나왔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금리 동결을 당연한 걸로 생각하면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경기 둔화 우려다. 3월 회의에서 연준은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대신 실업률 전망치는 높였다. 미국의 고용지표는 제조업·주택·소비지표 모두가 둔화되는 와중에 유일하게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지표다. 경기 둔화가 눈 앞에 왔다는 의미가 되는데, 그 영향이 장기 금리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중금리의 하락이 가장 빠른 시기는 금리 인상이 끝나고 첫 번째 인하가 단행될 때까지다. 금리를 인하할 거란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지기 때문이다. 많을 경우 이 시기에 기준금리를 두 번 인하하는 수준까지 금리가 하락하기도 한다. 이번 금리 하락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주가가 좋았던 경우가 많지 않다. 주가가 금리 하락보다 금리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경제 상황에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최근 금리가 하락했음에도 시장의 반응이 과거만 못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식시장이 좋지 않다. 종합주가지수가 2250을 넘지 못하고 하락했다. 나스닥 지수가 고점 부근에 머물면서 사상 최고치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간 것과 비교된다.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시장의 모습이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는 투자자도 있지만 재료의 신선함이 떨어져서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기 힘들 걸로 보인다. 중국 시장이 2~3%에 달하는 상승을 기록한 날에도 우리 시장의 반응이 미적지근한 걸 보면 지금 시장에서는 무역협상을 중요한 재료로 보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주식시장에 힘이 실리지 않는 건 이익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상반기 상장사 이익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 정도 줄어들 걸로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에 대한 전망도 비슷하다. 1분기와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각각 6조7000억원과 6조8000억원이 될 걸로 전망하고 있다. 1개월 전 전망치인 7조1000억원에 비해 5% 정도 낮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여서 1,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각각 1조2600억원, 8400억원으로 1개월 전에 비해 10% 가까이 줄었다.주가는 실적 전망이 좋지 않은 데에도 상승했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에 도달했다는 기대로 외국인 매수와 유입된 결과였다.

주가 상승이 부담이 됐던지 회사가 직접 진화에 나설 정도였다. 반도체 경기는 한 번 꺾일 경우 최소 1년 간 하락이 지속되는 게 일반적이다. 주가가 업종 경기보다 선행해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상승은 성급하다. 업황 둔화가 멈추고 다시 경기가 좋아지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금은 반도체 주가가 2년 넘게 오른 데 따른 기대가 작동하고 있다. 그래서 주가가 조금만 떨어지면 다시 매수가 유입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기대감의 역할에 한계가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반도체 종목 투자는 조심할 필요

당분간 보수적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시장이 좋지 않고 투자할 종목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 때에 배당을 중심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그동안 배당을 많이 주는 회사가 그렇지 못한 회사에 비해 주가 상승률이 높은 경우가 많았다. 지금처럼 상황이 좋지 않을 때에는 특히 차별화가 심했다. 고배당이라는 안정장치가 확보돼 있어서다. 금리도 배당주의 매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배당수익률이 금리보다 높은 종목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주주에게 많은 배당을 주기 위해서는 기업이 돈을 잘 벌어야 한다. 돈은 벌지 못하면서 배당만 많이 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익이 추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해의 출발이 좋은 기업이 남은 기간에도 실적이 좋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배당 실적도 감안해야 한다. 이익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특정 기업의 배당 성향이 갑자기 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랜 시간 배당을 주면서 회사와 투자자 사이에 묵시적 동의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1분기 이익 예상치가 올라간 기업 중 과거에 배당을 많이 줬던 회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479호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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