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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기습 발표 그 후] 서울 집값 못잡고 수도권 집값만 잡을라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3기까지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 계획… 주민 반발, 공급 과잉, 교통 대책 지연 ‘산 넘어 산’

“(발표) 안 할 줄 알았어요. 집값 불안이 가시고 안정세여서 굳이 추가 발표할까 싶었습니다. 뜻밖인데요.” 지난 5월 7일 정부의 ‘제3차 신규 택지 추진계획’ 발표에 대한 한 전문가의 반응이다. 정부는 지난해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주택 30만 가구 공급 방안을 세우고 세부 계획을 1, 2차에 걸쳐 발표했다. 나머지는 올해 상반기 안에 발표키로 했다. 업계와 시장은 발표 시한인 6월께 나올 것으로 봤다. 집값 불안 진원지인 서울 집값이 지난해 말부터 계속 하락세여서 정부가 마지막 발표를 할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이번 발표는 ‘기습’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게 갑작스레 이뤄졌다. 정부는 발표 전날로 어린이날 대체공휴일인 5월 6일 저녁 때 기자들에게 발표 계획을 알렸다. 여기다 철통 보안이었다. 5월 7일 오전 10시 발표 시점까지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이 신도시에 들어가리라곤 거의 예측하지 못했다. 업계와 언론 등이 예측한 유력 후보지는 광명·시흥이었다.

집값 반등 조짐에 조기 발표

정부가 발표 시기를 앞당긴 것은 최근 서울 일부에서 집값 반등 조짐을 보이자 시장에 ‘집값 안정’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본다. 지난해 9·13대책 등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6개월째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하락폭이 줄어들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을 보면 3월까지 0.1%가 넘던 하락폭이 4월 중순 이후론 0.05%로 줄었다. 강남권 시장의 맹주인 강남구가 지난해 10월 하순 이후 6개월 만인 4월 마지막 주에 강남권에서 처음으로 하락세를 멈추고 하락률 ‘0’을 나타냈다.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들에서 급매물이 팔리며 호가가 다시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하락세 둔화에 초조한 것 같지는 않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강남 등에서 급매물 소진에 따라 가격 하락폭이 축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추격 매수세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규철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2022년 이후를 대비해 공급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수요 측면에서 안정적인 시장 관리가 이뤄지고 공급 측면에서 양질의 주택이 계속 공급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형성된다면 시장 안정세가 확고하게 자리 잡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발표 때 홍역을 치른 탓인지 이번 발표에서 보안에 각별히 신경 썼다. 지난해 말 이후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수차례 협의를 거쳤는데도 중앙정부나 지자체·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관련 기관 어느 곳에서도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은 것은 4월 30일 개정된 공공주택 특별법 영향이 컸다. 특별법은 공공주택 지구 지정 등과 관련된 기관·업체 종사자는 관련 정보를 주택지구 지정 또는 지정 제안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누설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공공택지 개발 후보지가 정부 발표에 앞서 국회의원에게 전달돼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5월 7일 발표에서 “(발표를) 늦추는 것보다 빨리하는 것이 보안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나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날 나온 제3차 신규 택지 추진계획으로 정부가 수요 억제에 이어 주택공급 확대에 나서 지난해 8월 발표한 수도권 주택 30만가구 공급 계획이 마무리됐다.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2곳이 신도시로 개발된다. 앞서 지난해 말 발표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3개 지구와 함께 3기 신도시는 5곳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말 2차 발표 때 3기 신도시 후보지로 언급됐던 과천지구는 지구 면적이 155만㎡로 ‘신도시’로 분류될 만한 330만㎡에 못 미쳐 3기 신도시 명단에선 빠졌다. 앞서 정부가 계획한 30만 가구 중 1, 2차 19만 가구 공급 계획이 나왔고, 이번에 나머지 11만 가구의 공급 계획이 확정됐다. 택지지구 발표를 통해 19만 가구의 공급 계획이 공개됐는데 이번에 나머지 11만 가구에 대한 3차 택지 계획이 확정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집값이 뛰며 주택시장이 불안해지자 수도권에 3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의 계획을 발표했다. 9월 1차(3만5000가구)에 이어 12월 2차(15만5000가구) 발표를 하며 지난해 모두 19만 가구의 주택 공급 계획을 공개했다. 수도권 주택 공급 계획의 핵심인 3기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6만6000가구), 하남 교산(3만2000가구), 인천 계양테크노밸리(1만7000가구)에 이어 이번에 고양 덕양구 창릉(3만8000가구), 부천시 대장(2만 가구)이 추가됐다.

