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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14년 만에 새 아파트 들어선다는데] 강화된 분양가 규제에 발목 잡히나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브라이튼 여의도’ 3.3㎡당 4000만원선 계획… 불확실성 떠안고 후분양 가능성

▎낡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여의도에 2005년 이후 14년 만에 새 아파트가 분양할 예정이다. 여의도 MBC 자리에 분양할 ‘브라이튼 여의도’ 조감도.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는 강남에 앞서 개발된 신도시다. 초기 입주한 아파트가 지은 지 50년이 다 돼 간다. 가장 낡은 단지가 초원아파트로 48년 전인 1971년 8월 들어섰다. 여의도 내 22개 단지(1만 가구) 중 16개 단지가 40년 전인 1979년 이전 준공했다. 준공 40년 이상 가구 수 비율이 78%로, 서울 전체 평균(3.3%)이나 구별로 가장 노후도가 심한 비율(용산구 17.1%)과 비교가 안 된다. 여의도에서 가장 최근에 지은 아파트가 11년 됐다. 과거 한성아파트를 재건축해 2008년 4월 준공한 여의도자이다.

여의도는 중대형 주택형이 많다. 평균 전용면적이 123.8㎡로 국민주택 규모(85㎡)의 1.5배에 가깝다. 여의도가 당초 고급 주거지로 개발됐고 2000년대 이후 들어선 아파트들이 고급 주상복합이어서다.

여의도에서 준공 40년 이상 가구 수 비율 78%


여의도에 14년 만에 새 아파트가 나온다. 마지막 분양이 2005년 4월 여의도자이였다. 신영 컨소시엄(여의도MBC부지복합개발PFV)이 옛 여의도 MBC 부지에 조성하는 복합단지 ‘브라이튼 여의도’다. 오피스·상업시설·오피스텔과 함께 들어선다. 업체는 지난해 12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7월에 우선 오피스텔(전용 29~59㎡ 849실)부터 선보일 계획이다. 정치·금융 중심지라는 상징적인 의미뿐 아니라 주택 노후화가 워낙 심한 여의도여서 14년 만의 분양에 주택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의도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는 시범 등 5곳이다. 이 중 4곳이 10년 전인 2008~2009년 추진위를 구성해 사업을 시작했지만 시범만 2017년 다음 단계인 조합설립인가까지 나갔다. 초고층 건립 추진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마침 여의도에 개발 재료도 많다. 잇단 광역교통망 개발로 여의도가 사통팔달의 교통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인천 송도, 부천 대장 3기 신도시로 이어지는 GTX-B 노선, 안산·시흥과 여의도를 연결하는 신안산선, 고양 창릉 3기 신도시로 갈 수 있는 경전철 서부선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여의도에는 김포공항·목동·강남으로 연결되는 지하철 5, 9호선이 지난다.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는 기존 아파트들보다 덩치를 줄였다. 전용 84~136㎡(454가구)이고 평균 110㎡다.

그런데 전망이 밝아 보이는 이 아파트 분양이 발목 잡히게 됐다. 분양가 규제 때문이다. 업체 측이 계획하고 있는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대 초반으로 알려져 있다. 땅 매입 가격이 3.3㎡당 1억1165만원이었다. 올해 공시지가(3.3㎡당 6674만원)의 2배 수준에 가깝다. 주택경기가 달아올랐던 2017년 MBC 부지가 매물로 나왔을 때 보기 드문 ‘알짜’ 부지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아파트를 포함한 전체 사업비가 1조3200억원에 달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아직 본격적인 분양가 협의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규제 가격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 같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최근 분양가 심사기준을 한층 더 강화했다. 분양가 상한선을 앞선 분양가나 주변 시세의 최고 110%에서 분양가의 105%나 주변 시세 100%로 낮췄다. 근래 분양이 없어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할 경우 준공 10년 이내 단지들이 대상이다.

여의도 적용 기준이 다소 모호하지만 업계는 3.3㎡당 3000만원대 초반 넘게 받기가 만만찮을 것으로 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현재 여의도 아파트 평균 시세가 3.3㎡당 3139만원이다. 이 가격에는 재건축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재건축과 상관없는 2000년 이후 건립 단지들의 시세는 더 낮다. 3000만원에 미치지 못하고 여의도자이만 3000만원을 넘어섰다. 여의도 자이에서 가장 작은 전용 125㎡가 그나마 3.3㎡당 가장 비싼 3400만원이다. 이 주택형은 지난해 9월 3.3㎡당 3686만원인 17억5000만원에 실거래되기도 했다.

브라이튼 여의도와 비슷한 주택형들의 다른 단지 시세는 3.3㎡당 3000만원 이하다. 이렇게 되면 업체 측과 주택도시보증공사 간 분양가 격차가 3.3㎡당 1000만원 정도로 크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제한하는 분양가로 도저히 사업성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면 분양가 규제가 없는 후분양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분양가 3.3㎡당 1000만원에 왔다갔다 하는 분양 수입이 2000억원가량이다.

후분양할 경우 예상 사업 완공 시점이 2023년 4월이어서 분양이 4년 늦어지게 된다. 준공 후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는다. 분양보증은 아파트 준공을 보증하는 것이어서 준공 전 단계에서만 필요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착공 때 선분양할 경우 분양하는 데 필수조건인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가를 규제한다. 분양가 심사기준에 맞지 않으면 분양보증을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준공 전이라도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다. 전체 동의 지상층 기준으로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층수의 골조공사가 끝나야 한다. 여기다 준공에 대해 건설업체 둘 이상의 연대보증이 있어야 한다. 공사의 분양보증을 대신하는 셈이다.

그런데 후분양이 만만치 않다. 착공 때 분양하는 선분양의 경우 공사 중에 받는 계약금·중도금 등 사업비의 70~80%를 조달할 수 없어 자금 부담이 크다. 업체들은 연대보증을 꺼린다. 연대보증이 채무여서 회사의 재정이나 신용등급 등에 불리할 수 있다. 착공 후 일정한 공정에서 연대보증을 통한 분양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유명무실했다. 공사의 분양보증을 받는 게 쉽고 부담이 적어서다. 2000년대 중반 공정률 80% 이상에서 분양해야 하는 재건축 후분양 때도 조합은 분양보증을 택했다. 당시에는 공사의 분양가 규제도 없었다. 후분양에는 분양 불확실성이 뒤따른다. 준공 후 분양하면 분양 시기가 착공 이후 30개월 정도 후뒤다. 초고층은 4년가량 걸리기도 한다. 후분양 중 분양 시기를 가장 앞당길 수 있는 골조공사 3분의2 시점은 착공 후 18~24개월 무렵이다. 브라이튼 여의도가 49층이어서 착공 후 24개월 정도 후다.

착공 후 18~24개월 무렵에 후분양 가능

그 사이 주택경기가 침체해 주변 시세가 많이 떨어지면 예상만큼 분양가를 받지 못할 수 있다. 후분양 분양가는 금융비용 등이 추가되기 때문에 선분양 가격보다 비싸야 업체 입장에서 손해를 보지 않는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 실장은 “이런 후분양 리스크를 고려하면 선분양 시점에서 분양가와 주변 시세 격차가 커야 후분양을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1489호 (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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