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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투자의 시간 지평 늘려 잡고 자산배분 점검을 

 

패닉에 휩싸인 증시 대처법… 감정에 압도되지 않도록 투자 초심 확인도

▎8월 5일 장중 한때 사이드카가 발동하는 등 코스닥 지수가 급락했다. / 사진:연합뉴스
‘공포’라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면 인류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원시시대에 만일 뱀이나 포식자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감이 없었으면 맹독 때문에 죽거나 먹잇감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공포감은 위험 상황으로부터 인간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경고음과 같은 역할을 한다. 신경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의 뇌에 복숭아 모양으로 생긴 편도체가 공포를 관장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그런 공포감이 맹수나 맹독으로부터 생명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자칫 잘못된 결정으로 우리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시장에서 느끼는 공포감이다.

단기간의 가격 하락은 우리의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이를 증시에는 ‘패닉(Panic)’이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자본시장에서 패닉은 자주 반복돼왔다. 가까운 과거를 들여다보더라도 1997년 외환위기, 2002년 카드대란, 2008년 금융위기 때 자본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금리와 환율과 자산가격이 요동을 쳤다. 특히 주가 급락은 시장심리에 어두운 공포감을 드리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아이러니하게도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인간은 자기 옆에 맹수가 있는 것 같은 공포감을 느낀다고 한다. 편도체는 주가가 급락하는 것도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고 경고음을 울린다. ‘빨리 탈출하라’. 실제 패닉 이후 투자자들은 공포감에 질려 시장을 떠난다. 기업의 가치와 상관없이 주식을 팔고, 주식형 펀드 환매에 나선다.

공포감, 손실회피 감정, 그리고 시장 탈출

공포감은 인간의 손실 회피 감정과도 연결된다. 행태재무학자들은 인간은 수익에 비해 손실의 대한 고통을 두 배로 느낀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의 수익과 1000만원의 손실은 동일한 금액이지만 인간이 갖는 감정의 강도는 손실이 두 배가량 강하다는 것이다. 흔히 시쳇말로 ‘돈 잃고 좋을 사람은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다.

공포감과 손실 회피 감정이 같이 작동하면, 이런 감정 상태를 견뎌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처음에는 고통을 느끼기 시작하다 가격이 더 폭락하면 공포감에 질려 시장을 탈출하려는 사람이 늘어난다. 가격은 더 떨어지고 시장은 공포감으로 가득찬다. 패닉 시기마다 경제 상황이나 폭락의 이유는 달랐지만 이런 패턴은 거의 변한 적이 없다.

역발상 투자의 귀재 존 템플턴 경은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투자자에게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4단어는 ‘This time is different(이번에는 다르다)’라는 것이다.” 이 말은 인용하는 사람에 따라 중의적으로 쓰인다. 먼저 시장 호황기인 경우다. 주가가 점점 최고점을 경신하기 시작하면 ‘새로운(New)’이란 수식어가 광범위하게 쓰이기 시작한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대’ ‘뉴 노멀(New Normal)’ 등등. ‘새로운’ 환호는 왕왕 절망으로 끝난다. 반대로 급락기에는 미래를 더 어둡게 전망하는 수식어로 쓰인다. ‘새로운 위기’ ‘과거와는 다른 위기’ 등등. 그러나 몇년 후 시장이 상승하면 ‘새로운’은 금세 다른 뜻으로 쓰이기 시작한다.

최근 증시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겉으로 드러나는 폭락의 이유는 불가항력적으로 보인다. 외환위기와 카드대란과 같이 우리나라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지정학적 갈등과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등이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해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하지 않다. 증시는 속절없이 무너졌고 투자자들은 공포에 질렸다. 문제는 이런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인간은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을 꺼리는 존재다.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현재의 손실은 확실하고 고통스럽다. 불확실성은 공포감과도 연결된다. ‘확률을 모르는 것은 우리의 공포심을 유발한 뿐만 아니라 우리가 상황을 장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앗아간다(제이슨 츠바이크 투자 칼럼니스트)’. 예측하기 어렵고 상황 통제력도 없으면 인간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강한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면, 그로부터 도망가거나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도망은 주식을 팔고 시장을 떠나는 것을, 굴복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시장에서 아예 눈길을 돌려버리는 것이다.

과연 이런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사고해야 할까. 더 급락할 것이므로 지금이라고 팔고 탈출할 것인가, 아니면 버티기 전략으로 나아가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용기를 내어 저가 매수를 해야 할까.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이 좋은 결과를 산출할지 그것은 시간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먼저 고통스럽더라도 자산시장에서 이런 패닉 상황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는 역사적 관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증시 격언에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한다’는 말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도, 2002년 카드대란도, 2008년 금융위기도 대략 5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치유가 됐다. 자산배분의 중요성을 다시 되새기는 학습의 시간으로 여기는 것도 생각해 봄직한 주제다. 자신의 투자자금이 전부 주식에 들어가 있는 사람과 주식과 채권에 절반씩 들어가 있는 사람은 시장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증권가에서 주식쟁이와 채권쟁이를 비교할 때 하는 말이 있다. ‘주식쟁이는 희망(낙관)을 먹고 살고, 채권쟁이는 절망(비관)을 먹고 산다.’ 절망의 시기에는 자산배분이 되어 있는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한 법이다.

내가 당초 투자한 이유가 여전히 정당한가?

시간 지평이나 자산배분이 총론적 얘기라면 각론 측면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저명 투자칼럼니스트 제이슨 츠바이는 자신의 책 [머니 앤 브레인]에서 ‘감정이 사실들을 압도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언어 표현을 사용하여 다음 같은 질문을 해 보라’고 얘기한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이 질문들은 투자 초심(初心)을 재확인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 주가 이외에 변한 것은 무엇인가?

- 내가 당초 투자한 이유가 여전히 정당한가?

- 내가 훨씬 높은 가격에 살 정도로 이 투자를 좋아했다면 가격이 낮아진 지금 투자한 것을 좋아해야 하지 않을까?

- 지금 투자한 종목이 과거에 지금처럼 하락한 경우가 있었는가? 있었다면 당시 내가 파는 것이 유리했을까, 아니면 더 사는 것이 유리했을까?


사실 인생사가 그렇듯이 손실이 나면 모든 것이 후회뿐이다. 미리 매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이 남는다. 필자의 심정도 지금 그렇다. 그러나 인생사가 그렇듯 시장도 내 마음과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역사가 보여주는 사실은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간 지평이다. 이럴 때일수록 투자의 시간 지평을 더 늘려 잡고 투자 자산과 자산배분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지식보다 인내심이 투자에서는 훨씬 더 어렵다는 투자 대가들의 말이 생각나는 시기다.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리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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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7호 (20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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