서울 경계에서 1km 이내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이 선정된 주된 이유는 서울 접근성이다. 정부는 3기 신도시 입지를 서울 경계에서 1km 이내로 설정했다. ‘서울 도심에서 30분 내 출퇴근 가능 도시’를 3기 신도시 개발 방향으로 잡고 있다.

고양 창릉지구는 전체 813만㎡로 전체의 97.7%가 그린벨트다. 국토부는 가용면적의 135만㎡를 자족용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판교제1테크노밸리의 2.7배 규모다. 자족용지는 경의중앙선 등 전철역 인근 교통의 편리한 곳에 집적화해 스타트업 기업 지원을 위한 ‘기업지원허브’, 성장단계 기업을 위한 ‘기업성장지원센터’를 건설·운영하고 기업도 유치한다. 내년에 이전하는 30사단 군부대 부지를 포함한 330만㎡를 공원·녹지, 호수공원으로 개발한다. 자족용지와 녹지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부지에 주택 3만8000가구가 건설된다. 국토부는 “그린벨트 비중이 커서 절반을 녹지로 보전해야 한다”며 “보전이 필요한 1, 2등급지는 거의 없으며 가용택지로 쓸 수 있는 3∼5등급지가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부천 대장지구는 99.9%가 그린벨트다. 지구 내 일부 포함된 농업적성도 2등급지는 100만㎡ 규모의 공원으로 편입해 보전할 계획이다. 대장지구 역시 가용면적의 39%(68만㎡)가 자족용지로 개발된다. 부천시는 기업 이주 지원을 위한 원스톱 지원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지구서북측 하수처리장은 상부를 덮고 30만㎡ 규모의 멀티스포츠센터로, 현 자원순환센터는 지하화해 체험학습장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3기 신도시에는 ‘서울 도심 출퇴근 30분 가능’을 위해 지하철 신설을 포함한 대대적 교통 대책이 마련됐다. 앞선 1, 2기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교통 인프라 구축이 늦거나 부족해 신도시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컸던 점을 반영,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를 중심으로 선제 대응에 나선 셈이다. 김현미 장관은 “고양 창릉, 부천 대장은 서울로의 접근성이 좋은 곳”이라며 “지하철 신설과 연장, S(슈퍼)-BRT(간선급행버스체계) 등 교통대책을 조기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양 창릉 교통 대책으로는 우선 새절역(6호선·서부선)부터 고양시청까지 14.5㎞ 길이의 ‘고양선(가칭)’ 지하철이 신설된다. 화전역(경의중앙선)과 고양시청역 등 7개 지하철 신설 역은 BRT(간선급행버스체계)로 연결된다. 교통 체계가 확충되면 여의도에서 25분(서부선 이용), 용산에서 25분(경의중앙선), 서울 강남에서 30분(GTX) 정도면 고양 창릉 지구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부천 대장의 경우 김포공항역(공항철도, 5·9호선, 대곡소사선)과 부천종합운동장역(7호선, 대곡소사선, GTX-B 예정)을 잇는 총연장 17.3㎞의 슈퍼-BRT가 설치된다. 청라 BRT를 슈퍼-BRT와 연계해 부천종합운동장역·김포공항역과 바로 연결하는 공사도 진행된다. 부천 대장 지구로부터 서울역까지 교통(슈퍼-BRT→GTX-B) 소요 시간은 30분, 여의도까지는 25분 정도가 될 것으로 국토부는 예상하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출퇴근 30분 가능


이번 3차 택지 계획에는 대규모 신도시뿐 아니라 서울의 ‘자투리 땅(중소규모 택지)’ 19곳을 포함해 경기·인천 등까지 모두 81곳의 중소규모 택지 개발 내용도 포함됐다. 서울의 그린벨트 개발은 이번에도 제외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1차 택지 공급 계획 발표 때 그린벨트 제공을 거부해 국토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다만 서울에서는 사당역 복합환승센터(1200가구), 창동역 복합환승센터 및 창업·문화산업단지(500가구) 등 서울 지하철역 복합 개발을 통해 택지를 공급한다. 성남 공영주차장(300가구), 마곡 R&D센터 주차장 부지(200가구), 서울 중랑구 망우동 공영주차장(1500가구)도 택지로 활용되고, 서울 대방동 노후 군 부지(1000가구)와 관악구 군 관사 2곳(1200호)과 사당4동 주민센터까지 택지로 동원된다.

서울시내 공급물량은 이번 3차의 1만 가구를 포함해 총 4만 가구로 늘었다. 국토부는 경기도 안산 장상(221만㎡), 용인구성역(276만㎡), 안산 신길2(75만㎡), 수원 당수2지구(69만㎡)에도 공공택지를 조성해 4만6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용인 구성역 지구의 경우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용인역이 개통되면 서울 삼성역까지 15분대면 도착할 수 있다.

