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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김순산 회장] “가설 방음벽도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야”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시장에선 가격 싼 재생 플라스틱 제품 일색... 방음능력 떨어지고 환경오염 일으켜

▎사진 : 김현동 기자
20세기를 주도했던 혁신기술 중 하나로 노벨상까지 받았던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플라스틱이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敵)이 됐다. 자연이 분해할 수 없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지구가 신음하고 있어서다. 미세플라스틱의 사전적 의미는 지름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이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세월과 풍화작용 등을 거쳐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생활 곳곳에 파고 든 플라스틱은 쓰레기의 양도 엄청나다.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날드 기어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65년간 만들어진 플라스틱의 90.5%가 쓰레기로 변해 방치됐다. 65년간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t. 이 중 63억t이 쓰레기라는 얘기다.

더구나 한국은 세계 플라스틱 소비량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420장 정도의 비닐봉지를 쓰고, 100㎏에 이르는 플라스틱을 소비한다고 한다.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EUROMAP)가 발표한 ‘세계 63개국의 포장용 플라스틱 생산량 및 소비량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비닐봉지 소비량은 61.97㎏으로 벨기에(85.11㎏)에 이어 세계 2위다. 미국(48.7㎏)과 중국(24㎏)보다 많다. 그러다 보니 정부도 플라스틱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초에는 대형 백화점·마트·수퍼마켓 등 오프라인 업계를 중심으로 비닐봉지 사용 및 과대포장을 금지했다. 5월에는 이를 온라인 유통·물류 업계로도 확대했다.

한국, 세계 플라스틱 소비량 1위

건설자재 업계에도 이 같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축자재 제작 판매·임대회사인 ㈜태양 김순산 회장은 “심각한 환경 문제를 고려할 때 건축자재 업계 또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며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건축자재 업계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오랜 연구 끝에 친환경 ‘가설 방음벽(가설 방음벽은 휀스·가림막 등으로도 불린다)’을 개발했다. 가설 방음벽은 공장이나 건설 공사장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을 방지하는 시설로, 아파트 공사장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축자재다.

가설 방음벽은 강판이나 비닐, 플라스틱 등을 재료로 쓴다. 현재 가설 방음벽 시장은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든 ‘RPP(Recycling Plastic Panel)’ 제품이 장악하고 있다. 가벼워 변형이나 이동이 쉽고 가격 또한 저렴하기 때문이다. 표면이 매끄러워 각종 광고물이나 그림 등으로 꾸미기도 편리하다. 그러나 김 회장은 “RPP 가설 방음벽은 기본적으로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납과 환경호르몬 노출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환경호르몬은 사람의 몸에서 호르몬이 만들어지거나 작용하는 것을 방해해 건강과 생식작용에 영향을 주는 화학물질이다. 이 환경호르몬은 플라스틱 등에서 배출된다. 김 회장은 “유럽이나 심지어 중국에서는 이 같은 위험성 때문에 플라스틱 가설 방음벽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런 플라스틱 가설 방음벽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한 가설 방음벽을 고민하다 ‘환경휀스’를 개발했다. 환경휀스는 포스코에서 개발한 1.2㎜짜리 칼라강판에 두께 25미크론(micron, 1미크론은 1/1000㎜)으로 특수도금을 한 제품이다. 플라스틱이 아닌 강판을 사용해 일회용이 아닌 2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하다. 경제성을 고려해 누구나 쉽게 설치·해체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도 특징이다. 또 다양한 디자인을 입혀 공사장 주변 미관을 다채롭게 꾸밀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근에는 가설 방음벽을 아름답게 꾸미는 사례가 늘면서 공사장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보기 좋게 꾸미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방음벽은 도시 미관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건설 단계에서부터 신축 건물이나 시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어 대형 건설회사를 중심으로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태양은 여기에 광촉매 필름을 부착해 곰팡이·녹조류·세균의 세포막을 파괴하는 항균기능까지 갖췄다. 광촉매는 식물의 광합성 작용과 같은 원리로, 자외선이 닿으면 이산화티탄(titanium dioxide)으로부터 활성산소가 발생하는데, 이 활성산소가 유기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환경호르몬을 배출하는 플라스틱과는 거리가 먼 데다 항균기능까지 갖춰 환경휀스 한 장으로 나무 한 그루를 심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건설 공사장 특성상 가설 방음벽은 한 번 설치하면 2~3년간 그 자리를 지키게 되는데 플라스틱을 사용하면 해당 지역은 플라스틱으로 오염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국에 1억7200만t의 RPP 가설 방음벽이 설치돼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2018년 11월 기준으로 서울 개포동과 서초동의 아파트 공사장 4곳에 설치된 RPP 가설 방음벽만 약 20㎞였다”며 “이를 토대로 서울 전역과 전국으로 확대해 계산해보니 약 1억7200만t의 RPP 가설 방음벽이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많은 RPP 가설 방음벽이 설치된 건 환경부가 2014년 소음·진동관리법 제6·7·8조를 삭제한 때문이라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당시 환경부는 청와대의 규제완화 정책에 발맞춰 방음벽의 성능 및 설치기준(제6·7·8조)을 삭제했다. 가설 방음벽 제작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규제가 너무 까다롭다고 민원을 제기한 때문이다.

환경부가 삭제한 방음벽 성능 및 설치기준에 따르면 가설 방음벽의 투과손실(방음능력) 기준은 ‘주파수 500㎐의 음에 25㏈ 이상, 1000㎐의 음에 30㏈ 이상’이었다. 김 회장은 “그러나 대부분의 RPP 가설 방음벽 제품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지속적으로 규제 완화를 주장했던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이 조항이 삭제돼 가설 방음막 시장을 플라스텍 제품이 차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휀스는 이 기준을 훌쩍 뛰어 넘는 성능을 갖췄다. 환경휀스의 투과손실은 1000㎐의 음에 33.8㏈에 이른다(2015년 5월 방재시험연구원 시험 성적 기준).

“환경부 규제 완화가 되레 환경오염 일으켜”

김 회장은 이 부분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 그는 “환경부가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한다면 환경호르몬을 내뿜는 플라스틱 가설 방음벽의 확산을 막았어야 했다”며 “하지만 규제 완화라는 명분 아래 되레 환경을 해치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플라스틱 가설 방음벽이 확산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김 회장은 “환경을 지키고 국민을 미세플라스틱의 공포에서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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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2호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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