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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벤자민 그레이엄은 ‘안전마진’에 방점… 케인스는 ‘미래의 수익에 대한 전망’ 중시

▎도서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사진. 국제통화기금(IMF) 과 세계은행의 창시자 중 한사람인 케인스(가운데)는 탁월한 투자가이기도 했다.
투기와 투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내로남불 식으로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일까? 투자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투자 분야에서 가장 존중받는 투자의 정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현대 증권 분석의 아버지이자 가치투자의 창시자로 불리는 벤자민 그레이엄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거시경제학의 아버지이자 빼어난 투자자였던 존 메이나드 케인스의 것이다. 둘 다 탁월한 투자자였다. 또 한 사람은 증권 분석 분야에서, 다른 한 사람은 경제학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먼저 그레이엄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투자행위란 철저한 분석에 바탕을 두고 투자원금의 안정성과 적당한 수익성이 보장되는 것을 말하며, 이 모든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행위는 투기적인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증권 분석과 경제학의 대가

그레이엄이 내린 정의의 핵심은 ‘철저한 분석’ ‘투자원금의 안정성’ ‘적당한 수익성’에 있다. 그레이엄은 철저한 분석이 없는 행위는 모두 투기라고 여겼다. 시장 심리나 분위기에 휩싸여 자산을 매입하는 것은 모두 투기라는 것이다. 철저한 분석은 정량적 분석과 정성적 분석 모두를 포함한다.

투자 원금의 안정성도 중요하다. 1929년 대공황으로 자신의 돈뿐만 아니라 고객 자산에서도 큰 손실을 입었던 그레이엄은 그 후로 잃지 않는 투자를 지향하는 보수적 투자자의 길을 걸었다. 원금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념이 바로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이다.

아무리 정교한 분석을 하더라도 인간은 때때로 실수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레이엄은 안전마진이란 개념을 창안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준보다도 더 싸게 거래되는 주식에 투자하면, 실수를 하더라도 손해를 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제자인 워런 버핏도 그레이엄의 지혜 중에서는 ‘시장 변동성’과 ‘안전마진’에 대한 개념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레이엄은 또 ‘적당한 수익성’을 지향했다. 2~3배 오를 주식을 찾지 않고, 충분히 안전마진이 확보된 상태에서 적정 수익을 추구했다. 흔히 말해 꼭대기가 아니라 어깨에서 파는 것을 선호했다.

케인스도 성공적인 투자가가 되기 이전에 두 번의 큰 투자 실패를 겪었다. 농산물 선물(先物)과 외환에 투자했던 그는 1920년 4월 달러 가격이 오르지 않고, 마르크가 예상처럼 떨어지지 않아 1만3000파운드 이상의 큰 손실을 입었다. 자신이 운영하던 투자회사도 8000파운드 이상의 돈을 잃었다. 그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5000파운드를 빌리고, 자신의 저서 [평화의 경제적 귀결]의 선인세와 인세로 보증금 1500파운드를 조달해야만 했다.

그는 남해회사 주식에 투자해 거의 전 재산을 날린 아이작 뉴턴처럼 자신의 투기 거래에 대해서 후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투자철학을 가다듬었다. 대공황도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케인스 이전의 경제학은 알프레드 마샬이 정립한 고전경제학이 주류였다. 마샬은 케인스의 스승이기도 하다. 고전경제학의 전통이론은 시장을 수요과 공급에 따른 가격의 움직임만으로 조절되는 것으로 바라봤다. 불황은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1929년 대공황을 목도한 케인스의 생각은 달랐다. 불황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경제에 큰 치명타를 입힐 수 있으므로 정부가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제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정부가 개입해 재정지출을 늘리고 다시 경기가 좋아지면 재정 지출을 삼가는 탄력적인 운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의 실패와 대공황은 ‘장기 투자’와 ‘소수 집중투자’의 길로 그를 이끌었다. 여기서 케인스가 생각하는 투기자와 투자자의 차이를 들어보자. “투자자는 특정 자산의 미래의 수익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자산을 매수하는 사람이고, 투기자는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 변화를 예측해 자산을 매수하는 사람이다.”

케인스가 내린 투자의 핵심 개념은 ‘미래의 수익에 대한 전망’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특정 자산의 미래 수익에 대해 예측할 수 있을까이다. 이에 대한 케인즈의 답변은 이렇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는 최선의 투자 방법이란 내가 어떤 회사인지 잘 알고, 경영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여러 기업에 분산 투자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나 스스로도 2~3개 이상의 회사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다.”

케인스의 해법은 투자 대상을 자신이 잘 아는 것으로 좁히는 것이다. 잘 모르는 투자 대상은 설사 전망이 좋더라도 피하고, 자신이 잘 알고 분석할 수 있는 대상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당대 최고의 천재 중 한명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레이엄과 케인스 모두 투자 손실로 고통을 겪으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법을 정립했다. 그것은 그레이엄에게는 ‘안전마진’이었고, 케인스에게는 ‘소수 집중투자’였다. 안전마진이란 개념은 투자자의 오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철저한 분석에 바탕을 두더라도 인간인 이상 실수나 오판할 수 있다. 그런 실수나 오판이 치명적인 결과를 낳지 않도록 안전마진을 충분히 확보하라는 게 그레이엄의 아이디어였다. 케인스처럼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하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케인스는 내재가치에 비해 충분히 싼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해 장기간 투자하는 것을 선호했다. 한번 투자하면 대개 5년 이상 주식을 보유했다. 적립식으로 주가가 하락할 때 계속 매입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방법도 활용했다.

케인스의 투자 성적표는 어떠했을까. 앨런 베넬로 등이 공저한 [집중투자]라는 책을 보면, 케인스가 운용했던 1928~1946년 킹스 칼리지 체스트 펀드의 수익률이 소개돼 있다. 이 기간 동안 1929년 주식시장 대폭락, 대공황, 2차 세계 대전이라는 인류사의 대사변이 있었음에도 체스트 펀드는 미국과 영국 주식시장의 시장 수익률을 앞섰을 뿐만 아니라 원금이 5배로 늘어났다.

배짱, 인내심, 불굴의 용기 필요

그레이엄과 케인스는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인간적인 자질도 언급한 바 있다. 케인스는 “현대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계속 보유하려면 상당한 배짱, 인내심, 불굴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레이엄도 기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현명한 투자자]의 서문에서 ‘독자들이 투자결정을 내리는 데 적절한 정신자세와 감정상태를 구축하도록 돕고자 한다. 기질적으로 투자에 잘 맞는 보통사람들이 재무, 회계, 주식시장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기질적으로 투자에 맞지 않는 사람들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거두고 유지하는 것을 보아왔다’고 적고 있다. 그 기질이란 건전한 투자원칙을 고수할 수 있는 인내심과 같은 감정적인 측면을 의미한다. 자신의 성격이나 기질이 투자에 맞지 않는 이들이라면, 펀드처럼 다른 투자자에게 돈을 맡기거나 예금을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리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1485호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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