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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23) 신창섭 트위터코리아 대표] 트위터는 1020세대 놀이터이자 배움터 

 

한국 열성 이용자의 48%가 30세 미만… “케이팝과 트위터의 궁합 잘 맞아”

▎사진:김현동 기자
“가장 평등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트위터입니다. 이 점에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잘 맞는 미디어죠. 대화형이라 팔로우를 하면 셀럽과도 일대일 대화를 할 수 있어요.” 신창섭 트위터코리아 대표는 “북미 정상회담 당시 저도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미스터 프레지던트,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잊지 말라’고 트윗을 했는데 그가 봤을 확률이 있다”고 말했다. “트위터는 퍼블릭 플랫폼으로 페이스북 등 SNS와 달리 공개 대상 범위를 따로 설정하게 돼 있지 않습니다. 일종의 회사 정책이죠.”

트위터는 가입을 할 때 자신의 트윗을 다른 데 이용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동의를 받는다. 트위터 측은 이렇게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올린 트윗을 네이버·카카오 등에 판매한다. 데이터 비즈니스다. 구글도 네이버 비공개 카페에 올린 글은 접근이 안 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스마트폰 메이커 같은 일반 기업도 이 데이터를 살 수 있다. 이렇게 구매한 것에서 스마트폰 관련 트윗이나 특정 스마트폰 브랜드에 대한 멘션만 추려서 볼 수 있다. 트위터는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의 매출(9억900만 달러)을 올렸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했다. 이 기간 순이익률은 28%에 달했다. 광고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이다.

케이팝 트윗이 2018 월드컵 압도

최근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2관왕을 차지한 방탄소년단의 계정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트윗된 계정 1위에 등극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마음에 들어요’를 받은 트윗도 이들 것이었다. 지난해 케이팝과 관련해 사람들이 날린 트윗은 세계적으로 53억건에 달한다. 기간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세계인의 축제’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세계인이 발신한 트윗(6억건)보다 9배 가까운 수준으로 많다. “케이팝은 아시아산으로서 글로벌 콘텐트가 된 첫 사례입니다. 트위터와 궁합이 잘 맞는 콘텐트이기도 하죠. 케이팝 아티스트가 트위터를 잘 활용하면 팬덤을 확충할 수 있어요. 트위터를 통해 아티스트는 팬을 늘리고 팬들은 이들과 직접 소통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기 때문이죠.”

그는 케이팝 아티스트들은 트위터의 좋은 콘텐트 파트너일뿐더러 라이브 방송을 통해 트위터와 광고 수익 등도 함께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아티스트는 전 세계 트위터 사무실에 있는 스튜디오 트위터 블루룸을 찾아 작은 공연도 하고 트위터상에서 팬들과 인터뷰도 한다. 지난해 34개 아이돌 그룹이 이런 목적으로 트위터코리아 블루룸을 방문했다. 지난 3월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이자 CEO가 방한했을 땐 그룹 갓 세븐이 블루룸을 찾았다. 몇 시간 만에 110만 명이 트위터에서 이들의 공연을 지켜봤다. 온라인 결제 서비스 업체 스퀘어의 CEO도 겸하고 있는 도시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두 업체를 경영하는 하드 캐리(갓 세븐의 히트곡)를 하고 있다”고 조크를 했다.

트위터가 1020 세대 덕에 재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나요?

“한국에서는 확실히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열성 이용자의 48%가 30세 미만이죠.”

왜 10~20대가 트위터에 몰리나요?

“1020은 내세울 게 별로 없습니다. 30대는 돼야 직장도 생기고 실명으로 자랑할 거리도 생기죠. 한편 우리 사회가 많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학교 등에 권위주의적 요소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실명으로 하는 건 부담이 되죠. 지난해 사회 분야에서 가장 많이 트윗된 키워드가 ‘스쿨 미투’입니다. 한국 사회의 젠더 갈등을 푸는 토론의 장으로 활용된 셈이죠.”

잭 도시 CEO는 한국을 찾았을 때 트위터의 이런 익명성이 표현의 자유를 신장함으로써 사회 발전의 원동력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 대표는 “트위터는 실명도 실친(실제 친구)도 없는 자유 세계”라고 귀띔했다. “비실명·비실친 기반인 트위터를 통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우리나라가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국내에서 트위터가 진보 진영의 진지 구실을 한다고 보나요?

“진보 진영 쪽 사람들의 사용량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보다 기술 트렌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트위터로 모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례로, 모바일을 기준으로 할 때 트위터는 IOS 디바이스 사용자가 40%에 육박합니다. 우리나라는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가 약 75%거든요.”

익명성은 양날의 검이다. 순기능도 있지만 폭력·무고·비난 등에 악용될 수 있다. 트위터 측은 인공지능(AI)·머신러닝 등의 기술로 트윗의 패턴을 분석해 이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신 대표는 “일례로 얼굴의 반쪽만 올리는 경우 삭제하지는 않지만 하단으로 내리는 등 노출을 제한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트위터를 사용해야 할 이유를 찾으려 고민 중입니다. 대체재가 없는 트위터만의 용도 같은 거죠. 앞으로도 키워드는 실시간, 대화형, 공공재적 성격이 될 거예요.”

익명성의 역기능도 문제지만, 어쩐지 검열자로서의 빅 브라더가 연상되는데요?

“내부자가 임의로 삭제하는 일은 없습니다. 자칫 소송을 당할 수도 있고요. 회사의 미래가 걸려 있어 시간이 걸리지만 신중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아닐 말로 가짜 뉴스가 판친다면 그 플랫폼에 사람들이 남아 있겠습니까?”

트위터는 미디어인 게 맞나요?

“확실한 미디어입니다. 플랫폼을 제공하는 트위터사가 자체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을 뿐 앱도 뉴스 서비스로 등록이 돼 있죠. 지난 4월 강원도 산불 같은 재난이 생기면 일반 미디어보다 SNS를 통한 전파가 더 빨라요. 2017년 포항 지진 때도 SNS서 사진·동영상을 본 기자가 달려가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트윗을 140자 이내로 써야 하는 건 제약인데요?

“알파벳 사용 언어권은 280자, 한·중·일은 140자입니다. 우리나라는 140자를 채우는 트윗량이 많지는 않지만 글 중시 문화가 있죠. 관련 데이터로 뒷받침해 연내 280자로 늘려 보려 합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트위터 입문을 권하겠습니까?

“한두 가지 확실한 관심사가 있는 사람입니다. 등산·케이팝·정치 같은 것들이죠. 가입할 때 관심사를 입력하게 돼 있는데 이를 근거로 AI가 팔로우할 만한 계정을 추천합니다. 트위터는 말하자면 군사 마니아 같은 덕후들의 플랫폼이에요. 시니어라면 자신의 관심사를 모니터링하기에도 좋습니다. 세계적인 트렌드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죠.”

광고주에겐 어떤 유용성이 있나요?

“세계적으로 트위터 만한 리얼 타임 플랫폼이 없습니다. 케이팝이 그렇듯이 잘 만들어진 콘텐트를 올리면 미디어 효과를 톡톡히 거둘 수 있어요. 크리에이티브하거나 사람들이 와 할 만한 재미를 담는 게 조건이죠. LG가 배터리가 오래가는 노트북의 광고 카피를 ‘개오래가네’라고 해 재미를 봤습니다. 다른 매체 같으면 대뜸 장난하냐고 했겠지만 대박이 났죠. 요즘 구매 의사결정을 1020이 하는 것도 기업들이 트위터에 주목하는 배경입니다. 5~10년 후 사회의 전면에 나설 이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죠.”

1484호 (201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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