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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망 교묘히 피하는 액상형 전자담배 업체] 유해성·위해성 평가 전에 “일단 팔고보자”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허점 노려… 수입 액상 무게에 관계없이 6개월간 마음대로 판매

쥴(JUUL)과 같은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전자담배 업체들이 유해성 검증 관련 국내법의 허점을 파고 들어 제품부터 팔고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쥴랩스코리아가 판매하는 쥴은 니코틴이 들어간 화학물질(액상)을 기화시키는 방식의 제품으로, 환경부의 화학물질 유해성 심사를 거쳐야 한다. 현실은 다르다. 심사 없이 판매부터 이뤄졌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에 따라 연간 100㎏ 이하의 신규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신고만으로 수입·판매할 수 있다는 빈틈을 노린 것이다.

쥴랩스코리아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액상인 ‘쥴’을 신규 화학물질로 등록해 수입·판매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 ‘릴베이퍼’를 내놓은 KT&G도 이 제품의 액상인 ‘시드’에 대한 유해성 심사 없이 신규 화학물질로만 등록해 수입·판매하고 있다.

이들의 액상 수입·판매는 법망을 교묘히 피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쥴과 시드에 들어있는 액상물질이 니코틴과 유기산을 결합한 합성니코틴이기 때문이다. 합성니코틴은 화평법에 따라 유해성 심사와 위해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쥴랩스코리아와 KT&G는 니코틴의 원료가 잎에서 나온 천연니코틴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화평법의 유해성 심사와 위해성 평가를 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액상을 신규 화학물질로 등록해 화학물질 원료 등의 공개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수입·판매 규모가 100㎏ 미만인 신규 화학물질은 신고만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화평법 조항을 이용한 것이다. 이 경우 화학물질의 명칭, 유해성, 유독 물질 여부를 고시할 의무도 없다.

더구나 신규 화학물질의 수입·판매 규모가 100㎏을 넘어도 등록만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신규 화학물질의 등록 판매 때 판매 개시 이후에야 유해성 심사와 위해성 평가를 하고 있다. 유해성 심사와 위해성 평가에 대략 6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해성이 있는 신규 화학물질이라도 6개월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화평법으로 화학물질을 관리하고 있는 환경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액상에 정확히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배출물에 어떤 유해 성분이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액상형 전자담배의 향료가 사람 기도의 섬모에 악영향을 주고, 이에 따라 폐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는 등 국내외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규제 기본협약에 따라 제품 성분과 배출물 정보를 정부 당국에 제공하고, 정부는 이를 공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로 유해성 논란이 다시 일자 정부는 5월 26일에야 신종 담배의 유해 성분 정보를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신종 담배 쥴의 성분 분석을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화평법을 좀 더 세밀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응영 행정사는 “특히 담배의 경우 도입 규모에 관계없이 위해성 심사·평가를 마치고 판매하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1487호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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