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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말기 암 환자의 가족갈등 극복] 면피용 치료 피하되 생존의 이유 찾아라 

 

생존기간과 삶의 질 중 하나 선택해야... 반년만 살더라도 생활습관 바꿀 필요

▎서울아산병원에서 직장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그녀의 시아버지는 올해 팔순이다. 그간 아픈데 없이 잘 지내셨는데, 한 달 전 건강검진에서 담낭 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최근 소화가 안 되고 체중이 좀 줄었다고 했지만, 가족 누구도 암을 예상하진 못했다. 오히려 체중이 감량돼 더 건강해졌을 거라는 덕담이 오갔다. 갑작스런 암 진단, 그것도 6개월 생존이라는 진단은 가족 모두를 공황상태로 만들었다.

그녀는 막내며느리다. 의사인 남편에게는 의사 형과, 남편이 의사인 누나가 있다. 암 진단 이후 주말이면 삼남매가 시댁에 모여 대책을 의논한다. 그런데 의견이 제각각이다. 누나는 서울 최고 병원으로 옮겨 항암치료를 했으면 한다. 형은 부모님과 형이 거주하는 가까운 병원에서 모든 치료를 하자고 한다. 남편 의견은 완전 다르다. 초기이면 모르지만, 이미 말기상태이고 아버지의 나이와 체력을 고려할 때 항암치료는 불가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음식과 생활습관을 개선하면서 도움이 되는 치료방법을 모색하자고 한다. 시어머니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자식들 눈치만 본다.

치료 방법 놓고 가족 사이에 의견 엇갈려

시아버님은 평생 깔끔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술·담배는 입에 댄 적이 없고, 평소 운동도 열심히 했다. 자신에게 엄격하면서도 주변을 잘 살펴 도움을 준 적이 많았고, 가족에게도 훌륭한 아버지였다. 그런 사람에게 왜 이런 시련이 왔을까, 정말 마음이 아프다. 가족 모두 아버지를 위해 많은 제안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제안들이 정말 그를 위한 최선일까. 자식의 도리를 다하고 싶은, 그들 입장에서의 최선은 아닐까.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가 없을지 그녀는 정말 혼란스럽다.

암은 전신질환이다. 종양은 증상에 불과하다. 암은 1㎤이 돼야 건강검진에서 발견된다. 이때가 1기 암이다. 암은 1㎣이 될 때까지 5~10년 걸린다. 이때까지 큰 문제가 없다. 면역체계에 의해 제거된다. 암이 더 커지려면 영양공급을 위해 신생혈관이 필요하다. 혈관이 생기면 암세포가 급성장한다. 암세포는 급조한 부실건축물이다. 산성, 저산소, 염증 환경을 좋아한다. 몸이 산성일 때 잘 자라고, 저산소에서 살아남는다. 만성염증에서 면역체계는 약해지고 혈관신생이 촉진된다. 암세포는 발견될 때 이미 75% 미세 암 전이가 된 상태다.

암은 대사성질환이다. 고혈압·당뇨병처럼 생활습관이 원인이다. 암은 영양 불균형에서 온다. 현대인은 가공식품과 인스턴트를 좋아한다. 탄수화물 위주의 고칼로리와 저영양소 음식이다. 암세포에는 인슐린수용체가 10~100배 있다. 당분을 빨아들여 급성장한다. 암은 환경독소에서 온다. 살충제·제초제·방부제·인공조미료가 넘친다. 술·담배·미세먼지·중금속 등 발암물질이 넘친다. 암은 스트레스에서 온다. 건강검진에서 말기 암 진단을 받으면 당황한다. 몸에는 미세 암이 늘 존재한다. 수술·충격·과로 등 스트레스 상황에서 면역기능이 약해질 때 암세포가 확 퍼진다.

암은 종류와 병기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1, 2기는 표준치료가 중요하다. 표준치료는 50여 년 간 검증된 치료다. 수술·항암제·방사선치료로 요약된다. 1, 2기에서 5년 생존율이 90%를 넘는다. 주저하지 말고 병원치료를 받는 게 좋다. 항암제는 빠르게 자라는 세포를 공격한다. 머리털·점막·골수세포에 치명적이다. 심각한 부작용은 위장장애와 무기력이다. 부작용이 무서워 치료를 피하는 것은 어리석다. 1기라도 방심하면 안 된다. 수술은 전이의 가장 큰 원인이다. 전이 암은 독하다. 치료에 내성이 강하다. 수술 전부터 면역강화를 위해 식사·수면·운동·스트레스 관리에 노력해야 한다.

