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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이솝투자학] 당신은 오늘 주가를 몇번이나 확인했나요? 

 

군중심리와 ‘토끼와 개구리’… 주가 자주 들여다보지 말고 분산투자해야

어느 날 토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한마리가 신세를 한탄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독수리나 늑대처럼 무서운 짐승들의 먹이가 되었어.” 다른 토끼들도 맞장구를 쳤다. “어디 그뿐인가? 여우나 뱀 같은 짐승들도 틈만나면 우리의 새끼를 잡아먹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지.” “이 세상에서 우리처럼 불쌍하고 힘없는 짐승은 없을 거야. 우리는 하찮은 벌레보다 못해.” “그래! 이대로 살다가는 모두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 토끼들은 각자 신세를 한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국 날마다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면서 가슴을 졸이며 살아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 모두 호수에 빠져 죽자!” 흥분한 토끼들은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호수를 향해 우르르 몰려갔다. 바로 그때 호숫가 근처에서 살고 있던 개구리들이 느닷없이 몰려오는 토끼들의 요란한 발소리를 듣고 몸을 숨겼다. 그러자 제일 앞에서 뛰어가던 토끼 한마리가 이 광경을 보고 큰소리로 외쳤다. “잠깐만 기다려, 친구들아! 쓸데없이 자신의 목숨을 끊지 말자. 이 개구리들을 좀 봐. 여기에 우리보다 더 힘없고 겁 많은 동물도 살고 있네.”


▎사진:© gettyimagesbank
만약 토끼들이 혼자 있게 될 경우 이 우화처럼 쉽게 죽음을 결심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개개인이 모여 집단이 되면 이성보다는 감정에 지배되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른바 ‘군중심리’ 때문이다. 군중심리는 집단을 비이성적이고 극단의 길로 내몰기도 한다. 군중심리란 한마디로 ‘다수를 따르는 게 나에게 득이 된다’는 어렴풋한 믿음에 근거한다. 타당한지 아닌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밴드웨건 효과’가 군중심리의 전형적인 사례다. 밴드왜건(Band Wagon)은 글자 그대로 퍼레이드, 서커스 등에서 연주 밴드를 싣고 다니는 마차다. 1848년 어릿광대 역할로 이름을 날리던 미국의 댄 라이스가 자신의 정치 캠페인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밴드왜건을 처음 활용했다. 댄 라이스의 시도는 성공적이었고, 그 후 많은 정치인이 선거유세에 밴드왜건을 동원했다. 특정 후보를 다수가 지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많은 유권자가 실제로 그 후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군중심리의 전형적 사례 ‘밴드웨건 효과’

경제학적으로 밴드왜건 효과는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왜 구입하려는지 등의 합리적 이유를 따지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라는 심리가 앞서 구매 대열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한다. 홈쇼핑 방송에서 ‘매진 임박’ ‘주문 폭주’라는 자막을 내보내는 것은 밴드왜건 효과를 활용한 판매 전략이다. 고가 브랜드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는 것도 소비자의 이런 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군중심리가 가장 활개를 치는 곳은 바로 주식시장이다. 주식시장은 잠시라도 방심을 허용치 않는 위험한 곳이다. 투자 손실은 일상사고, 어렵게 쌓은 공든 탑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기도 한다. 개인투자자들은 혼자선 이런 위험한 바다를 헤쳐나갈 수 없다. 집단의 힘을 빌리고 싶어한다. 위험이 닥쳐도 여러 사람이 함께 있으면 안정감이 생긴다. 위험이 언제 어느 곳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선 남들을 따라 행동하는 게 살아남는 방법일 수 있다. 또 개인은 집단이 가진 정보에 영향을 받는다. 여행을 할 때 괜찮은 식당을 고르는 확실한 방법은 손님이 많은 곳을 찾는 것이다. 현지인들이 싸고 맛있는 식당을 잘아는 법이니까. 많은 사람이 선택했다면 그것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고 믿는다. 그대로 따라 하면 직접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다. 개인은 집단이 답을 알고 있다고 단정짓는다.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주변의 여러 사람이 정보기술(IT) 주식을 사 돈을 번다면 나도 똑같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명, 두 명 ‘사자’ 무리에 합류한다. 편승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많은 사람이 뒤따른다. 밴드웨건 효과다.

