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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3분기에나 원화 가치 방향 전환할 듯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원·달러 환율 약세 이어져… 자동차·호텔·레저 업종 수혜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어진 모습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4월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언급이 없어 추가 완화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 그 즈음에 나온 경제지표도 당분간 금리 인하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사실만 보여주었다. 1분기 미국의 성장률이 3.2%를 기록했고 ,4월 실업률은 반세기만에 처음 3.6%로 내려갔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기는 힘들다.

시장이 금융완화와 경기 중 어떤 쪽에 반응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주가가 달라진다. 금융완화에 힘입어 주가가 현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앞으로 계속 역할을 하긴 힘들다. 10년 가까이 저금리를 유지한 덕분에 투자자들이 낮은 금리에 익숙해져 영향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경기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건 높은 성장이 지속된다는 전제에서만 성립할 수 있는 얘기인데, 이 가정이 실제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다. 1분기는 그 전제가 들어맞았지만 2분기는 상황이 만만치 않다. 시장에서는 2분기에 경제지표가 기대에 못 미칠 걸로 보고 있다. 사상 최고치를 넘은 이후 미국 시장의 상승 탄력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신경이 쓰인다. 4월 중순 이후 미국 시장이 옆으로 누운 상태인데, 앞으로 어떤 변수에 반응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국내 경기 부진하고 경상수지 악화

우리 시장 입장에서 미국 주식시장이 어떻게 되느냐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힘입어 종합주가지수가 2250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뚫고 상승하는 동안에도 우리 시장은 2250을 회복했다 다시 후퇴하는 과정만 반복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 시장 내부 여건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 시장이 약해질 경우 우리 시장은 하락이 불가피해진다.

원·달러 환율이 1170원대까지 상승해 2017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외환시장이 1115원으로 시작됐으니까 넉달 사이에 원화가 5% 가까이 절하된 셈이 된다. 저항선인 1150원이 뚫리자 상승이 빨라져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이전과 다른 모습이 됐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건 달러 강세 요인과 원화 약세 요인이 한꺼번에 겹쳤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좋고 유가가 상승한 게 달러를 강하게 만들었다면, 국내 경기 부진과 경상수지 악화는 원화를 약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달러 강세는 조만간 멈출 수 있지만, 원화의 방향 전환은 3분기나 돼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환율은 두 가지 형태로 주가에 영향을 준다. 하나는 기업 채산성에 미치는 영향이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에서 1200원이 될 경우 수출 기업의 제품 가격은 앉은 자리에서 10% 정도 오르게 된다. 물론 원자재를 들여올 때 과거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원자재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이를 가공해 팔 때 생기는 매출액이 더 크기 때문에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다. 내수 기업은 반대다. 해외에서 원자재를 들여다 물건을 만들어 국내에 팔 경우 원자재를 사는 데 더 많은 돈이 들어가 불리하다. 비용이 증가하는 만큼 제품 가격을 올리면 되지만 그럴 능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 환차손도 생각해야 한다. 기업들이 외화 자산보다 외화 부채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오를 경우 환차손이 발생한다. 시장 내적으로는 외국인 매수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 주가와 환율에 의해 외국인의 투자 수익이 좌우되므로 원화가 강세일 때 매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는 이런 분석과 전혀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일 때보다 1100원일 때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더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화는 우리 경제가 좋을 때 강세가 된다. 원화 강세가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경기가 좋은 부분이 이를 압도해 결과적으로 원화가 강할 때 주가가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가장 최근의 예로 2006년에 원·달러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내려왔는데 그 사이 종합주가지수는 700에서 2000까지 올랐다. 주식시장이 초보 수준이었던 1980년대 3저 호황기에도 원화가 850원에서 600원대로 내려오는 동안 주가가 150에서 1000까지 상승했다.

환율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과 다르기 때문에 환율에 대한 접근은 종목별로 하는 게 좋다. 업종별로는 일관된 모습이 나오기 때문이다. 원화 약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은 자동차다. 국내 자동차의 품질이 선진국과 맞먹을 정도로 좋아지면서 가격의 중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직전 700원대에 머물던 원·엔 환율이 금융위기 직후 1400원 대로 올라오면서 현대차 주가가 30만원을 돌파했던 게 좋은 예다. 지난 두 달 사이에도 기아차의 주가가 50% 가까이 상승하는 등 다른 어떤 업종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도 환율의 영향력이 한몫을 했다. 그 다음은 호텔과 레저 업종이다. 원화가 약할수록 해외 방문객이 늘어나 이익이 증가한다.

환율과 함께 눈길을 끈 게 반도체 주식이다. 1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주가가 별로 하락하지 않았다. 지난해 2분기에 D램 가격이 고점을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하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월 말 현재 PC용 디램 대표 제품(DDR48Gb)의 계약가격이 4달러까지 내려왔다. 지난해 2분기에는 8.2달러였다. 4월에도 12% 떨어진 걸 포함해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제품 가격이 50% 넘게 하락했다. 제품 가격 하락에 비해 주가는 안정적이었다. 4월 17일 고점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4% 정도 하락하는데 그쳐 종합주가지수 하락율을 약간 밑돌았다. 반도체 경기가 한 번 꺾일 경우 주가가 단기에 50% 이상 하락하고 다시 상승하는 데까지 몇 년이 걸리던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증시 되돌릴 만큼 반도체 경기 좋지 않아

반도체 경기에 대한 주가 반응이 달라진 건 앞으로 전망이 괜찮을 거란 기대가 있어서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는 8주 정도의 생산 물량이 재고로 남아있다. 부담되는 양이 아니며 3분기에는 재고가 정상으로 돌아올 걸로 전망되고 있다. 반도체 공급 업체가 줄어들면서 공급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과거보다 향상된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생산라인 최적화를 통해, SK하이닉스는 신규 증설을 미뤄서, 미국의 마이크론은 5% 감산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반도체 주가의 향배는 종합주가지수를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주가가 2250까지 오르는 동안 외국인 매수의 90% 이상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에 몰린 걸 보면 반도체의 중요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가 하락을 막는 역할을 했지만 주가를 상승으로 바꿀 정도는 아니다. 삼성전자 주가 5만원은 분기당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날 때 만들어진 주가다. 업황이 개선되더라도 당장 이 이상의 이익을 내긴 힘들다. 주가는 이익의 영향을 받아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1484호 (201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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