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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삶, 삶의 기술(2) 카카오 ‘웨이고블루’ 호출료 논란] 소비자 빼고 택시·정부·대기업이 결정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승차거부 되살린 카카오가 승차거부 없는 새로운 서비스 만든 역설

▎승차 거부 없는 택시 웨이고 블루. 이 택시는 택시 요금 외에 호출비 3000원을 더 받는다. / 사진:사진 플리커
‘적정한’ 택시 요금은 얼마일까? 미터기에 찍히는 요금이 적정한 요금일까? 미터기 따위는 무시하고 승객과 직접 협상하거나 어수룩한 외국 관광객에 바가지를 씌우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적어도 미터기에 나온 대로 요금을 내고 받기만 해도 안심하고 택시를 탈 수 있는 환경이기는 하다. 하지만 미터기 요금이 운송 서비스에 대한 최적의 대가라 하기는 어렵다.

무엇이 적정 요금인가

무엇보다 이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조정되지 않는다. 금요일 ‘불금’이 마무리되는 늦은 밤, 택시 타려는 사람은 많고 택시 수는 적다고 해도 택시 요금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손님이 없어 택시들이 길가에 줄지어 서 있는 때라도 요금은 내려가지 않는다. 그리고 이 가격에 따라붙는 합당한 수준의 서비스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승객과 기사 사이에서 의견이 갈릴 것이다.

대중교통이 끊길 무렵 강남에서 저녁 술자리를 마치고 아내의 냉랭한 귀가 재촉 문자를 떠올리며 서둘러 집에 돌아가려는 당신은 길가에 늘어선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다. 택시는 드물고, 어쩌다 지나가는 택시는 장거리 손님만 찾는다. 사람은 많고, 택시는 적고, 시간은 늦었고, 갈 길은 멀다. 거듭된 승차 거부에 당신은 상처받는다. 예전 사람들이라면 이때 ‘따블~’을 외쳤을 것이고, 요즘 당신은 택시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T에서 ‘플랫폼 사용료’ 1000원을 더 내는 ‘스마트호출’ 버튼을 누를 것이다.

요즘 확실하게 택시를 잡는 방법이 한 가지 더 생겼다. 카카오가 타고솔루션즈라는 회사와 손잡고 내놓은 ‘웨이고블루’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승차거부 없는 택시’를 표방한다. 카카오의 택시 앱 카카오T는 2015년 출시 이래 국내 시장을 거의 장악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사용자가 입력하는 목적지 주소를 택시 기사들이 보고 승객을 골라 태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우리나라 택시의 오랜 악습이던 승차거부 문제를 되살린 셈이 됐다. 예전에는 승차거부가 승객 눈 앞에서 벌어지기라도 했지만, 요즘 택시 앱에서의 승차거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진다.

카카오택시는 기사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서비스다. 많은 편리함에도 카카오의 택시 호출 서비스가 소비자의 교통 편의를 근본적으로 개선했다고 보기는 힘든 이유다. 카카오T 앱에서 웨이고블루 택시를 부르면 이런 문제가 없다. 웨이고블루 호출은 택시 기사에게 목적지가 표시되지 않고, 기사는 호출을 거절할 수 없다. 좋지 않은가? 단, 3000원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웨이고블루를 발표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나와 ‘택시의 혁신’이라며 추켜세웠지만, 한편에선 반발도 이어졌다. 승차거부는 원래 불법인데 불법을 당하지 않기 위해 거의 기본 요금에 가까운 추가 요금을 또 내야 한다는 것은 소비자로서 받아들이기 힘들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진짜 가격은 정치인과 공무원이 업자와 협의해 정한 가격이 아니다. 실제 시장에서 소비자가 낼 의향이 있는 가격, 공급자가 재화나 용역을 제공할 의사가 있는 가격이 만나서 정해져야 진짜 가격이다. 앞의 불금 저녁으로 돌아가 보자면 사람들이 외치는 ‘따블’이나 택시 앱에서 누르는 스마트호출 사용료 등의 웃돈이 소비자가 진짜 낼 의향이 있는 가격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카카오택시 (현 카카오T) 앱에 목적지 입력할 때 ‘목적지+5000원’ 이런 식으로 넣으면 콜이 잘 잡힌다는 팁도 들은 적 있다.

