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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뜨거운 감자’ 과천] 고분양가·후분양·상한제·공공택지… 

 

과천푸르지오써밋, 분양가 규제 피해 후분양… 과천 외곽 3곳에 2만여 가구 들어설 예정

▎과천 주공1단지를 재건축하는 과천푸르지오써밋 견본주택. 이 단지는 후분양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를 피해 주변 시세와 큰 차이 없는 가격을 책정했다.
지난 7월 26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주공1단지를 재건축하는 ‘과천푸르지오써밋’이 견본주택 문을 열고 분양에 들어갔다. 과천에서 8번째 재건축이고 일반분양으로는 6번째다.

과천 재건축 단지 일반분양은 2016년 시작됐다. 옛 7-2단지를 시작으로 1단지까지 6개 단지가 7700여 가구를 건립한다. 이 중 일반분양분은 2100여 가구다. 1단지 이전 지난 5월 6단지까지 일반분양한 1600여 가구에 1순위자 총 2만6000여 명이 청약해 평균 15.9대 1의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다.

주공1단지는 분당 등 1기 신도시에 앞선 수도권 첫 신도시인 과천에서 1981년 6월 처음으로 분양했다. 정부는 79년 10월 정부 제2종합청사와 1만여 가구의 주택이 들어서는 신도시로 과천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행정구역은 경기도 시흥군 과천면 문원리·관문리였다.

38년 새 분양가 3.3㎡당 90만→4000만원

주공1단지가 태어난 81년과 재건축 단지가 분양하는 현재 모두 분양가 문제 등으로 주택시장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81년 정부가 분양가를 일부 자율화했다가 고분양가 논란이 일자 다시 분양가를 규제했다. 그해 6월 자율화 이후 한신공영이 8월 신반포 15차 분양가를 이전 서울시 상한선(3.3㎡당 113만원)보다 22% 높은 3.3㎡당 138만3000원에 책정했다.

현재 정부는 재건축 단지와 같은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주공1단지 재건축 단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와 정부의 민간택지 상한제 틈새로 빠져나가 가격 제한을 받지 않고 분양가를 책정했다. 지난 5월 HUG 규제를 받은 과천자이(주공6단지 재건축) 분양가(3.3㎡당 3253만원)보다 25% 높은 3.3㎡당 3998만원이다.

81년과 마찬가지로 분양가가 뛰자 주변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주공1단지 재건축 단지 분양가가 확정된 7월 다섯 번째 주 과천 아파트값이 전주(0.23%)의 두 배 수준인 0.44% 뛰며 수도권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서울이 0.02% 올랐고 경기도는 0.03% 하락했다.

81년 주공1단지 분양가가 3.3㎡당 평균 90만원이었다. 당시 이색적인 태양열 단독주택이 가장 비싼 3.3㎡당 103만원이었다. 가구당 가격이 1441만~3399만원이었다. 주공1단지 재건축 단지 주택형별 최고 분양가는 3.3㎡당 4544만원에 이른다(평균 3998만원). 가구당 9억7040만~21억3830만원. 전용 59㎡ 소형도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 금액이다. 38년 새 분양가가 44배로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땅값은 10배 상승했다.

분양가가 주변 새 아파트 시세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로또’는 당첨자 몫이 아니다.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업계에 따르면 이 단지가 2017년 당초 분양하려던 3.3㎡당 3313만원보다 분양가가 3.3㎡당 685만원 오르면서 일반분양 수입이 1142억원 더 늘어난다. 조합원당 평균 1억여 원이다. 추가분담금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분양가가 3.3㎡당 3313만원이면 전용 46㎡ 조합원이 전용 84㎡ 새 아파트를 배정받는 데 1억2000여 만원의 추가분담금을 낼 예정이었다. 분양가가 뛴 덕에 추가분담금을 거의 낼 필요가 없어졌다. 주공1단지에서 아파트 중 가장 큰 전용 82㎡가 새 아파트 전용 84㎡를 무상으로 받는다. 여기다 당초 2억5000만원으로 추산됐던 환급금이 3억5000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일반분양가 상승으로 조합원 분양가가 내려가기 때문이다. 일반분양가의 76%인 3.3㎡당 2500만원대에서 2200만원 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환급금은 사업비로 쓰고 남는 일반분양수입에서 나온다. 일반분양분 506가구의 총 분양수입이 6664억원으로 총 사업비보다 1000억원가량 더 많다. 이러다 보니 2017년 8·2대책 전 고점에서 매입한 사람도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게 됐다. 전용 82㎡가 그해 7월 12억원에 거래됐다. 이 조합원은 환급금을 뺀 8억5000만원에 일반분양가 13억원의 전용 84㎡에 들어간다. 시세차익이 4억5000만원이다. 집값이 오르면 개발이익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재건축 마술인 셈이다.

분양수입이 총 사업비 초과

주공1단지 재건축 단지 분양성적이 관건이다. HUG 분양가 규제를 받은 2018년 이후 과천 재건축 단지 분양 때마다 과천 1순위 7000명 정도가 신청했다. 지난 5월 676가구를 일반분양한 과천자이 청약자가 7781명(12대 1)으로 가장 많았다.

청약 뚜껑을 연 결과 성적이 저조하다. 7월 31일 506가구를 대상으로 한 1순위 청약 접수에서 2050명이 청약해 역대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주변 시세와 별 차이 없는 분양가여서 로또 기대감이 줄고 중도금 대출이 막혀 청약자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과천에 주공1단지 재건축 단지보다 훨씬 저렴한 아파트 분양이 잇따를 예정이기도 하다.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1단지 재건축의 60% 수준인 3.3㎡당 2000만원대 초반에 분양가 심의가 진행 중이다. 주공1단지에 이어 현재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주공4단지 등은 상한제 적용을 받을 수 있다.

1단지 이후 현재 재건축을 추지 중인 단지는 과천에서 유일한 재개발 사업장인 주암장군마을(420가구)를 포함해 총 5곳이다. 총 5000여 가구다. 주암장군마을과 주공4단지가 조합설립 인가를 받고 사업시행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주공4단지는 기존 1110가구를 허물고 전용 85㎡ 이하 중소형 1377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이 단지들은 2023년 이후나 준공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주공5단지와 10단지가 추진위 구성 단계다. 기존 주택이 1432가구다. 새로 건립하는 주택은 2579구다.

과천 외곽에서 분양이 잇따른다. 현재 당초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5차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된 과천지식정보타운이다. 갈현동·문원동 일대 135만㎡ 규모로 8000여 가구 주택을 계획하고 있다. 200여 가구 단독주택을 빼고 모두 공동주택이다. 이 중 S6블록 500여 가구가 처음으로 분양에 나서 분양가상한제 자격 심의를 받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GS건설이 공동사업하는 S9블록도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과천시 주암동·과천동 일대에는 임대주택지구가 들어선다. 93만㎡ 규모이고 건립 주택 수는 5700가구다. 주암지구 옆에 정부가 추진하는 30만 가구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의 하나인 과천과천지구도 있다. 과천동·주암동·막계동 일대 155만㎡다. 7100가구가 들어선다. 과천 외곽 공공택지 3곳에 예정된 주택수가 2만여 가구로 과천 도심 기존 아파트 1만3000여 가구의 1.5배 수준이 된다. 과천 도심 재건축 단지보다 분양가가 저렴할 공공택지 주택이 과천 주택 수요를 분산할 것으로 예상한다. 후분양·고분양가·민간택지 상한제·공공택지·3기 신도시 등 주택시장의 온갖 ‘핫 이슈’가 몰린 과천이 주택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1496호 (20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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