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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시장의 기대만큼 금리 인하 약발 이어질까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세계 각국 중앙은행, 비둘기파적 행보… 사상 최고치 행진 미 증시 주가 수준 높아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달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인하를 언급하면서도 일시적인 변화에 과도하게 대응하지 않아야 한다며 금리 인하 기대를 조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미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사이 금리가 크게 하락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 밑으로 떨어졌고, 우리 국고채 3년물 금리도 1.4%까지 내려왔다. 투자자산과 안전자산 가치가 모두 상승한 셈이다. 이렇게 된 이유가 있다. 한국은행과 연준이 금리 인하를 재개할 계획임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차기 수장으로 내정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비둘기파적인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될 수는 없다. 금리는 경제에 문제가 있을 때 내리는 게 보통인데, 경제에 문제가 있을 경우 주가가 계속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금리를 내리기도 힘들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생각한 건 미·중 무역분쟁이 최악으로 번져 실물 경제가 둔화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따라서 금리를 수차례 인하하려면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나는 무역분쟁의 격화이고 다른 하나는 경기 둔화다. 일단 하나는 빗나갔다. 연말까지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올해 내에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사라졌다. 경기 부분만 보면 지금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이유가 없다.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 금리 인하가 소폭에 그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지금 연준은 큰 부담을 안고 있는 상태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 어지간히 내려서는 기대를 충족시키기 힘들다. 그래서 연준은 당분간 금리 인하 기대를 불러일으키기보다 큰 폭의 금리 인하는 없을 거라는 형태로 얘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6월 25일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를 언급하면서 동시에 일시적인 변화에 과도하게 대응하지 않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금리 인하 기대를 조정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미·중 무역협상 영향력 줄어들 듯

미국과 중국이 무역 마찰을 줄이기 위한 협상에 다시 들어갔다. 올해 말까지 추가 관세도 유예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 휴전이 시작된 것이다. 두 나라가 ‘강대강’으로 맞서던 상황에서 한발 물러났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지만 합의 내용은 큰 뉴스거리가 아니다. 시장이 예상했던 대로인데 상식적으로 볼 때 그 이상의 진전도 기대하기 힘들었다. 무역협상이 많은 부분을 세세하게 결정해야 하는 과정인데 이를 양국 정상이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 반응이 미적지근할 것 같다. 합의 수준이 시장이 예상 대로인 것도 그렇고 주가가 높아 추가로 반영할 부분이 없는 것도 걸린다. 과거 주가 사례도 좋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일 G20 회의에서 90일간의 휴전에 합의했을 때 S&P500지수는 다음날 하루 1% 상승한 후 계속 하락했다. 휴전이 시작되기 전날 2760이었던 주가가 한달 만에 2506까지 밀릴 정도였다.

물론 당시 미국시장이 금리 인상의 영향권 내에 있었던 이유가 크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휴전이 주가에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건 분명했다. 이번은 지난해 12월보다 효과가 더 미미할 것이다. 지난해에는 분쟁이 한창인 상태에서 예고 없이 휴전이 이루어져 재료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반면 이번은 두 번째 휴전이어서 신선함이 없다. 이미 10일 전부터 G20회의에서 미·중 정상이 만난다고 공지가 됐고 그에 맞춰 추가로 반영할 부분이 많지 않다. 협상 중간에 소소하게 뉴스가 나와 주가에 약간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시장 전체가 움직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6월 주식시장은 미국 금리 인하와 무역분쟁에 의해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과가 괜찮았다. 미국 시장이 2011년 10월 이후 월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 영향으로 우리 시장도 110포인트 넘게 올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 재료 모두가 긍정적인 형태로 변한 덕분이다. 당분간 두 재료가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시장이 본질적인 부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불리하다.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경기 둔화에서 벗어나지 못할 걸로 전망된다. 기업 실적도 1분기보다 크게 늘어나기 힘들다.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을 걸 감안하면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상당히 높다. 미국 시장이 사상최고치를 넘어 계속 상승한다면 다른 그림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걸 기대하기에는 주가가 너무 높다. 2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될 때까지 주식시장이 소강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걸로 보인다.

가상화폐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연초 360만원하던 비트코인의 가격이 6월 말에 1700만원까지 올라왔다. 6개월 사이에 370%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페이스북이 내년에 자체 가상화폐인 ‘리브라(Libra)’를 출시하기로 한 게 급등의 계기였다. 페이스북 가입자가 23억 명 정도니까 많은 사용 인구를 가지고 있는 지역화폐가 탄생하는 셈이다. 그동안 가상화폐는 ‘저걸 어디에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시달려왔다. 현재 정확한 사용처가 없다 보니 미래에 가상화폐가 어떤 형태로 쓰일지 상상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페이스북의 참여를 계기로 이 질문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비트코인이 중심이 된 첫번째 상승보다 가상화폐의 기반이 탄탄해진 것 같다.

가상화폐가 한단계 더 발전하긴 했지만 문제가 사라진 건 아니다. 시장에서 의문을 가지고 있던 여러 부분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우선 중앙은행을 비롯한 기득권의 반대를 이겨낼 수 있을지 여부다.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달러가 기축통화가 아니었다면 미국 경제는 큰 난리가 났을 것이다. 금융정책은 중앙은행이 통화를 조절할 수 있는 배타적 권한을 토대로 시행된다. 민간이 화폐를 만들 수 있다는 건 정부와 중앙은행의 기능이 약해진다는 걸 의미한다. 중앙은행이 찬성할 이유가 없다.

가격만 보면 최근 상승에서 이해되는 면도 있다. 새로운 물건이 세상에 나올 때 사람들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처음에는 무심하다가 이후 열광해 가격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린다. 버블이 생기고 터지면서 그 물건이 없어질 것처럼 하락한 후 안정을 찾는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핵심적인 부분만 남고 나머지는 사라진다. 지금 인터넷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들은 인터넷이 처음 도입됐을 때 얘기됐던 사업들이 아니다. 여러 차례 진화를 통해 현재의 모습이 됐는데 앞에서 얘기한 발전 과정을 따랐다. 지난해 초 급등이 사람들이 처음 가상화폐에 눈을 뜨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면 이번은 한차례 하락으로 시장이 정리되고 난 후 다시 상승하는 과정이다.

변동성 큰 가상화폐, 투자는 신중해야

당분간 가상화폐 가격은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이번에도 6월 초 이후 가격이 급등했다가 27일에 한꺼번에 20% 넘게 하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가격이 안정되려면 대상물의 기반이 탄탄해야 한다. 선진국 통화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 가상화폐는 무엇을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혼란한 상태다. 기준이 모호한 만큼 가격이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게 당연하다. 아직 가상화폐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뒤늦게 뛰어들지 않는 게 좋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원금 보존이다. 수익은 그 다음 문제다. 지금 가상화폐에 투자해서 원금을 보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1492호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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