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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투자 시장 힘 빠지나?] 펀드 규모 쪼그라들고 투자 손실 커져 

 

M&A 매물 줄고 사모DLS 연이은 손실 주의보… 라임자산운용은 수익률 조작 의혹

경기 침체와 저금리 시대에도 고수익을 쫓는 투자자에게 각광을 받았던 사모투자 시장에 그늘이 지고 있다. 기관 투자자의 자금을 쓸어 담았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올해 들어 신규 출자가 급격히 줄어드는 모습이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시장에서는 일부 상품에서 수익을 돌려주지 못하고 만기를 연장하면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시장에서는 올해 1분기 신규 자금 모집액(출자 약정액 기준)이 1조6600억원에 그치면서 지난해(3조2700억원)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2018년에만 16조4000억원, 2017년에도 9조9000억원에 이르는 신규 출자 약정을 받으면서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특정 분기만 놓고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신규 투자처 찾기가 어려운 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업을 사고 팔아 수익을 내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출자 약정을 받은 후 통상 8~12년이 지나면 투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매력적인 인수합병(M&A) 매물이 시장에 많이 나오면 수익을 낼 기회가 늘어나지만 반대 상황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블룸버그에서 집계한 올해 상반기 한국 M&A 시장 거래는 654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5.1% 줄었다. 그나마 상반기에 대형 거래로 꼽힌 대우조선해양 매각이나 현대오일뱅크 지분 블록딜 등은 경쟁 입찰 방식의 거래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모펀드들의 접근이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지난 몇년간 사모펀드 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인수 경쟁이 심해진 점도 부담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매물이 많지 않아 일단 관망하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M&A 매물 줄고 인수 경쟁은 심해지고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자금을 모집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잠시 숨을 고르는 상황이라면 개인 고액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투자형 사모투자 상품은 연이은 손실 가능성에 위축되고 있다. 우선 신한금융투자와 SK증권 등이 판매했던 해외 부동산 파생결합증권(DLS)은 만기가 돌아왔는 데도 원금 지급을 미뤘다. 이 상품은 독일 내 개발사가 보존가치가 있는 건물을 개발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DLS다. 단순화하면 독일 부동산 개발 투자를 기초로 해서 만기 때 연 14%가량의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KB증권과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 비슷한 형태의 DLS를 발행했고 신한금융투자와 SK증권이 해당 상품을 판매했다. 신한금융투자와 SK증권는 지난 7월 말 투자자들에게 전화와 우편 등으로 독일 헤리티지(Heritage)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DLS의 원금 상환이 연기된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만기일인 7월 23일에 원금 지급이 어렵고 원금 지급 일정은 기한 없이 연기된다는 내용이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발행사로부터 상환이 지연돼 만기일과 지급일 등 일부 내용을 변경해야 한다는 소식을 전달받았기 때문에 부득이 만기를 연장할 수밖에 없었다”며 “현재 법률적 대응과 협상을 진행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은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독일 국채 금리 등 해외 금리와 연동되는 DLS에서도 대규모 평가 손실이 발생하면서 투자자 사이에서 집단소송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해당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기초로 DLS를 구성했다. 이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2% 위에서 유지될 경우 연 4%대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다. 금리가 -0.3% 이하면 20%의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금리가 더 낮아지면 원금 손실폭은 급격히 커진다. -0.4% 이하는 원금의 40%를 잃게 되고, -0.5% 이하는 60%, -0.6% 이하는 80%다. 이 상품은 교보악사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 KB자산운용, HDC자산운용 등을 통해 DLF로 구성됐고,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에서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통해 판매했다. 그러나 판매 이후 독일 국채 10년 물 금리가 급격히 하락했다. 독일 국채 10년물 지난 8월 14일을 기준으로 -0.609%로 떨어진 상태다. 단순 금리 관련 상품인 줄 알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집단소송을 계획하고 있다.

사모DLS 연이은 손실에 집단소송 움직임


DLS는 파생상품을 활용해 금리와 원자재, 부동산 등에 투자한 것과 같은 수익을 내도록 설계한 상품을 말한다.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면 수익이 난다. 다수의 기초 자산을 추종하는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파생상품을 활용했기 때문에 만기를 설정하고 해당 기간 동안 정해진 조건을 유지하면 계약했던 수익률을 제공하는 형식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설계된 상품은 고액자산가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이 때문에 파생결합증권(DLS) 시장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공모보다 사모 시장 규모가 훨씬 큰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말 기준 공모 DLS 잔액은 5조3000억원에 불과하지만 사모 DLS 잔액은 34조원으로 7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빠른 성장의 이면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투자금의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해 답답함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모투자는 위험과 손실을 충분히 이해한 전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공모펀드에 비해 투자자보호 장치가 간소화돼 있다. 운용보고서 발송 역시 의무가 아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손실은 감내하더라도 투자금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는 알려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투자 기법이나 대상에서 조금 더 자유로운 헤지펀드에서는 불신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여기서는 운용자산 규모에서 국내 헤지펀드 업계 선두인 라임자산운용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손실을 숨기기 위해 자사가 운용 중인 펀드들이 서로 사고파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파티게임즈와 바이오빌 등 상장폐지 이슈가 발생한 기업들의 전환사채(CB)를 장외 업체에 매각해 손실을 회피했다는 의심도 받았다. 라임자산운용은 운용자산이 커지면서 다수의 펀드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고 설명하고있다.

해명에도 투자자들은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기업으로 알려진 상장사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불안감만 커졌다. 네패스신소재, 리드, 동양네트웍스, 디에이테크놀로지, 블러썸엠앤씨, 슈펙스비앤피, 에너전트, 에스모, 에이스테크, 젬백스, 폴루스바이오팜 등 라임이 투자한 기업으로 알려진 코스닥 상장사 11곳은 합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속한 의혹 해소를 촉구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에서는 해당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소수의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운용 과정에 대해서는 공모펀드와 동일한 감독과 규제가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판매 절차에서 불완전 판매나 불공정 거래와 관련해서는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498호 (20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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