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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프로의 환율 돋보기 | 美 4월 환율조작국 지정 칼 끝은 어디로] 韓·中 모두 지정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중국, 경제체질 바꾸면서 환율 관리 필요성 줄어… 외환시장의 큰 관심사지만 영향은 적을 듯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해마다 4월과 10월에는 외환시장에서 이목이 집중되는 보고서가 발표된다. 미국 재무부가 미국의 종합무역법·교역촉진법에 따라 주요 교역국의 외환정책 보고서(환율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제출한다. 2015년에 제정된 교역촉진법은 대미(對美) 무역흑자 200억 달러 초과, 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 3% 초과, 정책 당국이 연간 GDP 대비 2%를 초과하는 달러를 순매수하고 순매수가 12개월 중 8개월 이상 지속되는 등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국가를 심층분석대상국(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환율보고서와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언급할 때마다 도마에 오르는 것이 중국과 위안화 환율이다.

차세대 산업 선점하려는 중국


중국처럼 고속 성장기에 장기적으로 생산성이 증가하고 미국 대비 상대 인플레이션이 낮으면 해당 통화가 그에 맞춰 강세를 보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예외적으로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인플레이션은 중국이 소폭 낮았지만, 이는 당시 주룽지 총리의 강력한 긴축정책 효과였다). 그런데 중국은 1997년부터 위안화 가치를 달러화에 연동하도록 했고, 수출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05년 7월까지 달러·위안 환율을 8.27 위안에 고정시켰다. 위안화 가치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중국 기업들의 수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다른 나라 제품에 비해 가격적 이점을 누릴 수 있어서다. 한편으로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낮게, 달러·위안 환율을 높게 유지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채를 대거 매수했다. 언젠가 닥칠지 모를 외부세력의 위안화에 대한 투기적 공격에 대한 방어막을 구축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런 중국이 못마땅했던 미국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중국을 겨냥해 저평가된 위안화 환율의 현실화를, 즉 위안화 강세를 수용할 것을 본격적으로 압박했다. 저렴한 중국 제품에 자리를 내줘야 했던 다른 국가들도 중국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던 중국은 2005년 7월 비로소 한 발 물러서며 위안화의 점진적 강세를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가 덮쳤던 2008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는 이를 거슬러 다시 달러·위안 고시 환율을 6.82~6.83 위안에 사실상 고정했으나, 이후 기존의 위안화 강세가 재개되며 달러·위안 환율이 시진핑 주석의 집권 초기인 2014년 초까지 꾸준히 하락했다. 위안화의 강세는 거기까지였다(2014년 1월 달러·위안 환율이 6.04 위안을 기록한 것이 최저치). 2016년과 2018년에는 각각 환율이 7위안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다시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GDP에서 수출의 비중은 2006년 36%로 정점을 기록한 후 꾸준히 하락해 2017년에는 20%에도 못 미쳤다(19.8%). 중국인의 임금이 저렴했던 시대가 지났고, 저임금 노동력에 기댄 제품군 자체의 성장도 한계에 도달했다. 이를 미리 간파한 중국 정부는 진작에 수출·투자 의존적 경제 형태에서 탈피를 선언한 바 있다. 민간 소비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며 체질 개선을 도모하는 동시에, 산업을 고도화하면서 선진국과 경쟁하는 것을 넘어 아예 차세대 신(新)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별다른 기술력 없이 저렴한 인건비에 기대어 수출 주도의 성장을 하던 시대가 저물었다는 것은 한편으로 수출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고수할 필요성도 과거에 비해 줄었음을 의미한다. 이를 인식한 중국 당국도 위안화 환율을 빡빡하게 관리하려던 기조에서 벗어나, 외환의 수요·공급에 따르는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존중할 의지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이 환율을 시장에 맡기고 싶은 의사는 있지만, 자본 유출 우려 등으로 위안화를 시장에만 맡기기에는 여건이 미성숙하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위안화에 약세 압력을 가하다 보니, 최근 중국 당국의 기조는 위안화 약세를 유도한다기보다 오히려 방어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생산성 증가는 한계에 달했고 경상수지 흑자는 현저히 감소해 2018년부터는 GDP 대비 1%에도 못 미쳤다(한국은 5% 수준). 중국의 성장률도 표면적인 수치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최근 한 연구(브루킹스연구소)에서는 과세의 기초가 되는 부가가치 자료는 조작이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중국의 부가가치세 정보를 토대로 2008년~2016년 동안 실질 GDP 성장률이 연평균 2%포인트 과대 계상됐다고 추정했다. 이미 중국의 성장률이 4%대로 내려선 것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 비(非)금융 부문 부채도 위험 수준으로 증가해 이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여전하다. 경제 둔화에 대한 압박이 커진 만큼, 지준율 인하 등 통화정책도 완화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실제 위안화 약세 압력이 고조된 전년도 8월에는 자본 통제 조치를 실시하기도 했다.

다시 미국의 환율보고서로 돌아와서, 현재 미국 법령에 따르면 중국은 환율조작국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환율조작국에 해당하는 세 가지 요건 중 대미 무역흑자가 2018년 기준 4000억 달러를 초과한다는 한 가지 요건에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는 4월 환율보고서에서도 중국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명시적 규정이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엄포를 놓곤 했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눈여겨보고 있지만, 무역협상 타결을 위해 간극을 좁히려는 현재의 양국 관계를 볼 때 무리하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긴 어렵다. 이 경우 판을 깨고 다시 금융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데, 이는 내심 내년 대선을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원치 않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대미 무역흑자 줄인 한국

그렇다면 한국은? 한국은 환율조작국에 해당하는 세 가지 요건 중 기존에는 대미 무역흑자 기준과 경상수지 흑자 기준이 해당해 2가지 요건을 충족한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들어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는 데 주력해 2018년 기준으로는 대미 무역 흑자가 200억 달러 미만(179억 달러)으로 감소하면서 한 가지 요건만 해당하게 됐다. 결론적으로 시장이 주목할 이슈이지만,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필자는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 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 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1479호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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