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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상용화 두 달 중간 성적표는] 아직은 실망… 지방은 2022년에나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성능·속도 문제 계속 제기… 부족한 인프라 구축 장기적으로 봐야

▎지난 4월 3일부터 국내에서 세계 첫 5G 서비스가 상용화했지만 갈 길은 멀다. 기업들은 “서비스 품질의 빠른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사진:SK텔레콤
지난 4월 3일 오후 11시. 국내 이동통신 3사인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나란히 세계 최초 5세대 이동통신 ‘5G’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5G폰’ 판매 본격화도 이어졌다. “5G 시대가 열렸다”는 기대감과 “세계 최초 타이틀을 의식해 너무 성급하게 준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공존했다. 그로부터 두 달 가까이 지난 5월 말 현재 5G의 중간성적표는 어떨까. 아직 우려감을 떨쳐내지 못해 ‘미완의 대기’라 평할 법하다. 5G폰을 써본 소비자들이 성능과 속도에 대해 계속해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서다. 4월 말 5G폰을 개통한 직장인 이영선(33)씨는 “한 달 동안 지하철에서 5G 신호가 갑자기 잡히지 않아 난감했던 적이 수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지하·실내에서의 불통 현상 외에도 ▶지속적인 수신 불가 ▶기존 롱텀에볼루션(LTE)으로 전환 때 데이터 끊김 ▶5G폰의 발열량과 배터리 소모량 증가 같은 사례를 호소하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 부산 등 광역시급 정도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선 5G 서비스가 사실상 무의미한 수준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4월보다 5월 들어 상황이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진정한 5G 시대가 열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이동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인프라가 여전히 구축 단계에 있는 초기 서비스가 불안정한 건 어쩔 수 없다”며 “서비스 품질의 빠른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한 주에 5G 기지국 3000개씩 증가

어느 정도 인프라가 갖춰졌으며, 얼마나 더 필요할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5월 8일 기준 이동통신 3사의 전국 5G 기지국 수는 5만7266개로 약 2주 전인 4월 22일(5만512개)보다 6700여 개 증가했다. 4월 29일엔 5만4202개였다. 한 주에 어림잡아 3000개씩 늘고 있는 셈이다. 1년이 약 52주임을 고려하면 현 추세로 1년 후인 내년 5월 무렵엔 5G 기지국이 15만6000개가량 추가돼 총 20만~21만개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LTE 기지국은 총 87만개에 달했다. 현재 LTE 기지국 수준으로 5G 기지국 숫자가 늘려면 2023~24년은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나마도 5G 쪽에 유리한 셈법이다. 전문가들은 LTE와 5G의 주파수 특성이 달라 LTE보다 5G의 경우 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주파수는 대역이 낮을수록 ‘회절율(장애물을 피해가는 비율)’도 좋다. 대역이 높으면 회절율이 낮아 장애물 통과가 쉽지 않다. 그런데 5G의 주파수는 높은 대역의 ‘고주파’ ‘초고주파’다. 빠른 속도로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회절율은 낮다. 관련 업계에서 “5G 기지국은 기존 LTE 기지국보다 3배가량 많이 설치돼야 지금의 LTE보다 눈에 띄게 빠른 속도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를 고려하면 진정한 5G 시대 구현은 생각보다도 먼 일일 수 있다.

또 현재 구축된 5G 기지국의 절반 이상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으며, 나머지도 부산 등 광역시급 위주로 구축됐다. 기업들로선 인구가 많은(시장성이 좋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밖에 없다. 5G폰 이용자가 5G 기지국의 커버리지가 아닌 지역에 있는 경우 자동으로 LTE 기지국의 LTE 망을 쓰게 된다. 지방에 사는 소비자들은 5G폰을 쓰고도 당분간 LTE 성능만 누리게 될 공산이 크다. 업계는 2022년이 돼야 LTE처럼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5G 기지국이 설치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 해도 3년 후 얘기다. 지방 거주 소비자들로서는 ‘누구나 당장에 5G 시대를 누릴 것처럼’ 홍보 중인 기업들의 광고 문구만 믿고 5G폰을 샀다가 본전도 못 뽑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5G를 위해선 기지국뿐 아니라 중계기도 기본적으로 많은 수가 갖춰져야 한다.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대표적 경우인 지하·실내 불통 현상에서 벗어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앞서 이동통신사들은 연말까지 국내 전체 인구나 통신 트래픽 기준 80% 수준까지 커버리지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80%라는 수치는 어디까지나 실외 기준이다. 기업들이 일차적으로 지하·실내보다는 전체적인 커버리지 확대를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80%라는 목표치가 달성되더라도 지하철이나 대형 건물 등에선 적어도 내년부터나 5G 성능과 속도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밖에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5G폰의 발열량과 배터리 소모량 증가 문제를 차기작에선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지, 5G 장비 제조사들이 충분한 기술력으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특히 세계 최대 이동통신 장비 제조사인 중국 화웨이의 최근 위기가 5G 시대 조기 도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화웨이는 “삼성전자보다 5G 장비 기술력이 12~18개월 앞서 있다”고 공공연히 밝힐 만큼 5G 부문에서 자타공인 앞서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5G 관련 특허만 지난해 기준 2570개를 보유했다. 국내 이동통신사 중에선 LG유플러스가 화웨이와 계약하고 이 회사 장비를 이용해 5G망을 구축했다. 이런 화웨이는 중국과의 무역 분쟁 속에 미국 행정부가 5월 16일(현지시간) 미국 기업과의 거래 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미국은 물론 영국·일본·대만 기업들까지 잇따라 거래 중단을 선언, 최대 위기를 맞았다. 외부에서 거래 기업들로부터 주요 부품을 공급받아 장비를 만드는 화웨이로선 제품 생산이나 유지 보수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LG유플러스 측은 이에 대해 “내년까지 구축할 5G 장비 물량은 이미 확보한 상태”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 이후까지 부품 공급이 끊기더라도 화웨이가 대체 부품을 찾거나 직접 개발하는 등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보안성 논란을 일으켰던 화웨이 장비에 대한 불신감이 여전한 일각에선 차제에 LG유플러스가 화웨이와의 협력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고도 주장하지만, 이는 어려울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5G망과 연동해 작동하는 기존의 LTE망부터 화웨이 장비를 썼다. 화웨이의 5G 장비를 포기한다면 기존 LTE 장비까지 해체해야 해서 막대한 비용이 들게 된다.

화웨이 위기 5G 시장에 악영향 가져올까

사정이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이동통신사와 스마트폰·장비 제조사가 참여하는 5G 서비스 점검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 자리를 마련해 5G 서비스 품질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5G의 빠른 정착을 정부가 독려하고, 이동통신사들이 치열한 가입자 유치 경쟁에 나서면서 5G 인프라 구축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국내 LTE 보급률이 10%를 돌파했을 때부터 이동통신사들은 가입자당 평균 매출이 급증했고, 이후 LTE망에 더 투자하면서 LTE 시대가 활짝 열리는 선순환 구조가 생겼다”며 “5G 보급 확대와 가입자 증가가 필연적인 수순인 만큼 장기적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1487호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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