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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비주류 투자 하반기에는 ‘글쎄’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상반기에 외화자산·금·가상화폐 가격 많이 올라… 원·달러 환율 1200원 넘기 어렵고 금 수요도 제한적

▎6월 16일 서울 종로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순금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서 1g당 금 가격은 14일 5만1370원(1돈당 19만2637원)을 기록, 2014년 3월 시장이 개설된 후 최고가를 새로 썼다. / 사진:연합뉴스
부동산·주식·채권을 주류(主流) 투자라고 한다면 이들을 제외한 다른 상품들은 비주류가 된다. 부동산 등 세 개가 주류 역할을 하는 건 규모가 커서다. 부동산의 시가총액이 8000조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고 주식과 채권은 2000조원을 넘는다. 이와 달리 다른 투자처는 규모를 산정하기 힘들거나 몇 백조에 불과해 주류와 차이가 많이 난다.

상반기는 비주류 투자의 전성기였다. 지난해 9월 안정화 조치의 영향으로 부동산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주식도 소폭 상승에 그치는 동안 외화 관련 상품과 금, 가상화폐 등이 5%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각각의 움직임을 보면 먼저 원·달러 환율이 5월 한때 1200원에 육박함에 따라 외화 관련 상품의 수요가 늘어났다. 은행의 외환예금처럼 외환을 직접 매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미국 회사채 같이 새로 선보인 상품들도 있다. 미국 은행 후순위채의 경우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으로 4%, 이자소득으로 1.5~2%의 이익이 발생해 상반기에만 6% 가까운 수익을 거뒀다. 국내 어떤 상품보다 높은 수익률이었다.

부동산·주식·채권 매력 떨어진 반사이익

올 초 국제 금 시세는 온스당 1281달러였다. 6월 중순 현재 1343달러를 기록하고 있으니까 6개월이 안 되는 사이에 4.8% 오른 셈이 된다. 원화로 따지면 1g당 5만1000원으로 한국거래소에서 금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후 최고가다. 이전 최고가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가 있었던 2016년 7월 6일의 5만910원이었다. 금 가격이 이렇게 급등한 건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금리 인하로 국제 자금이 안전한 곳을 향해 움직였기 때문이다. 최고 성적을 올린 곳은 가상화폐이다. 대표 종목인 비트코인의 경우 연초 400만원대에서 지금은 1000만원으로 2.5배 정도로 상승했다.

상반기에 비주류 상품이 투자의 중심이 된 건 가격 상승, 실적 악화 등으로 주류 투자의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덜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에 다가섰다. 가격에 대한 부담을 떨치기 힘든 상태가 된 것이다. 이와 달리 금과 가상화폐는 낮은 가격이란 메리트를 가지고 있었다. 금은 2012년에 온스당 1800달러를 넘은 후 계속 하락해 2016년에는 1050달러로 내려왔다. 이후 2년간 1200달러를 고점으로 하는 박스권에 머물다 이번에 이 선을 뚫었다. 금 가격이 갑자기 높아진 건 경기 둔화와 무역분쟁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지만 주류 상품이 높은 가격으로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는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과거에도 새로운 물건은 가격 급등락을 거쳐 자리를 잡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 무관심하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이를 이용해 사업을 하려는 회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가격도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런 호황이 끝나면 버블 붕괴가 시작돼 가격이 최고점 대비 90% 이상 하락하고 관련 기업의 다수가 퇴출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마지막에 위기를 극복한 몇몇을 중심으로 시장이 다시 만들어지는데, 이때는 가격이 천천히 올라간다. 2017년 2500만원까지 올랐던 비트코인 가격이 400만원으로 떨어진 게 선별 과정이었다면, 이번 상승은 반등과 선별 과정 이후 회복기로 볼 수 있다. 시장의 기대대로라면 상반기에 암호화폐 가격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외화 상품 강세는 원화 가격 때문이다. 지난 10개월 동안 원·달러 환율은 1150원 밑에서 머물러 있었는데 이번에 이 선을 넘으면서 빠르게 상승했다. 비슷한 처지에 있지만 각광을 받았던 또 다른 외화상품이 신흥국 국채다. 달러 강세로 이들의 환율도 좋지 않았지만 원화보다 상대적으로 상태가 괜찮아 좋은 성적을 냈다. 브라질을 비롯한 몇몇 나라의 국채 투자수익률이 상반기에만 10%를 넘을 정도였다.

하반기에도 비주류 상품의 강세가 계속될까? 대상이 달라진다면 몰라도 지금 구성대로라면 하반기에 높은 수익을 올리기 힘들 것이다. 가격이 높아진 데다 상품 하나 하나가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은 새로운 수요처가 없다는 게 불안 요인이다. 이번 상승은 10년 전과 다르다. 그때는 신흥국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렸지만 지금은 그런 게 없다. 최근 금값 상승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돈이 금으로 몰린 영향 때문인데,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는 없다. 뚜렷한 수요기반이 없다는 게 하반기에 금의 수익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최근 암호화폐가 반등했지만 언젠가 사라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태가 되면 대표 암호화폐의 가격조차 느리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성장성이 한계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2000년에 IT 버블이 한창일 때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주가가 30만원을 넘은 적이 있다. 지금 국내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카카오와 합병하는 등 온갖 호재를 지나왔음에도 주가가 12만5000원에 머물고 있다. 배당 등으로 가격이 희석된 이유도 있지만 이를 모두 감안하더라도 2000년 기록했던 주가에 미치지 못한다. 성장성으로 급등했던 상품의 가격 거품이 사라진 후 다시 올라갈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성장주일 때에는 기대만 있으면 되지만 다시 올라가려면 실력이 입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익이 빠르게 늘어나야 하는데 가상화폐는 통용 범위 확대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비트코인 1000만원이면 반등할 만큼은 한 것 같다.

비트코인 가격 1000만원대면 충분한 반등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넘기 힘들다. 상반기에 한번 이 수준에 근접했는데 하반기에는 1200원에 도전하기보다 1150원을 향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외화상품 수익성에 치명적인 장애 요인이 될 것이다. 상반기의 수익성을 유지하기보다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그동안 원화 움직임을 보면 1997년 외환위기 직후와 2000년 IT 버블 때를 제외하고 1200원 위에서 오래 머문 적이 없다. 금융위기 때에도 몇달 만에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고 2010년 이후는 며칠을 넘기지 않고 1200원 밑으로 내려왔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 보면 원화가 약세를 이어갈 이유가 없다. 5월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는 드문 경우다. 지난 20년 동안 무역적자가 발생한 경우가 10개월도 되지 않는데 우리 경제가 대외흑자를 내는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외환보유액도 4000억 달러가 넘는다. 환율과 관련해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비주류 투자가 약해질 경우 부동산이나 주식 등이 오르기보다 투자 시장 자체가 소강상태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주류 시장의 매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으려면 가격이 지금보다 낮아지거나 펀더멘털이 회복돼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1490호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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