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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금리 내려도 주가에 큰 영향 없을 듯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저금리에 이미 익숙한 상황… 고배당주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더 커질 가능성

지난 3월에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진 적이 있다. 1.6%로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했지만 최근에 1.5%대로 밀렸다. 최소 한 번의 금리 인하가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미국도 사정이 비슷하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2017년 9월 이래 가장 낮은 2.08%로 떨어졌다. 지금 기준금리가 2.5%이니까, 두 번의 금리 인하가 이미 가격에 반영된 셈이 된다. 이 영향으로 연초에 이어 두 번째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연초에는 열흘 만에 역전 현상이 해소됐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금리 인하는 시기의 문제

갑자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나온 건 시장 분위기가 돌아섰기 때문이다. 국내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의견이 나왔다. 소수여서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지만 과거 경우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금통위에서는 소수 의견이 나오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실제 금리 인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금리 인하가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미국은 이미 사전 정지작업에 들어갔다. 한 달 전 트럼프 대통령의 인하 요청에 대해 연준이 금리 결정을 위해 미국 경제 추이를 검토하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1990년대에도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선제적인 ‘보험성 금리 인하’가 있었다는 말에 이어 두 번째 중요한 언급인데, 이미 대세가 금리 인하 쪽으로 기운 것 같다.

연준의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은 경제 상황이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3.1%를 기록했다. 5월 실업률은 3.6%를 유지했다. 유례없이 높은 성장과 완전 고용이 이루어져 있는 상태에서 금리 인하는 맞지 않다. 우리나라는 또 다른 면에서 걸림돌에 직면해 있다. 금리 인하가 경제 상황 개선보다 부동산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어 선뜻 정책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국내외 모두 금리 인하가 경제보다는 정책적 이유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리를 내리면 주가가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는 긍정적이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처음 제기된 6월 초 이후 미국 주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시장 역시 2020까지 떨어졌던 상황에서 벗어나 반전에 성공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는 어렵다. 오랜 시간 낮은 금리가 주가를 끌어올린 역할을 한 건 금리 이상으로 경기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낮은 금리와 경기 회복이 맞물리면서 주가가 오른 건데, 둘 중 하나라도 작동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지난해 말이 그런 경우였다. 성장이 괜찮았음에도 금리 인상이 시장의 발목을 잡으면서 주가가 한꺼번에 20% 이상 하락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경기 둔화를 토대로 하고 있다. 금리 인하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이어지려면 경기가 좋지 않아야 한다. 무역분쟁과 기저효과로 2분기 미국의 성장률이 1.3%로 낮아질 걸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실제 발생한다면 금리 인하가 이어지겠지만, 그럴 경우 경기가 시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주가는 금리 인하가 거론될 때 잠깐 오르는 정도에 그칠 걸로 전망된다.

금리 인하와 주가 상승이 항상 같이 했던 것도 아니다. 경제 상황에 따라 수없이 다른 모습이 만들어졌다. 2011년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한 적이 있다. 6월에 3.75%였던 기준금리를 2016년 말에 1.25%로 내렸다. 주가는 금리 인하가 처음 시작됐을 때 2046이었고 금리 인하가 마무리될 때에 2017이었다. 지수만 보면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도 비슷한 예가 있다. IT 버블 붕괴 직후인 2000년 말 미국의 기준금리는 6%였다. 경기가 흔들리는 상태에서 9·11테러가 발생하자 연준이 금리를 빠른 속도로 끌어내려 2001년 말에 1.75%를 만들었다. 한꺼번에 금리를 1% 인하한 게 한 번, 0.5%를 인하한 경우가 여섯 번이나 있을 정도로 인하 속도도 빨았다. 이런 금리 인하에도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2000년 말 2400 정도였던 나스닥 지수가 2001년 말에 1950으로 후퇴했다.

시장이 저금리와 고유동성을 동력으로 상승을 시작하고 10년이 지났다. 이번 금리 인하로 저금리 상황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환영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영향력이다. 과거보다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시장이 저금리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 사이에 미국 주식시장은 3개의 고점을 만들었다. 고점을 기록했던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저항이 강해지기 때문에 이를 넘기 위해서는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 금리 인하가 그 계기는 아닌 것 같다.

금리 하락은 기업의 재무제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금리가 내려갈 경우 기업이 치러야 하는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집단적으로 금리 인하의 혜택을 볼 때가 있었다. 부채비율이 높아서인데, 건설업이 대표적이다. 차입을 통한 사업의 비중이 커서 과거에는 금리가 하락할 때 비용이 크게 줄어들었다. 지금은 이런 일률적인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같은 업종이라도 기업에 따라 재무상태가 천차만별이어서 효과가 다르다. 금리를 인하할 때 부채를 많이 가지고 있는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는 있지만 기업 내용이 좋지 않아 효과가 반감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금리 하락의 영향력을 따질 때 배당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배당률이 높아지는 건 아니지만 배당과 금리 사이에 격차가 커져 상대적으로 매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 검증된 부분이다. 미국은 2003년 이후 배당이 투자의 주요 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경기 활황으로 매년 주가가 15%씩 상승했기 때문에 배당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던 게 2000년에 성장주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여기에 금리의 역할이 더해졌다. IT버블 붕괴와 9·11테러 이후 기준금리가 1.0%로 내려오자 배당주가 더 주목 받았다. 일본도 비슷하다. 1990년 이후 저금리 상황이 계속되면서 주식시장에서는 고배당주가 좋은 성적을 냈다.

올해 중간배당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어들 듯

상장기업 중 14곳이 지난해와 재작년에 연속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지난해 6월에 새롭게 중간배당을 실시한 기업까지 따지면 모두 18개가 된다. 이 중에는 SK이노베이션이나 S-Oil처럼 전통적으로 배당률이 높은 기업이 포함돼 있다. POSCO와 하나금융지주, 두산밥캣 등도 이번에 중간배당을 늘리겠다고 얘기했거나 늘릴 걸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중간배당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2조원 가까운 중간배당을 했었던 반면 올해는 실적이 좋지 않아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에도 6월 말까지는 배당을 많이 지급하는 회사가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시장에서 배당이 주요 투자지표로 등장한 2000년대 초반 이후 배당률이 높은 회사가 그렇지 못한 회사보다 높은 상승률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1489호 (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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