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창조경제연구회 ‘세상을 바꾸는 토론’|교육] “창의·창조 중심으로 패러다임 바꿔야”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지식 습득보다 지식 다루는 방법 고민해야… 결과 평가하는 방식부터 개선할 필요

▎4월 4일 서울 카이스트 도곡 캠퍼스에서 열린 창조경제연구회 주최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에 대한 토론. 왼쪽부터 조영탁 휴넷 대표, 이남식 미래학회 회장,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이기원 서울대 교수, 원동연 DIA대학교 총장 / 사진:창조경제연구회
교육 혁신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원하는 지식을 찾을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 교육은 여전히 기존 지식을 외워 정답을 찾는 데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올해부터 코딩 교육을 의무화했지만, 교실에선 여전히 코딩 모범 답안을 외고 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KCEREN) 이사장은 “이제 지식은 포털사이트 검색으로 1분이면 얻을 수 있다. 지식의 양적 폭증이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 지식의 습득보다 지식을 다루는 방법이 더 유용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시대적 변화에 부응해 교육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을 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에서 정답 암기를 강요하는 교육은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뿌리 깊은 문제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디지털 유니버스 보고서’에서 인류의 지식은 2020년 44ZB(제타바이트)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44ZB는 전 세계 해변에 있는 모래알 수의 60배에 달하는 숫자다. 암기할 수 없는 방대한 지식의 시대, 창조경제연구회가 교육을 주제로 집중 토론을 벌였다. 토론에선 현행 교육 방식과 교육정책, 교육 혁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이민화 이사장이 토론을 진행했고 이남식 미래학회 회장, 원동연 DIA대학교 총장, 이기원 서울대 교수, 조영탁 휴넷 대표가 참석했다.

코딩 교육 의무화에 코딩 모법 답안 외우는 현실

이민화 이사장(이하 이민화): 4차 산업혁명 시대, 정보의 기하급수적 진화 속에서 지식 자체를 배우는 방식으로 급변하는 사회 변화에 적응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답을 외우는 기존 교육의 수명이 종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남식 회장(이하 이남식): 우리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아주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이 매일 다르게 나타나는 이른바 변화의 시대에 서 있습니다. 일각에선 지금의 초등학생이 성장하면 현재 직업의 65% 정도는 사라지고 없을 것이란 예측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미래에 합당한 교육을 고민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다만 인재상의 재정의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정답을 찾기보다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역량,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 또 소통과 공감의 역량이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교육으로 변화의 속도를 수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교육 방향은 적게 가르치고, 많이 배울 수 있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원동연 총장(이하 원동연): 지식 교육보다 인간 교육이 더 절실한 시대가 됐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문제를 발견하는 역량과 창의적 역량, 그리고 소통과 공감 역량은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한다고 봅니다. 한국 교육은 겉으론 사람과 사람 간 갈등과 이로 인해 불거지는 문제를 다루는 듯하지만, 결국엔 효율적으로 대학에 가는 시스템으로 수렴합니다. 모든 부모와 학교가 그렇게 몰고 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인간 교육을 통해서 재정립된 전인격성이 아이들을 더욱 탁월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조영탁 대표(이하 조영탁): 애플 수석 고문 출신인 존 카우치는 [공부의 미래]라는 책에서 공교육 시스템의 시작을 ‘테일러리즘’으로 보고 있는데 우리나라 교육이 여기에 부합합니다. 대량생산 체제에 맞춰진 패러다임인 테일러리즘과 같이 우리 교육은 사람을 표준화하는 데 동원됐습니다. 국어·영어·수학 과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암기고, 암기를 잘 가르쳐 시험 잘 보게 하면 좋은 학교가 됩니다. 그런데 영어·수학 그런 것들은 앞으로 기계가 다 해주는 시대가 됐습니다. 인간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더 창조적이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교육은 그런 인간을 길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 때입니다.

이민화: 4차 산업혁명 시대, 지식 습득 교육이 한계에 부딪힌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교육을 바꾸기 위해선 교육정책이 어떤지, 변화는 가능한지를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학교에서 영상 스트리밍인 유튜브 활용을 못하도록 막은 것을 보면 교육은 여전히 변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남식: 우리나라 교육 제도가 낳은 사람이 교육 혁신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교사 양성 시스템은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초·중등교육에는 참여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다시 입학시험 과목을 하나 바꾸는 것, 학교 교과목이 하나 바뀌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교육의 모든 규제는 교육청 또는 우리가 양성해낸 교사, 이 모든 것들로 인해 교육 혁신의 제약이 발생했고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렵게 됐습니다.

이기원 교수(이하 이기원): 결과를 평가하는 방식부터 손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똑같은 하나의 주제를 주더라도 학생 개인이 접근하는 방식에 따라 결과물은 반드시 다를 텐데 교육은 하나의 일관된 평가 방식만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본질이 개개인 천성을 끄집어내 사회에 기여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점수를 기준으로 어느 학교를 졸업했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가 돼야 합니다. 미국의 스탠퍼드나 MIT는 이미 점수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본성을 이해하고, 자기가 스스로 행복하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수요자 중심 교육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기술과 교육, 사회와 교육 융합해야

이민화: 공급자 중심으로 구조화한 교육 문제를 풀 열쇳말로 기술과 교육의 결합인 에듀테크(EdTech)가 꼽히고 있습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국 교육 정책 변화 중 주목해야 할 것도 바로 에듀테크의 도래와 확산이라고 봅니다.

조영탁: 미국에서 에듀테크는 클라우드 시스템이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에까지 들어가 학사 행정을 포함한 일련의 교육 학습을 전부 빅데이터로 모으는 것입니다. 이는 개인별 맞춤 학습에 활용됩니다. 영국은 연간 2조원의 예산을 에듀테크 지원에 쓰고 있습니다. 에듀테크가 맞춤별 교육을 넘어 가상현실을 통한 체험 교육 영역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에듀테크를 도입할 경우 지식 습득에 초점 맞춰져 있는 기존 교육 방식이 체험 중심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이기원: 교육과 기술의 융합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과 사회의 융합을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학생이 가져온 문제에 답을 줄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교육이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게 하고 그것을 계속 가치 있게 만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한 인재가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이민화: 모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종합하자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지식의 폭발적 증가가 기존 지식 교육에서 학습 능력 교육으로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교육은 국가 성장의 원천이 되기보다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존의 일자리가 급변하는 동시에 어느 학교를 졸업했느냐와 같은 간판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이에 교육을 수요자가 중심이 된 창조와 지식 활용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1480호 (2019.04.2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