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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개인투자자가 명심할 인생의 4대 리스크 

 

손실·인플레이션·건강·장수 리스크 유의… 예방의학처럼 위협요인 미리 대비해야

▎사진:© gettyimagesbank
투자는 예방의학과 비슷한 면이 있다. 예방의학은 치료의학과 달리 질병의 예방에 초점을 맞춘다. 마찬가지로 투자에서도 자산을 망가뜨리는 질병과 같은 것을 사전적으로 막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100% 막을 수는 없다. 아무리 식이요법과 운동을 하고 금주·금연을 하더라도 모든 병을 막을 수 없듯이 말이다. 중요한 것은 확률이다. 미리 예방하면 발병 확률을 줄일 수 있듯이 자산관리에서도 사전적으로 위험요인을 제어하면 실패 확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인체에 병이 있다면, 투자에는 리스크(Risk)가 있다. 리스크를 하나로 정의하기란 어렵다. 학자마다, 투자자마다 리스크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리 방법이 다르다. 기본적인 것은 현대금융이론의 시각이다. 여기서는 변동성을 리스크로 본다.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리스크로 보는 것이다. 이런 개념을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가 펀드매니저 평가이다.

적립식, 자산배분, 저가 매수 전략 펴야

펀드매니저의 투자성적표를 매길 때, 많이 쓰는 방법이 지수 대비 초과 수익 여부다. 지수(인덱스)는 일종의 시장수익률이다. 저비용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돈을 넣어두면, 별다른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이다(이를 ‘수동적(패시브) 투자’라고 한다). 이와 달리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경우에는 수동적 방법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것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 지수 대비 얼마나 돈을 벌었느냐, 즉 시장 대비 초과 수익 여부를 가지고 펀드매니저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 리스크에 대한 이런 시각은 금융시장에서 주류이지만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그리 효용성이 높지 않다. 지수보다 더 많이 벌었다 하더라도 최종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지수가 10% 하락했는데 내 투자 원금이 5% 손실이 났다고 해서 만족할 투자자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현대금융이론의 리스크에 대한 이해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주로 활용되는 곳이 연기금과 같은 대형 투자가들이나 학문의 영역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인 입장에선 좀 더 접근하기 쉽고 현실적인 리스크 대응책이 필요하다. 게다가 연기금이나 대형 기관투자가들처럼 개인투자자는 매년 성과를 평가 받지 않는다. 예를 들어 1, 2년 돈을 잃었다 하더라도 3년 후 한번에 다 만회하면 된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은 자신의 삶 전반에 걸쳐서 제기되는 리스크를 고민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먼저 돈의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할 리스크다. 크게 ‘손실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생각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의 성과 평가의 기준은 손실 여부가 돼야 한다. 손실이 곧 리스크다. 손실은 가격의 변동성 때문에 발생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가격이 오르는 상향 변동성보다 가격이 내리는 하향 변동성이 중요하다. 가격 변동성에 따른 손실에 대비하는 방법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주식처럼 변동성이 큰 자산을 아예 사지 않는 방법이다. 예금이나 안전한 국채에 넣어두고 이자를 받는 게임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방법은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해서는 전혀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 적립식으로 투자 시점을 나눠 투자하는 것이다. 적립식 투자의 최대 장점은 주가 하락기에도 주식을 매입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투자 시점을 잘못 선택해 투자에 실패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립식 투자법은 쉬우면서도 강력한 리스크 관리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자산배분을 하는 것이다. 국내와 해외로, 주식과 채권으로 나눠 투자하는 것이다. 이 때 핵심은 가격 움직임이 같은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 즉 상관계수가 낮은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주식과 채권이고, 원화와 달러화이다.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의 위대한 성과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넷째, 가치투자자들이 즐겨 쓰는 방법 중 하나로 싸게 사는 전략이다. 싸게 사면 시장 전반이 하락해도 주가가 덜 떨어지게 되므로 충분히 안전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을 제외하고 어느 방법이 우월한가라고 얘기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 투자에선 나머지 세 가지 방법을 혼용하는 경우가 많다. 싸게 사는 전략을 취하더라도 한번에 매입하지 않고 나눠 사거나 자산배분을 하면서 가치투자 전략을 활용하는 식이 일반적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편안하고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경제가 1%라도 성장하는 한, 그리고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는 한, 어느 누구도 물가상승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뛰어난 경제학자이자 투자가였던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인플레이션은 보이지 않는 세금’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시간과 인플레이션이 만나면, 현금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한 자산에 투자하는 것뿐이다. 이런 대표적인 자산이 부동산과 주식이다. 특히 내 집은 주거 안정성과 재산 가치 그리고 인플레이션 헤지 차원에서도 마련하는 게 올바르다.

인적 자본의 손실에 대한 보호 장치도 필요하다. 질병 등으로 더 이상 노동력을 제공할 수 없으면, 소득 단절에 직면하게 된다. ‘건강 리스크’에 대해 지금까지 인류가 고안해 낸 유력한 금융 시스템이 보험이다. 지금은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에 보험가입 전략도 좀 더 세심할 필요가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60세 이후에 평생 의료비의 절반 이상을 지출한다. 75세 이후인 후기 고령기로 갈수록 지출 금액은 더 늘어난다. 따라서 보장성 보험을 이용할 때는 수명이 늘어난 만큼 보장 기간도 충분히 길게 가져가야 한다.

수명 연장으로 ‘장수 리스크’에 대한 깊은 고민도 요구된다. 죽음은 원천적으로 불확실하다. 우리가 얼마나 오래 살지, 또 언제 죽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확한 수명 예측과 사망 시점 선택을 할 수 있으면, 수많은 불확실성에서 단박에 벗어날 것이다. 인생의 가치나 사명과 같은 주관적 영역을 제외하고 순수하고 돈의 관점에서만 장수 리스크를 바라보면, 그 해법은 명료하다. 죽을 때까지 현금흐름이 나오면 된다. 그것이 연금이든, 임대료이든, 주식 배당이든 상관없다. 죽을 때까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나에게 매월 일정액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자산이면 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런 자산이 인플레이션 헤지까지 해 준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실패가 치명타 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장수 리스크에 대비한 은퇴설계의 핵심은 현금흐름이 나오는 다양한 자산을 모으는 것이다. 국민연금과 공적연금, 세제혜택이 있는 연금저축계좌와 같은 사적연금 그리고 주택연금은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연금이다. 이 외에도 장기 배당이 가능한 부동산 펀드나 리츠, 배당주 등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부동산 임대사업도 가장 고전적인 현금 흐름 확보 수단 중 하나다. 물론 입지 분석이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투자의 세계란 이정표가 분명한 탄탄대로가 아니다. 불확실성의 바다를 헤쳐 나가는 항해와 같다. 사전에 발생할 위험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 그래도 우리는 때로 실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실패가 회복 불가능한 치명타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리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1483호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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