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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 필러’ 개발한 덱스레보 유재원 대표] ‘필러=고체’ 고정관념 깨고 액상화 

 

부작용 줄이고 효능은 강화... 국내에서는 2020년 시판 계획

▎사진:전민규 기자
주름이 없는 팽팽한 피부는 모든 이들의 소망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피부 탄력이 줄면서 주름이 생긴다. 정확히는 피부 진피층의 콜라겐이 퇴화 위축하면서 부피가 줄고, 이로 인해 피부가 꺼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동서고금 누구도 이를 피해갈 수 없다. 이 때문에 오래 전부터 피부 주름을 개선하거나 노화 속도를 늦추는 피부미용시장이 발달해왔다. 요즘은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주름을 없애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주름 개선 효과가 있다는 기능성 화장품은 물론 피부·성형외과를 찾아 주름을 없애기 위한 외과적 시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근래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이 하는 시술은 보톡스(Botox)나 필러(Filler)를 맞는 것이다. 보톡스는 피부 근육을 마비시켜 탄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피부 잔주름이나 사각턱에 효과적이다. 필러는 인체에 무해한 물질을 피부에 삽입하는 것으로 비교적 깊은 피부주름 등에 주로 시술한다. 필러는 특히 효과가 즉각적이어서 최근 관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된 미용필러 종류만 150여 종에 이른다. 이 중 20~30종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필러의 주성분은 히알루론산·콜라겐·칼슘 등으로 다양하지만 모두 미립자(매우 작은 고체)로 이뤄진 젤 형태다. 이들 제품들은 미립자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삿바늘을 통해 피부 깊이 피하에 주입한다.

기존 제품은 혈관 막히거나 실명하는 부작용 발생

이 같은 필러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미립자 즉, 작은 크기의 고체 물질이여서 잘못 시술하면 혈관이 막히거나 실명하는 등의 부작용이 따른다. 실제로 최근 필러 시술이 늘면서 부작용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에 필러를 맞고 실명이 됐다는 글이 인터넷을 달구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 중국인이 국내에서 필러 시술을 받고 실명이 돼 소송을 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필러를 개발해 관심을 끌고 있는 이가 있다. 특히 이 회사가 개발한 필러는 40여 년 전 지금과 같은 미용필러가 등장한 이후 줄곧 정설로 여겨지던 ‘필러=미립자’ 개념을 깨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덱스레보의 유재원(46) 대표다. 덱스레보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생분해성(쉽게 분해되는 물질) 고분자 필러’(프로젝트명 DLMR01)를 개발해 현재 국내·외 주요 나라에서 특허를 출원 중이다. DLMR01은 쉽게 말해 기존의 미립자 고체 필러를 액상화한 필러다. 주성분은 기존 필러에도 많이 사용하는 생분해성 고분자인 폴리카프로락톤(PCL)이다. PCL은 수술 때 쓰는 녹는 실 등을 만드는 물질로, PCL 자체는 고체다. 유 대표는 “DLMR01은 PCL 등 기본적으로 고체 형태의 성분을 덱스레보만의 화학·물리적 기술을 통해 완전히 액상화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DLMR01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세계 최초의 완전 액상 필러라는 점입니다. 액상 형태여서 이마·코 등 기존 필러를 시술할 수 있는 부위는 물론 눈 밑이나 튼살(피부가 갈라지는 현상) 등에도 두루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액상이어서 시술 방식도 기존의 필러보다 편리하고, 혈관을 막는 등의 부작용도 막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특징은 피부 진피층에 들어가 콜라겐 생성을 돕는다는 것입니다. 단지 물리적으로 주름진 피부를 펴는 것뿐만 아니라 몸 속에 들어가 피부 탄력을 유지할 수 있는 콜라겐 생성을 돕기 때문에 필러 시술 효과도 기존 제품보다 두 배가량 깁니다.”

DLMR01은 액상으로 존재하지만 피부 진피층에 주입되면 액상이 다시 고체 상태로 바뀐다. 유 대표는 “필러는 물리적으로 꺼진 부분을 메우는 것이어서 지난 40여 년간 미립자로 이루어진 고체 형태로만 존재해왔다”며 “하지만 고체이다 보니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 있고, 시술 부위가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었는데 DLMR01은 이 점에 초점을 두고 개발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액상이어서 시술 때 사용하는 주삿바늘도 기존 필러보다 훨씬 가늘다. 기존 필러는 26게이지 바늘을 사용해야 하지만 DLMR01은 이보다 얇은 34게이지를 쓴다. 유 대표는 “26게이지는 독감주사 등에 쓰이는 일반적인 크기의 주삿바늘로 바늘에 의한 통증이 꽤 있지만, 34게이지는 바늘로 인한 통증이 거의 없을 정도로 얇다”고 설명했다.

PCL이 콜라겐 생성을 돕는다는 것은 이미 과학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PCL을 주원료로 하는 기존의 필러는 고체여서 사용 부위가 제한적이었다. 유 대표는 “DLMR01은 얼굴 전반에 사용할 수 있어 PCL이 갖고 있는 콜라겐 생성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덱스레보는 지난해 9월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마그나인베스트먼트·스마일게이트·신한캐피탈 등 벤처캐피털이 이 회사에 105억원가량을 투자했다. 벤처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피부 미용시장에서 필러를 액상화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업체”라며 “기존 필러보다 안전성이 높고 편의성이 뛰어나 시장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LMR01은 현재 막바지 임상 단계다. 국내에서는 예비임상을 마치고 본임상을 준비 중이다. 필러는 의약품이 아닌 의료기기로 분류돼 인증·허가가 비교적 수월한 편으로, 회사 측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시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필러시장이 가장 큰 미국에서는 예비임상을 준비 중이다. 유 대표는 “임상과 별도로 미국의 일부 병원에서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결과가 좋은 편”이라며 “DLMR01은 특히 피부 탄력이 떨어지는 서양인의 특성과 잘 맞는 면이 있어 해외에서도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진입 장벽이 낮은 중국·러시아나 중남미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나 미국에서는 대기업과 손을 잡고 유통할 계획이다. 그는 “국내·외 여러 업체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자체 브랜드 출시를 계획하고 있지만 당장은 영업이나 마케팅 역량을 갖춘 파트너사와 함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의미의 안티에이징 제품”

서울대에서 화학분야를 전공한 유 대표는 ㈜삼양사·㈜셀트리온에서 근무했다. 두 회사에서는 모두 의약품 분야에서 근무했다. 처음부터 미용 분야 쪽에 근무했던 건 아닌 셈이다. 그러다 피부미용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2013년 덱스레보를 창업했다. 현재 덱스레보의 핵심 인력 대부분이 삼양사 출신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국내 필러시장은 물질 특허가 끝난 제품을 중심으로 한 복제시장이었으나 DLMR01은 전혀 새로운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미용필러 시장을 획기적으로 바꿀 2세대 제품이라는 것이다. 유 대표는 “사람의 노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콜라겐을 재생시키는 진정한 의미의 ‘안티에이징’ 제품으로, 향후 액상화 기술을 토대로 두피 등 다른 분야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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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7호 (20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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