웨이고블루의 호출료 3000원은 문자 그대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에 추가 요금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3000원’이 시장의 진짜 균형가격에 더 가까울 수 있다. 그것이 균형가격이라면 택시 요금은 그 가격이 되는 것이 맞다. 과자 가격 1500원이 비싸다면 소비자는 그 제품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시장에 가격 인하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지금 이 과자를 안 먹어서 큰일 나는 일은 거의 없다. 반면 택시 소비자는 지금 꼭 차를 타고 급히 가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다. 외박하지 않고 오늘 집에 들어가야 하거나, 중요한 미팅에 늦지 않게 가야 하는 등의 경우다. 이런 때 승객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은 평소보다 높게 형성될 것이다. 반대로 승객이 별로 없는 시간대에는 극장의 조조할인처럼 요금을 낮추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균형 가격을 소비자와 공급자가 참여한 가운데 효율적으로 찾아내고 조정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택시의 수요과 공급이 시장 원리가 아니라 정부의 규제에 따라 결정됨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현재 서울에는 총 7만3000대 정도의 택시가 다닌다. 1990년대 이후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뉴욕이나 파리보다는 많은 편이지만 출퇴근 시간이나 심야 시간 소비자의 불편을 해결하지도 못하며, 평소에는 기사가 손님을 찾지 못해 괴로운 애매한 수준이라는 것은 누구나 느낀다. 택시 요금은 정부가 결정하기 때문에 시장의 변화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시장보다는 정치적 요인을 따져 결정되곤 한다.

이런 한계는 대중교통 운영과 관련한 기술적 제약의 탓이 컸다. 다시 볼 일 없는 기사와 승객이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차량을 매개로 서비스를 주고받게 하려면 엄격한 규제와 감독이 필요했다. 그 대가로 시장 진출입의 자유나 가격 설정의 유연함을 포기한 것이다. 소비자후생도 제약됐다.

모바일 기술의 발달은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냈다. 기사들이 자유롭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하고, 수요 공급의 변화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며, 기사와 승객이 서로 평가해 행동을 조심하게끔 만들었다. 바로 우버나 리프트 같은 교통 플랫폼의 등장이다. 대중교통이나 차량 운송을 넘어선 모빌리티 산업의 탄생이다.

모빌리티 혁신 거부의 피해자는 소비자

최근 나스닥 상장한 리프트는 모빌리티 산업의 현재 모습을 잘 보여준다. 회사 가치가 200억 달러로 평가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손실이 9억 달러로 전년보다 32% 늘어 우리 기준으로는 상장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매출이 22억 달러로 두 배로 늘었고, 호출 건수는 81억건으로 76% 증가하며 튼튼한 성장세를 보인 점을 평가받았다. 무엇보다 차량 호출로 촉발된 모빌리티 혁신 흐름에 올라 탄 회사라는 점이 기대감을 높였다. 우버나 리프트 같은 회사는 차량뿐 아니라 자전거나 스쿠터 사업 등을 시작며 교통과 이동의 모든 것을 효율화하려 하고 있다. 이들의 혁신으로 교통 효율은 높아지고 소비자후생은 커졌다. 이는 소비자에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에서 비롯됐다. 택시, 고급 리무진, 합승, 카풀, 자전거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교통 소비자의 필요를 채우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가격이 비싼 서비스도, 가격을 낮춘 서비스도 나왔다.

웨이고블루의 문제는 요금 3000원이 추가됐다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억누른 채 기존 택시 사업자와 규제권을 가진 정부 기관, 이들과 연결된 대기업이 손잡고 내놓았다는 점이 문제다. 카풀이나 버스 공유 등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스타트업은 각종 규제와 실력 행사로 손발을 묶고, 기득권자들이 서비스 방식과 가격을 결정해 자기들만 사업하는 것이 합당하냐는 것이다.

웨이고블루를 내놓은 타고솔루션즈는 서울 지역 50여 개 법인택시회사가 참여한 택시운송가맹사업자다. 플랫폼택시 협력 등의 합의를 발표한 사회적대타협기구에 소비자 대표는 없었다.

1480호 (201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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