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부자로 가는 마법의 황금열쇠, 복리 

 

시간이 흐를수록 수익에 가속도 붙는 속성… 크게 잃지 않아야 빨리 만회할 기회 생겨

▎사진:© gettyimagesbank
‘내가 지금까지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에서 좋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는 것과 복리(複利) 덕분이었다. 나의 자녀들과 나는 이른바 ‘자궁 로또(ovarian lottery)’에 당첨된 것이다(1930년에 미국에서 신생아가 태어날 확률은 30대 1이었다. 내가 백인 남성이라는 사실은 당시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직면해야 했던 장벽을 넘어 서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워런 버핏이 자기 재산의 99% 이상을 사회에 환원할 것을 약속하는 ‘기부 서약서’에서 밝힌 자신이 부자가 된 비결이다. 그는 ‘좋은 유전자’ 즉 ‘자궁 로또’와 ‘복리’를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이유로 꼽고 있다.

소득의 80%는 출생지가 결정

부의 축적에서 운은 절대적인 요소 중 하나다. 만일 버핏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자본시장을 가진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오늘날의 부를 축적할 수 있었을까. 아프리카의 나아지리아에서 출생했다면, 그가 축적한 부는 가능했을까. 불평등 연구의 권위자인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한 사람의 부의 크기를 설명하는 변수 중 가장 큰 것을 ‘국적(國籍)’이라고 말했다. 출생지가 전 세계 소득 다양성의 80% 이상을 결정한다는 것. 우리는 흔히 자신의 노력으로 부를 축적했다고 믿지만 사실은 신의 주사위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기부 서약서를 보면 버핏은 어느 누구 보다도 이 점을 명료하게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운과 달리 복리는 우리의 노력으로 가능한 영역이다. 버핏은 여섯 살 때부터 돈을 모았고, 12살 때 그 동안 모은 120달러로 첫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청소년기에는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신문을 꼼꼼히 읽고 배달을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고등학교 때 농장을 매입해서 임대사업을 했다. 그는 아주 어려서부터 돈을 벌었고, 모았고, 투자를 했다. 시간과 수익이 만나 복리의 향연이 펼쳐졌던 것이다.

일류 투자가들은 모두 복리 예찬론자들이다. 복리는 말 그대로 이자에 이자가 붙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을 말한다.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4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시간이다. 그것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1억원을 연수익률 10%로 운용할 경우, 10년 후에는 2억6000만원이 되지만 50년 후에는 117억원이 넘는다. 복리는 뒤로 갈수록 가속도가 붙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버핏을 예로 들자면, 12세부터 지금 89세까지 무려 78년이라는 기간 동안 복리로 재산을 불려온 셈이다.

둘째, 중간에 자금을 인출하면 안 된다. 버핏은 자신의 스승 벤자민 그레이엄이 은퇴를 하자 고향으로 돌아와 투자조합을 만들었다. 운용 실적에 따라 성과 보수를 받았는데, 그는 한푼도 인출하지 않고, 계속 재투자했다. 필요한 생활비는 따로 주식투자를 해서 벌었다. 그 돈이 바로 버크셔 헤서웨이를 인수한 종잣돈이었다. 왜 그는 돈을 하나도 빼지 않았을까. 돈을 빼는 순간, 복리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발생한 이자나 수익을 인출하지 않고, 계속 재투자해야만 한다.

셋째, 적정 수익률이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연 2%의 예금으로 돈을 굴린다고 하더라도 복리 효과를 제대로 얻을 수 없다. 연 2% 복리인 경우, 1억원이 10년 후에는 1억2190만 원 정도가 된다. 50년을 굴려도 2억7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만일 수익률을 5%로 끌어 올리면, 10년 후에는1억6300만원, 50년후에는 11억4674만원가량 된다. 단 3%의 차이가 이렇게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 말까지 예금 금리가 연 10%를 넘었다. 시장에서 행상하는 할머니가 젊어서부터 악착같이 돈을 모아 건물을 매입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던 시절이었다. 30년을 연 10%의 복리로 굴리면, 1억원은 17억4494만원이 된다. 그것도 안전한 예금만으로도 이런 부를 쌓아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일은 불가능해졌다. 우리나라도 경제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저축만으로는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넷째, 투자로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한 번이라도 크게 잃어서는 안 된다. 재무설계법칙 중에 ‘-50%=+100%’라는 것이 있다. 2000만원을 투자했는데 -50%의 손실을 입었다고 해 보자. 그럼 투자 원금은 1000만원으로 쪼그라든다. 그럼 원금 2000만원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몇 %의 수익률을 올려야 할까. 50% 수익률을 기록하면 1500만원 밖에 안 된다. 흔히 말하는 더블을 쳐야 한다. 크게 잃으면 방법은 단 한 가지이다. 바로 물타기이다. 그러나 예를 들어 주식의 가격이 더 하락하면, 물타기는 매우 위험한 전략이 돼 버린다. 따라서 처음부터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설사 잃더라도 조금만 잃어야 한다. 그래야 빨리 만회하고 다시 복리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짧은 상승기에 수익 챙겨야

손실 측면에서 투자는 리그전이 아니라 토너먼트에 가깝다. 월드컵 경기의 경우, 조별 예선은 리그전이지만 8강부터는 토너먼트다. 리그전에서는 한 번 지더라도 다음 경기를 잘 하면 된다. 하지만 토너먼트에서는 단 한 번의 패배는 탈락을 의미한다. 공격만 잘 해서만 우승컵을 절대 손에 넣을 수 없다. 뛰어난 수비수나 강고한 수비 전략이 없는 팀은 절대 우승할 수 없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이다. 코리안 시리즈와 같은 단기 승부에서는 에러 1~2개가 승부를 가른다. 수비력이 견고해야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다.

복리효과라는 측면에서 투자는 승자의 게임이 아니라 패자의 게임에 가깝다. 지지 않으면, 다시 말해, 잃지 않으면 언젠가는 돈을 벌게 되어 있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이것은 운의 영역이다. 주식시장이 대표적이다. 주식에 투자해 얻는 수익률의 80~90%는 전체 투자기간의 2~7% 밖에 되질 않는다고 한다. 샌포드 번스타인&컴퍼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26년부터 1993년까지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60개월 간은 평균 수익률이 11%였다. 하지만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60개월은 전체 기간의 7%에 불과한 짧은 기간이다. 만일 이 7%의 기간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수익률은 형편없을 것이다. 이 시기를 맞출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한두 번은 몰라도 지속적으로 맞추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인간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략은 잃지 않으면서 버티다 상승하는 시기가 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익을 챙기면 된다. 물론 이것도 결코 쉽지는 않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운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시장에 대해 겸손함을 유지하면서 잃지 않으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복리의 힘이 내게 유리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다.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리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1482호 (2019.05.06)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