그러나 주식투자는 맛집을 고르는 것과는 다르다. 손님이 많다고 찾아간 식당의 음식 맛이 없다면 기분이 나쁜 것으로 끝나지만 주식투자를 잘못하면 바로 금전적 손실로 연결된다. 누구나 손실을 보는 것은 죽기보다 싫어한다. 많은 사람이 주식을 사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된다면 재앙이 서서히 고개를 든다. 작은 사건이나 실수 하나만으로도 주가는 모래성이 무너지듯이 와르르 주저앉는다. 시장은 손실을 피해 빠져나오려는 투자자들로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1929년 10월24일 대공황의 전조를 알린 폭락사태나 1987년 10월 뉴욕증시가 20% 폭락한 ‘검은월요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투자자의 집단 광기에서 비롯됐다.

거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군중심리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소유한 버크셔해서웨이 본사는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멀리 떨어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라는 시골 마을에 있다.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다. 똑같이 생각하고 믿고 느끼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한 집단의 감정이나 믿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버핏은 월스트리트에서 떨어져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의사결정을 내려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여의도 주식시장과 거리를 두는 금융회사가 여럿 있다. 에셋플러스는 한국 증시의 메카 여의도와 한참 떨어진 경기도 판교에 있다. 회사 설립 당시엔 아예 제주도에 본사를 세우려고 부지까지 매입했으나 직원들의 출퇴근, 고객관리 등의 문제가 제기돼 판교로 선회했다. 메리츠자산산운용도 본사를 여의도에서 서울 북촌으로 옮겼다. 에셋플러스와 메리츠자산운용은 군중심리에 맞서는 역발상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날고 긴다는 투자 전문가가 몰려 있고, 시장의 심장이 펄떡거리며, 날마다 새로운 정보가 흘러다는 여의도를 의도적으로 등진 것이다.

여의도를 등진 투자회사들

아무리 고수라 해도 한곳에 몰려 있으면 분위기에 휘쓸릴 위험이 커진다. 냉정해야 할 투자판단이 흐려지고 자기도 모르게 군중심리에 젖어들게 된다. 같은 생각, 믿음, 심지어 감정마저도 주변 사람들과 동일시하면서 집단적 행동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야구장에 가본 사람은 흥분한 관중 속에서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람들과 섞여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며 껑충껑충 뛰게 된다. 투자자들도 같은 환경에 있다 보면 천편일률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된다. 투자의 세계에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해내고, 그게 아니라면 남들과 다르게 생각해야 맛있는 열매를 딸 수 있다.

일반 투자자도 의식적으로 시장에서 한걸음 떨어지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틈만 나면 펀드수익률을 계산하고 주가를 들여다보거나, 증권사 시황보고서를 찾아 읽는 사람치고 투자에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자신도 모르게 군중심리에 휘말려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주식은 채권 등 다른 금융 상품보다 변동성이 크다. 이익을 보면 더 오를 것 같아 흥분하고, 손실이 나면 더 떨어질까봐 불안한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다가 매매타이밍을 놓쳐 본의 아니게 어쩔 수 없이 장기 투자를 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물론 투자를 멀리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저금리 시대에 자산증식을 꾀하려면 투자의 세계에 몸을 던져야 한다. 단, 여러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는 노후를 대비해 안전자산에 묻어 놓고, 일부는 주식이나 펀드같은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대신 주가 확인을 매일 같이 하지 말고 일주일 단위로 하는 등 군중심리에 휘말리지않도록 한다는 원칙을 꼭 지켜야 한다.

※ 필자는 중앙일보 ‘더, 오래팀’ 기획위원이다.

1485호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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