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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연구회 ‘세상을 바꾸는 토론’|데이터 혁명] 규제에 묶여 ‘데이터 진공국가’ 될 수도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정부 ‘데이터 고속도로’ 선언 제자리걸음…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안 개정 서둘러야

데이터 산업이 글로벌 경제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과 스마트 기기 확산에 힘입어 급증한 데이터가 개별 산업과 기업의 생존 전략까지 바꿔놓고 있어서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는 인공지능(AI) 기술과 만나 수집·분석되며 개인 맞춤형 상품 추천과 소비 예측은 물론 상품 개발, 공정 최적화, 사업 전략 조정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미국에서 고객만족지수(SCSI) 선두를 기록 중인 아마존(전자 상거래 부문), 구글(검색 부문), 페이스북(소셜미디어 부문), 넷플릭스(비디오 부문)의 공통점은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KCEREN) 이사장은 “세계 10대 기업의 70%, 세계 유니콘과 스타트업의 70%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면서 “데이터가 기업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미국·독일·중국 등 주요국은 이미 데이터와 AI가 가져올 변화에 주목, 국가 차원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데이터거래소와 같은 데이터 산업 생태계 조성을 주도하며 자국 기업의 데이터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우리 정부도 데이터를 ‘미래의 석유’라고 규정하고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선언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신용정보원, 금융보안원과 함께 핀테크 기업이나 스타트업 등이 금융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 개설 및 구축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데이터 유통과 활용 전반에 걸쳐 쓸 만한 데이터가 부족하고, 신용정보법 등 개인정보 규제로 산업 부문 활용이 저조한 상태다. 이에 창조경제연구회가 최근 국내 데이터 산업을 주제로 집중 토론을 벌였다. 토론에선 국내 데이터 산업의 실태와 규제 현황,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이민화 이사장이 토론을 진행했고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 이우일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앤로 부문장이 참석했다.

“한국은 데이터 산업 후진국”

이민화 이사장(이하 이민화):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 혁명이다. 현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데이터를 이용한 예측과 맞춤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핵심 인프라로 불리는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역시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결국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가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판가름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온라인 가상 세계를 만든 3차 산업혁명에서 벤처를 중심으로 약진, 일본과 유럽을 앞서 글로벌 선도 국가로 부상한 바 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에서 한국은 글로벌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태언 부문장(이하 구태언): 우리나라는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제한하고 있다. 세계 IT 시장을 주도하는 있는 애플·구글·아마존의 성공 뒤에 데이터 활용이 있는 것과 대조된다. 우리는 글로벌 주요 기업이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데이터를 쌓고 개인화 효율화를 주도하는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데이터 상당 부분이 생산되는 즉시 해외의 데이터 플랫폼으로 유출되고 있다. 그동안 네이버와 다음이 데이터 유출을 막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해왔지만, 점차 네이버와 다음이 글로벌 회사의 데이터 활용 전략을 막지 못하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유튜브만 해도 이용자가 검색하고 자주 본 영상을 데이터로 분석해 새로운 영상을 추천하는 데이터 활용으로 국내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의 약 90% 점령했다. 이는 한국에 대한 정보, 시민사회, 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 한 해외 기업의 데이터 활용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노출되는 정보를 조정하는 시대에 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길을 열어주지 않으면, 국내 기업의 서비스는 경쟁력을 잃고 한국은 ‘데이터 진공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

문용식 원장(이하 문용식): 지난해 8월 정부가 나서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고속도로’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그다지 변한 게 없다. 현행법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구매 이용 내역 등 사용자 정보 데이터를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으로 막아 활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를 통해 사업화하려는 기업들이 국회만 바라보고 있지만, 국회는 법 개정안의 상정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가 나서 데이터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고 데이터 활용 방안을 내놨지만, 데이터 절대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민감 정보 또는 개인정보 영향 평가 대상인 정보를 활용할 수 없게 하고 있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거의 없어서다.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사업을 하면 정보통신망법이, 금융 관련 서비스에는 신용정보보호법이 동일하게 적용돼 데이터를 축적·분석·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 명목으로 ‘정보’ 규제


이민화: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구축했느냐 또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할 줄 아느냐가 경쟁력이 된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스타트업은 물론 제조 기업까지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데이터 활용은 막혀 있다. 유럽브랜드연구소가 중국 알리바바의 브랜드 가치를 삼성전자보다 높게 평가한 게 우리나라의 현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유럽브랜드연구소는 알리바바가 가진 데이터 활용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알리바바는 5억 명이 넘는 회원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금융 서비스 등으로 데이터 활용 영역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구태언: 지금까지 우리는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개인이 아니라 정보를 보호해왔다. 개인정보보호법의 원래 목적은 ‘정보보호’라는 수단으로 개인을 보호하자고 한 것인데, 주객이 전도돼서 정보만 보호하고 있다. 이게 어떤 문제를 낳느냐면, 아동 청소년이 실종이 되면 그 아이를 구해야 하는 게 우선임에도 이동통신사는 경찰의 위치 정보 요구에 따르지 않게 된다. 위치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 경찰 요구로 위치정보 보호법은 개정됐지만, 데이터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회서 계류 중이다. 실시간 온라인 서비스가 우리를 둘러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이런 식으로 대응한다면 문제가 커진다.

