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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지는 조망권 가격차] 해운대초고층(두산위브더제니스 3층과 71층) 공시가격 2.2배 차이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같은 동·라인·면적이라도 천차만별… 조망 대상과 건물 총높이 따라 격차 벌어져

▎조망권이 뛰어난 초고층 아파트가 많은 부산 해운대 야경. 층에 따라 조망 범위가 달라지면서 공시가격 차이가 두 배 넘게 벌어지기도 한다.
거리낄 것 없이 탁 트인 풍경은 고층 아파트에서 누릴 수 있는 특유의 조망권이다. 조망권은 층에 따라, 향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경제적 가치도 다르다. 누구나 조망권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시장에서는 층별로, 향에 따라 비교할 만큼 거래가 많지 않다. 시장 거래가격으로 조망권 가치를 재기 힘든 것이다.

조망권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공시가격이다. 정부가 한국감정원을 통해 산정하는 공시가격은 개별 호수마다 매겨지기 때문이다. 올해 공시가격은 지난해 말까지 준공된 전국 공동주택 1339만가구의 올해 1월 1일 기준 가격이다.

조망권을 자랑하는 국내 대표 아파트의 조망권 가치가 어떻게 될까. 경제가 발전하고 삶의 질이 높아지면 조망권 가치는 커지게 마련이다. 위치·건물구조 등 물리적 가치 외에 조망권 등이 주는 심리적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는 공시가격에서도 나타난다. 고층에서 한강을 볼 수 있는 고급 초고층 아파트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2001년 분양 때 175㎡(이하 전용면적) 분양가가 44층 9억9150만원, 1층 9억2270만원이었다. 7.5% 차이 났다. 올해 공시가격은 44층 34억800만원으로 2층 27억2000만원보다 25.3% 더 비싸다.

층이 올라가면 조망 범위가 넓어져 조망이 좋아진다. 저층과 고층 공시가격 차가 대개 10~15% 선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분양가도 이 정보 범위에서 매겨진다. 50층 이상 초고층은 좀 더 차이가 난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137㎡ 61층 공시가격이 15억7600만원으로 3층 13억2800만원보다 18.7% 더 높다.

한강 등 조망권이 있으면 가격 차이가 훨씬 벌어진다. 한강을 내려다보는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124㎡의 올해 공시가격이 2층 16억4800만원, 56층 20억6400만원으로 꼭대기 층이 25% 더 높다.

부산 해운대 앞바다 조망권이 나오고 건물 높이가 더욱 올라간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에선 더욱 많이 벌어진다. 127㎡ 3층이 3억7200만원이고 71층은 2.2배인 8억2200만원이다. 85층 국내 최고층으로 짓고 있는 해운대 엘시티 더샵은 바다 조망이 좋은 라인의 맨 아래층 9층과 맨 위 83층 간 분양가 차이를 62% 뒀다.

조망권 가치는 같은 층에서도 큰 가격 차이를 보인다. 해운대 아이파크 꼭대기 층인 72층에서 194㎡의 공시가격이 9억6700만원이고 바로 옆집 191㎡는 집이 작으면서도 두 배에 가까운 17억8100만원이다. 올해 보유세가 194㎡가 300만원, 191㎡는 980만원으로 3배 수준이다.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 68.1%를 적용하면 두 집의 시세가 각각 14억, 26억원으로 12억원이나 차이 난다. 이 아파트 다른 동 꼭대기 층인 46층에선 185㎡(15억1200만원)와 이보다 훨씬 큰 집인 233㎡(15억4400만원)간 공시가격이 거의 같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해운대 아이파크 평면이 워낙 다양해 향에 따라 해운대 앞바다뿐 아니라 광안대교 조망 차이가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광안대교는 부산 남구와 해운대구를 연결해 바다를 가로지르는 길이 7400m 복층 교량이다. 최첨단 조명시스템을 갖춰 요일·계절별로 현란을 불빛을 연출해 부산 명물로 자리 잡았다.

조망권 가치가 반영되지 않은 곳도 있다. 집 크기가 같고 엘리베이터를 함께 쓰는 같은 라인의 아파트인데 올해 꼭대기 층 공시가격이 3200만원 올랐지만 저층 12층은 7배인 2억1600만원 뛰었다. 저층 상승률이 6.1%로 고층(0.9%)의 7배다. 조망권 등 차이에 따른 층별 공시가격 차등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강과 35만㎡ 규모 서울숲 조망권이 뛰어난 한강변 초고층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이다. 이 단지는 서울 성동구 뚝섬에 있는 갤러리아포레다. 167~271㎡(이하 전용면적) 초대형 주택형으로 구성됐고 최고 45층 230가구다. 시세가 3.3㎡당 4500만~5000만원 정도다.

44~45층에 복층으로 자리 잡은 펜트하우스 271㎡ 공시가격(46억4000만원)이 고층 아파트 가운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전용 269㎡, 50억4000만원) 다음으로 고가다. 올해 갤러리아포레 공시가격을 보면 12층부터 꼭대기 층(43~45층) 같은 라인, 같은 주택형의 가격이 동일하게 나온다. 102동 2호 라인 241㎡가 모두 37억7600만원이다. 168㎡ 101동 3호 라인 12~43층은 26억5600만원으로 같다. 6~11층에는 서로 다른 3개 주택형이 2가구씩 3개 층마다 배치돼 있다. 여기서도 층수에 상관없이 주택형이 같으면 공시가격이 같다. 102동 3호 라인 217㎡ 6층과 9층이 모두 29억5200만원이다. 6층 아래는 비주거 시설이다.

지난해만 해도 층에 따라 공시가격이 달랐다. 241㎡의 경우 12층 35억6000만원, 43층 37억4400만원으로 5%가량 최고층이 더 높았다. 168㎡는 12층 24억9600만원, 43층 26억3200만원이었다. 217㎡가 6층 27억5200만원, 9층 29억2800만원이었다. 2008년 분양 때도 2~4개 층별로 묶여 가격이 최고 5.2% 차이 났다. 지난해 갤러리아포레 실제 거래가격도 층별로 차이가 컸다. 168㎡ 32억원에 거래됐고 27·40층 가격은 35억5000만원이었다.

갤러리아포레 공시가격, 층수 관계없이 같아

올해 공시가격이 동일해지면서 저층 가구의 보유세 부담이 커졌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더 높아 보유세가 고층보다 더 많이 늘어나서다. 241㎡ 43층이 지난해 2800여만원에서 올해 3800여만원으로 1000만원 증가하지만 12층은 지난해 2600여만원에서 올해 3800여만원으로 1200만원 늘어난다.

일반 아파트도 공시가격이 층별로 다른데 한강 등 명품 조망권을 갖춘 초고층 단지에서 층간 공시가격 차이가 없다는 게 의외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공시가격 담당자가 층에 따른 조망권 차이가 없다고 보고 공시가격을 같이 적용했다”고 말했다. 해운대 등 다른 단지에선 조망 가치를 꼼꼼하게 따진 한국감정원이 갤러리아포레 공시가격에선 한강 명품 조망권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1490호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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