3, 4기에서 5년 생존율은 50% 이하다. 자가 치유능력을 키워야 한다. 승산이 있으면 총 공격을 하고, 승산이 없으면 공존해야 한다. 통합적 치료가 중요하다. 표준치료와 대체요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표준치료는 쉽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치료다. 정확한 근거와 지침이 있다.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 대체요법은 어렵다. 나를 방어하는 치료다. 정확한 근거도 지침도 없다.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온열치료, 고압산소치료, 면역강화주사, 저용량항암치료, 면역세포치료, 각종 보충제 등이 있다. 대체요법 선택의 네 가지 기준이 있다. 근거가 있는가? 효과적인가? 경제적인가? 접근이 용이한가?

감정은 암을 일으키는 강력한 원인이다. 동시에 암을 소멸시키는 강력한 요소다. 암의 원인은 깊이 박힌 부정감정이다. “왜 하필 내가 암에 걸렸는가?” 분노와 후회, 좌절과 불안은 암 진행을 가속시킨다. 긍정감정은 몸을 치료한다. “암이 내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사랑과 수용, 봉사와 희망은 암 진행을 멈추게 한다. 울음은 치유능력을 가진다. 크게 흐느끼는 순간, 긴장이 완화된다. 눈물에 엔도르핀과 같은 물질이 들어 있다. 웃음은 치유능력을 가진다. 크게 웃는 순간, 걱정이 사라진다. 웃음은 면역체계를 증진시킨다. 분노도 치유능력을 가진다. 분노를 암으로 향해, 암세포를 죽이는 에너지로 써야 한다.

말기 암 환자를 위한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당황하지 말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이제 반년 정도 남았다”는 말에 속지 말자. 서두르지 말자. 5~10년 동안 진행된 암이 발견된 것이다. 당장 치료를 안 해도 된다. “주변 정리를 하는 게 좋겠다”는 말에 속지 말자. 포기하지 말자.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게 아니다. 반드시 낫는다는 믿음을 가지면 반은 이긴 것이다. “말기 암은 못 고친다”는 말에 속지 말자. 고정관념을 버리자. 말기 암도 낫는다. 서울대 병원장을 지낸 한만청 교수는 말기 암에서 살아남았다. “누구나 발현 안 된 암세포가 있다.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

둘째, 전략적으로 싸우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패하지 않는다. 착각하지 말자. 말기 암은 5년 생존율이 처참하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에 매달리지 말자. 위로용이나 면피용 치료는 안된다. 목표를 분명히 하자. 항암제는 생명연장만 보장한다. 생존기간이나 삶의 질 중에 하나를 선택하자. 끝장 보는 치료는 안 된다. 방어와 공격을 아우르자. 암을 죽이려다 내가 죽을 수 있다. 내가 약해지면 암이 강해지고, 내가 강해지면 암이 약해진다.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고창순 교수는 세 번의 말기 암을 이겨냈다. “항암제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버려야 한다. 대체의학은 검증은 안됐지만 훌륭한 보조치료다.”

물 많이 마시게 하고 운동으로 땀 흘리게 도와야

셋째, 체질을 바꾸자. 암은 유전자 변형에서 오고, 생활습관은 유전자를 바꿀 수 있다. 좋은 식사를 하자. 수많은 식이요법이 있다. 거창하게 시작하면 중도 하차한다. 반년 산다고 해도 평생 실천하는 방법을 찾자. 예외를 두면 안 된다. 나쁜 독소를 빼자. 수많은 해독치료가 있다. 물을 많이 마시면 좋다. 땀 흘리는 운동을 매일 하자. 장 건강이 중요하다.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자. 행복호르몬은 암세포를 이긴다. 절대 희망을 버리지 말고, 살아야 될 이유를 찾자. 철학자 김형석은 백세 인생을 이렇게 정리한다. “고달팠지만 행복했다, 행복을 줄 수 있어 행복했다.”

※ 필자는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1481호 (201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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