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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기준 기업 부채비율 살펴보니] 코스피 기업 23곳 400% 넘는 고위험군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수출 감소·회계기준 변경에 영향 받아… 제조업 상장사 중 37% 단기 상환능력 취약

올 1분기 기준으로, 흥아해운의 부채비율은 1102.7%, 아시아나항공 895%다. CJ그룹 계열사인 CJ CGV와 CJ프레시웨이 부채비율은 각각 768%, 461%다. 부채비율은 부채 총계를 자본 총계로 나눈 값이다. 산업·업종·기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적정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본다. 400%를 넘어가면 업종과 상관없이 잠재 위험기업으로 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상장법인 573개사의 올 1분기 평균 부채비율은 112.36%였다. 지난해 말(105.52%)보다 6.84%포인트 상승했다. 코스닥 910개사의 평균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대비 8.36%포인트 증가한 110.99%다.

부채비율이 증가한 건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수출이 줄고 내수가 부진해 기업 수익성이 떨어진 탓이다. 오는 2022년 도입되는 IFRS17(새 국제회계기준)로 운용리스를 부채에 반영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IFRS17이 도입되면 그동안 원가로 평가했던 부채 규모를 시가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

1분기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기업은 코스피 상장사(573곳) 중 96곳이다. 6곳 중 1곳은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셈이다. 부채비율이 800% 넘는 기업은 메디파트너생명공학(2132.2%)·페이퍼코리아(1733.9%)한화(891.7%)·STX(890.5%) 등 10곳이다. 고위험군으로 볼 수 있는 400% 이상 기업은 23곳이었다. 현대상선(625.1%)·두산건설(613.7%)·SK디앤디(418.1%) 등이다. 코스닥 상장사 중 200% 넘는 기업은 910곳 중 105곳이다. 400% 넘는 기업은 21곳, 800% 넘는 기업은 3곳에 불과했다. 800% 넘는 기업은 케이프(1470%)·오리엔탈정공(916.6%) 등이다.

유동비율 100% 미만 기업 214개


코스피 기업 가운데 부채가 많은 업종은 화학제품(68곳),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43곳)과 1차 금속 제조업(43곳) 순이었다. 비제조업 중에서는 도매·소매, 정보통신(IT), 운수업의 부채비율 높았다.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부채비율은 895%로 지난해 말(649.3%)보다 245.7% 포인트 늘었다. 대한항공 부채비율은 819%로 전 분기보다 75.3%포인트 증가했다. 운수업종은 IFRS17 도입에 따라 운용리스를 부채로 계산하기 때문에 다른 업종보다 부채비율이 높은 편이다.

더 큰 문제는 유동비율이다. 유동비율은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을 1년 안에 갚아야하는 유동부채로 나눈 값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월 30일 기준으로 1분기 제조업 기준 상장사 1566개사(코스피 601곳, 코스닥 965곳) 중 37%인 580곳이 유동비율 20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비율은 은행이 기업에 대출할 때 상환능력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해 ‘은행가 비율(Banker’s ratio)’이라고도 부른다.

기업의 단기 부채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이 높을수록 현금 동원력이 좋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200% 이상을 적정 유동비율로 여긴다.

유동비율이 100% 미만으로 부채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214개사였다. 유동비율이 낮은 기업은 피앤텔(13.2%)·에스제이케이(17.9%)·에이티세미콘(35.3%)·하나마이크론(45.4%) 등 휴대폰 및 자동차부품 업종이었다. CJ ENM과 같은 미디어 업종도 10곳이나 됐다. CJ ENM의 유동비율은 80.5%다. 대한항공 48.8%, 한진 50.6%, 한진중공업 94.9%로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의 단기 채무 상환능력도 취약했다. 반면 유동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바이오 기업인 파멥신(1만1562%)이다. 신도리코(1064.6%)·BGF(521.2%)도 높았다.

부채비율이 높고, 당장 갚아야 할 빚이 많아도 실적이 좋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재무구조가 나쁜 상장사 중에는 실적 역시 부진한 곳이 많다는 게 문제다. 코스피 상장사 중에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메디파트너생명공학이 좋은 예다. 이 회사의 부채비율이 2132.2%로 지난해 말보다 1689.7%포인트 급등하며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63억원으로 적자를 냈다.

유동성 위기설에 자주 거론되는 두산그룹의 사정도 좋지 않다. 두산그룹의 부채비율은 322%다. 두산그룹은 그룹의 주력이었던 중공업 부문이 수주 감소 등으로 실적이 줄면서 경영상태가 좋지 않다. 재무 여력 감소로 신용등급에는 이미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5월 13일 두산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도 기존 ‘A-’(하향검토)에서 ‘BBB+’(부정적)으로 한 단계 내렸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의 손자회사인 두산건설의 형편은 더욱 나쁜 편이다. 두산건설의 부채비율은 613.7%다.

현대상선·한진·쿠팡 등 돈 벌어 이자도 못 갚아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 역시 두산건설 9803억원, 두산중공업 3조1191억원이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유상증자로 47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지만,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데다 사업 성과를 단기간 내 확보하기 쉽지 않아 장기적 관점에서 자금조달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신평은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안지은 한신평 연구원은 “유상증자, 자산매각 등 자구계획 이행에도 과중한 재무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국내 기업들의 재무상태가 좋아질 이유보다 나빠질 이유가 더 많다. 저성장 추세와 미·중 무역전쟁,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 환율 급변동 등으로 갈수록 가시밭길이다. 기업 부채 문제는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빚 증가 속도는 빠른데 돈 벌어 갚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 500대 기업중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은 59곳으로 나타났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기업 385곳의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평균 8.6으로 전년보다 1.1포인트 떨어졌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낮다는 것은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적었다는 얘기다.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은 16곳에 달한다.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곳은 삼성중공업·현대상선·동부제철·한진·한진중공업·두산건설·쿠팡 등 16곳이다. 이 중 한진과 쿠팡·대우전자·우리이티아이·대성산업·신성이엔지가 새로 포함됐다. 비금융권 부채비율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한국 비금융 기업의 부채는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2.2%다. 1년 만에 3.9%포인트 상승해 100%를 넘어섰다. 상승 속도는 34개국 중 4위다. 일반적으로 기업 부채는 GDP 대비 90%를 넘으면 위험 수준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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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8호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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