이우일 교수(이하 이우일): 위험을 최소화하는 쪽으로만 정책이 흐르면서 규제는 늘고 신성장동력 확보를 통한 이익은 도외시 되고 있다. 반면 미국·독일·일본·중국 등 주요국은 데이터와 AI가 가져올 변화에 주목하고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중국은 국가가 나서 데이터 개방 확대, 플랫폼·오픈소스 기술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활용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얼굴 인식으로 유명한 스타트업인 센스타임(SenseTime)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에서 몇억 명의 얼굴 데이터를 이용하게 해주면서 센스타임은 얼굴 인식 분야 세계 최고로 올라섰다. 꼭 긍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는 주요 기업들이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 재편을 계획만 세우고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안건준 회장(이하 안건준): 글로벌 IT 대기업들이 앞다퉈 데이터 활용 사업을 펼치고 데이터 기반 AI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사실상 뒤처졌다. 국내 IT 기업들은 데이터 활용 사업 조직을 만들고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신성장 동력 확보, 청년창업 활성화 등 주요 전략들이 모두 데이터 활용과 AI와 관련돼 있음에도 우리는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유니콘 기업의 70%가 데이터 산업에 기반해 탄생하고 있다. 우리도 그런 회사들이 나오고 성장해야 일자리가 나올 텐데 정작 데이터 산업 부문은 다 침체돼 있다. 개인정보의 개념을 구체화해 데이터 규제를 푸는 첫걸음을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가명 처리한 개인정보를 영리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허용해야 정부 목표인 일자리 창출도 이뤄질 것이다.

개별법에 막혀 허울뿐인 클라우드 발전법

이민화: 방대한 데이터를 AI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데이터 서버의 클라우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물리적 서버에 각각 저장됐던 데이터가 클라우드에서는 데이터가 가상의 서버에 통합되는 만큼 클라우드가 이른바 ‘데이터 플랫폼’으로써 데이터 분석을 유리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데이터 경제를 강조하며 클라우드를 ‘데이터 고속도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 개인정보를 클라우드에 올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데이터 활용을 통한 개인화 서비스 제공은 불가능하다.

문용식: 클라우드 산업 발전법이 이미 도입돼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 데이터의 민간 클라우드 활용 등이 권고 수준으로 강제성이 없어 데이터 활용을 위해 쓸 만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다. 여기에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 등 개별법에서 정보 활용을 못 하게 막고 있다. 의료 분야는 의료법 등이 일정한 정보의 외부 이탈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스타트업 헬스베리티가 3억 명의 의료데이터를 클라우드를 통해 중개하는 비즈니스로 각광받고 있지만, 우리는 불가능하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합의 수준은 굉장히 높이 올라가 있는데 반해 클라우드 진흥법은 아직 합의 수준이 낮은데 따라 발생한 문제다. 익명화 조치, 가명화 조치 등 비식별화 조치에 대한 인증제도 등을 도입해 클라우드 산업 발전법에 대한 해석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 무사안일주의 관행도 작용했다.

안건준: 무사안일주의 문제가 크다. 한국은 자꾸만 오프라인 시대를 생각한다. 기술 격차가 발생해도 문을 닫고 우리끼리 기술을 개발해 추격에 나설 수 있을 때 문호를 개방했던 과거 말이다. 이제는 전 세계가 망으로 연결돼 과거의 방식이 불가능한데도 엄중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군대를 보내서 한 나라를 지배했지만 지금은 기업을 보내서 데이터를 장악하고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이우일: 공공정보는 민간 클라우드에 올라가야 제대로 활용된다.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의 90% 이상이 이미 클라우드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국내 10인 이상 민간 기업의 클라우드 활용률은 2016년 12.9%에 불과하다. 다행인 점은 지난해 초 과학기술총연합회·벤처기업협회·KCERN 등이 나서 데이터 활용 관련 규제 개선을 요구하면서 정부가 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정부는 클라우드 활성화를 위해 공공 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 특화 플랫폼 구축을 통한 시장경쟁력 강화 및 해외 진출 추진,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추진 계획을 냈다.

이민화: 종합하자면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 활용이 국가와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지만, 우리는 법에 막혀 인력과 인프라 모든 면에서 뒤처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우선 국회에 상정된 개인정보보호법과 클라우드 특별법 개정안이 하루 빨리 통과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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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8호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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