이런 중소규모 택지는 앞서 발표한 1, 2차 공급계획을 통해 오는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자를 모집(분양)한다. 300만㎡가 넘는 신도시의 경우 2020년 지구 지정과 2021년 지구 계획 등을 거쳐 2022년부터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수도권 주택 30만 가구의 분양 일정을 연도별로 보면 ▶2022년까지 7만 가구 ▶2023년 6만7000가구 ▶2024년 5만8000가구 ▶2025년 6만1000가구 ▶2026년 이후 4만4000가구 등이다.

정부는 신도시 등 개발 예정지를 발표하면서 투기 거래 차단에 나섰다. 3차 계획에 발표된 6곳(69.7㎢)을 5월 1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대상 지역은 고양 창릉지구 일원(25.1㎢) ,부천 대장지구 일원(9.5㎢), 안산 장상지구 일원(15.0㎢), 안산 신길2지구 일원(7.0㎢), 수원 당수2지구 일원(4.7㎢), 성남 금토지구 일원(8.4㎢) 등이다. 국토부는 “이번에 발표된 공공택지 외에 성남 금토지구는 지가급등과 투기 우려가 있어 허가구역 대상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에선 도시지역 중 녹지지역 10㎡ 초과 등에 대해 토지거래 때 해당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30만 가구 공급 대책이 주택시장 안정에 효과를 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 발표는 수도권, 특히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서울 도심과의 접근성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며 “3기 신도시 후보지인 고양·부천은 1기 신도시보다도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 앞서 발표한 과천, 하남, 남양주 신도시와 함께 서울 주택 수요 분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양 창릉은 서울 접경과 1km 이내로 강북지역 수요를, 서울과 거의 붙어 있는 부천 대장은 서울 서남부와 수도권 주택 수요를 분산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 계획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정부가 사실상 ‘집 사지 말고 신규 분양을 기다리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이라며 “최근 서울 집값이 다시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자 무주택자의 불안 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서둘러 발표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과잉 공급 우려도 나오고 있다. 3기 신도시보다 입지 여건이 떨어지는 인천 검단, 파주 운정3, 화성 동탄2, 김포 한강 등 2기 신도시에서 미분양과 집값 하락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올해 1만2000여 가구의 공급을 앞두고 있다. 건설 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신도시 발표로 투자수요가 한풀 꺾였는데 또 다시 인근에 신도시가 발표돼 분양이 만만찮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고양 창릉 신도시 개발로 파주 신도시(2기 신도시)와 일산 신도시(1기 신도시)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 훨씬 가까운 고양 창릉 신도시에 주택 수요를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김은진 부동산114 기획관리본부 리서치팀장은 “노후화된 일산의 경우 재건축 등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충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도심 공급 부족 우려 여전

이와 달리 이번 발표로도 서울 도심 주택 공급 부족 불안감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자체의 주택 수가 여전히 모자란 게 근본 문제”라며 “서울 시내의 유휴 부지를 활용한 소규모 개발 계획이 나왔지만, 큰 효과를 내기에는 다소 아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30만 가구 공급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불확실한 면도 있다. 앞서 발표한 3기 신도시나 공공택지 개발계획이 주민 반대 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광명 하안지구의 경우 환경영향평가도 하지 못하고 있고, 부천 괴안과 원종, 화성 어천, 군포 대야미 등지도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말 3기 신도시 후보지로 발표한 과천지구는 최근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택지 개발 관련 주민설명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토지주 등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연기됐다.

3기 신도시 성패가 달린 교통대책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는 고양 창릉지구 교통대책으로 서울 서부선 경전철, 지하철 고양선 신설 등을 계획하고 있다. 문제는 주요 철도 계획의 추진 여부가 미정이라는 점이다. 서부선은 현재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이르면 6월 말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에 예타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상당 기간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 통과하더라도 민자 적격성 심사, 사업자 선정, 실시협약 등의 절차를 거쳐 실제 개통까지는 적어도 5~6년 이상 걸린다. 고양선은 대략의 개념만 있을 뿐 기본 계획조차 마련이 안 된 상태다. 기존 방식대로 진행한다면 서부선보다도 훨씬 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부천 대장지구의 경우 GTX-B가 유동적이다. 아직 예타가 진행 중인데 빨라야 연말께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GTX 3개 노선(A·B·C) 가운데 가장 경제성이 낮다는 평가가 있었던 만큼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만일 예타에서 발목이 잡힌다면 핵심 대책 중 하나가 크게 늦어질 수밖에 없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자리와 주택 공급, 교통정책이 한박자가 돼야 한다”며 “수요가 많고 접근성이 좋은 곳부터 순차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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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4호 (201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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