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택시 호출 앱 ‘S택시’ 내놓은 서울시] 10억 들이고 망한 ‘지브로’ 전철 밟나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지브로, 사용자 없어 지난해 1년여 만에 사업 중단… 지자체가 민간과 불필요한 경쟁 지적도

▎경찰이 서울 시내에서 승차 거부 택시를 단속하고 있다.
목적지 미표시를 통한 승차 거부 근절, 장애인 바우처 택시 호출 기능 탑재 등 시민의 교통복지 증진을 전면에 내세우며 서울시가 5월 말 야심차게 발표한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 ‘S-Taxi’(이하 S택시). 발표와 함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지역 정치권과 택시 업계가 시끌시끌하다. 그럴 만도 한 게 서울시가 지난해 내놓은 같은 기능의 앱 ‘지브로’를 중단한 지 5개월여 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불과 반년 만에 새 앱을 내놓은 것인데, 지브로와 달라진 게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게 지역 정치권과 택시 업계의 평가다. 이 때문에 승차 거부 해소 효과도 미미할 것이고, 지브로처럼 곧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도로 지브로’라는 비판이다. 성중기 서울시의원(자유한국당)은 “S택시는 불과 5개월 전에 이용 저조로 중단한 지브로의 재탕”이라며 “안일한 행정의 결과로 교통복지 증진은커녕 예산 낭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지브로는 예산 낭비의 전형


▎S-Taxi 애플리케이션.
서울시는 2017년 약 10억원을 들여 지브로를 개발했다. 택시에 설치한 택시결제기로 콜(호출)을 배차하고, 택시 이용 시민에게 정확한 빈차 정보를 제공해 택시 탑승 확률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지브로는 빈차 조회와 빠른 호출 등이 특징이었다. 승객에게 ▶차종(개인·법인) ▶주행방향 ▶예상 요금·시간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안심귀가서비스(택시 탑승 시 안심 메시지 발송)를 지원했다. 특히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음으로써 시민의 가장 큰 불편사항이었던 단거리 승차 거부인 일명 ‘골라 태우기’를 없앤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울시의 기대와 달리 지브로는 예산 낭비의 전형이라는 불명예 속에 1년여 만에 사라졌다. 지난해 8월 기준 지브로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만 건에 불과했다. 지브로를 설치한 택시는 서울시 전체 택시 7만2000여 대 중 3만6000대(법인 1만1000대, 개인 2만5000대)였으나 일평균 접속 차량 수는 8000대에 그쳤다. 일평균 택시호출 130건, 배차완료 23건(배차율 18%), 운행완료 13건(호출대비 10%)이 당시 지브로의 성적표였다.

이처럼 택시 기사는 물론 승객의 이용이 저조하자 서울시는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인 지난해 말 지브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리고 반년도 안 돼 S택시를 내놨는데, S택시는 승객이 주변의 빈차를 검색한 후 원하는 택시를 직접 선택하는 방식이다. 지브로와 마찬가지로 승객의 목적지는 표시되지 않는다. 이용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앱에서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정하면 주변 1km 이내 ‘빈차’로 다니는 택시(최대 20대)를 확인할 수 있다. 법인·개인 택시가 따로 표시되고, 택시가 향하는 방향을 보고 택시를 골라 호출하면 된다. 탑승 택시 정보와 실시간 위치를 가족, 친구에게 공유할 수도 있다.

S택시는 빈 차 정보 제공 외에 사실상 지브로와 별 차이가 없다. 지브로의 ‘업그레이드판’인 셈이다. 서울시도 “S택시는 지브로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라며 “빈차 정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건 실시간 정보를 가지고 있는 서울시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특징을 살려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브로에서 빈차를 직접 고르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수정한 것이다. 그런데, 승객이 빈차를 직접 골라도 기사가 교대나 식사 등의 이유를 들어 승차를 거부할 수 있다. 여전히 택시 기사의 승차 거부가 가능한 셈이다. 다만 택시 기사가 콜 거부를 누르면 단말기에 ‘승차 거부로 간주될 수 있다’는 알림창이 뜬다. 또 승객은 앱에서 승차 거부 신고를 할 수 있다. 다만, 택시 기사가 단말기에서 앱 꺼짐(OFF) 버튼을 누르면 아예 호출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승객 입장에서는 지브로와 차이점이 전혀 없는 셈이다.

그나마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개정한 ‘여객자동차운송사업 개선명령 및 준수사항 공고’를 통해 공공승차 앱(S택시)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사용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를 위반하면 사업자에게 120만~360만원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20~60일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승차를 거부해 고객의 신고가 들어왔을 때 일정한 페널티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인센티브와 페널티 금액은 시범 운영 이후에 확정할 방침이다. ‘강제로’ 사용하게끔 고친 것인데, 택시 회사·기사의 반발은 차치하고 실제로 강제성을 갖긴 어려워 보인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앱을 강제로 쓰라고 하면 안전사고 위험 등이 따르기 때문에 실제로 강제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강제성도 없는데 택시 기자 입장에서 출발지와 목적지가 확실한 카카오T나 티맵택시 콜을 뒤로 하고 목적지를 알 수 없는 S택시 콜을 받을 이유가 있을까.

앱 완성도도 떨어지는 편이다. 앱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이 없고, 택시가 한 곳에 여러 대 엉켜 있을 땐 택시 방향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택시 기사 입장에서도 사용성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일단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콜을 선뜻 수락하기 어렵고, 승객과 통화하려면 단말기에서 번호를 보고 따로 전화를 걸어야 한다. 택시 기사들에 따르면 승객 위치를 확인하기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 법인택시 기사는 “승객이 있는 곳이 뜨긴 뜨는데 한참을 기다려 확인해야 한다”며 “시에서 만든 거라 그런지 민간이 만든 카카오T나 티맵택시보다 기술적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범 운영 중이긴 하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S택시를 아는 시민도 많지 않다. 민간의 영업 환경을 조율해야 할 지자체가 택시 호출 앱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이미 민간에서는 승객이 3000원의 추가 이용료를 내면 승차 거부 없이 일반 중형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웨이고블루’가 있다. 앞서 제로페이 도입도 지자체 주도로 결제 사용을 권장해 민간 결제 사업자들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말 개정한 개선명령과 공고 때문에 택시 업계와의 갈등 소지도 있다. 우회적인 택시요금 인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승객 위치까지의 이동 비용 보상 차원에서 최대 2000원까지 서비스 비용을 부과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서비스 비용을 승객이 부담하면 사실상 택시요금을 인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앞서 3월 택시기본요금을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심야 기본요금을 3600원에서 4600원으로 각각 800원, 1000원씩 올랐다.

서울시 공공 앱 60개 중 25개 중단

지브로나 S택시나 목표는 결국 똑같다. 디지털 승차 거부로 불리는 ‘콜 골라잡기’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패한 물건을 다시 들고 나오려면 최소한 업그레이드는 했어야 하는데, 전혀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는 게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S택시의 개발비는 3000만~4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 의원은 “2018년까지 총 3년간 제작된 서울시 공공 앱 60개 중 25개(41.7%)가 중단됐고, 폐기된 공공 앱 개발 비용으로 수십억이 소요됐다”며 “서울시는 공정성과 실효성을 바탕으로 민간과의 상생·협력을 우선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490호 (2019.07.0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