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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가] “일본의 현실성 없는 대책에 원전 사태 더 악화” 

 

콘크리트로 막힌 체르노빌처럼 보이지 않길 원해... “40년 안에 방사성 물질 제거 계획 불가능”

▎사진:이원근 객원기자
“일본은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다고 말하며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수석 원자력 전문가 숀 버니는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오염수 문제는 일본이 핵 기술의 패배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숀 수석은 일본이 동일본대지진 직후인 2011년 4월 원전 주변에 시멘트(벤토나이트) 차수벽 설치를 고려했지만, 지하수 유입을 막을 수 없는 ‘동토벽(ice wall)’ 설치로 선회하며 방사성 오염수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이 콘크리트로 막힌 체르노빌처럼 보이지 않길 원했다”고 했다.

“오염수 발생 막지 못했고, 태평양에 버리려”

숀 수석 지적과 같이 일본은 2014년 6월부터 1.5㎞ 둘레의 동토벽을 설치해 후쿠시마 원전을 둘러쌓다. 액체 냉매가 들어 주변 땅을 얼릴 수 있는 30m 길이 파이프 1568개를 사용했다. 후쿠시마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리면서 고준위 방사성 물질이 생겼고 원자로 주변을 지나며 방사성 오염수로 변하는 지하수(일평균 520t)를 막을 목적이었다. 그러나 동토벽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숀 수석은 “지하수는 파이프와 파이프 사이로, 파이프가 얼린 땅 아래로 계속 흘러들어 오염됐다”면서 “일본은 오염수 발생을 막지 못했고, 태평양에 버리려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본이 또 불가능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일본은 동토벽이 지하수를 가로막지 못해 매일 증가하고 있는 방사성 오염수를 저장할 공간이 없다며 태평양 방류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더해 오염수가 만들어지는 원인인 노심 용융 핵연료(약 880t 추정)를 2021년부터 2031년까지 10년 동안 제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약 540t인 체르노빌의 노심 용융 핵연료의 제거 일정이 100년 넘는 시간으로 잡혀 있는데, 일본의 10년 내 처리 계획은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라는 숀 버니 수석을 8월 14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동토벽 설치는 처음부터 신뢰받지 못했다.

“동토벽은 액체 냉매인 염화칼슘이 든 파이프가 영하 30℃를 유지해 두께 약 2m의 기다란 얼음 장벽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은 지하수 유입량을 고려할 때 동토벽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을 건설할 당시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원전을 해수면과 가까이 뒀다. 이 과정에서 해발 35m였던 부지를 25m나 깎았고, 사고 이전부터 지하수는 후쿠시마 원전의 골칫거리였다. 사고 이후 원자로로 흘러들어 오염되는 지하수의 양은 520t에 달했는데 동토벽은 이 정도 양의 물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

벤토나이트 차수벽은 어떤 방식인가.

“방사능 물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너진 원자로 주변에 지하 벽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벤토나이트 슬러리’라는 방식으로, 쉽게 말해 원전 주변과 아래를 시멘트(클레이)로 완전히 둘러싸는 방식이다. 칸 나오토 전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사고를 다루기 위한 특별고문으로 데려온 스미오 마부치 전 일본 국토교통성 장관이 제안한 방식이었다. 오염 물질 등의 외부 유입을 차단하거나 격리를 위해 전 세계에서 자주 활용되는 건설 기술인데, 일본은 후쿠시마가 시멘트로 뒤덮인 복구 불가한 이미지로 보일까 두려운 탓에 땅에 기둥을 박는 방법을 택했다. 땅에 박힌 기둥은 보이지 않는다.”

차수벽을 보완해야 하지 않나.

“일본은 급증하는 방사성 오염수를 저장할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태평양 방류를 계획했다. 그러나 공간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일본은 도쿄전력이 소유한 후쿠시마 원전 부지를 넘어 추가적인 오염수 저장 부지가 필요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감추고 싶어한다. 차수벽 보완도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를 떠난 사람들이 다시 후쿠시마로 돌아와 정착하길 바란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이 시멘트로 폐쇄돼 복구 불가능한 모습을 보인다면 일본 정부가 제염 완료를 발표해도 돌아오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은 어떤 상태인가.

“지진으로 냉각 시스템이 파괴되자 용융 핵연료는 노심을 녹이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기에는 반감기만 2만4500년인 플라토늄이 포함됐다. 이를 ‘데브리’라고 한다. 데브리의 양만 880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데브리에 직접 노출돼 오염된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는 1만8000t에 달한다. 데브리와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에 노출되는 지하수는 일평균 150t이다. 매일 150t의 지하수가 오염수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도쿄전력이 동토벽 건설 전 양수용 우물을 설치했고, 동토벽이 일부 역할하면서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수치다. 데브리를 식히기 위해 들어가는 냉각수를 포함하면 매일 170t 오염수가 생기고 있다.”

일본은 노심 용융 핵연료를 2031년까지 제거하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지자체는 앞으로 40년 안에 모든 방사성 물질을 후쿠시마에서 끄집어내기로 정했다. 노심 용융 핵연료를 포함한 데브리를 제거하는 게 해결책인 만큼 이를 2031년까지 우선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불가능한 계획이라는 데 있다. 데브리를 꺼내기 위해선 데브리로 가야 하는데 사람이 갈 순 없다. 로봇을 활용해 지하로 가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이론만 있는 상태다. 오염수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해결 가능한 문제로 치부해 문제 더 키워

기술 자체가 없다는 뜻인가.

“도쿄전력을 포함한 일본 원전산업계가 10년 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아직 방법이 없다. 로봇이 데브리 근처로 가면 방사능에 노출, 작동 불능 상태로 변한다는 것이 입증됐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의 한 원전 전문가는 1960년 원전 역사에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 원전 사고 연구인 아폴로프로젝트보다 더 많은 리소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일 뿐 알 수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후쿠시만 원전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사태 해결까지 200년은 넘게 걸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0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 해당 직원은 현재 잘리고 없다.”

무엇을 해야 하나.

“일본이 그동안의 실패를 인정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와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재앙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난 지금도 위기는 계속되고 있고 오염수의 양을 놓고 볼 때 위기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감추고 후쿠시마 문제를 해결 가능한 문제로 치부하는 대신 정보를 공개하고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및 핵폐기물을 장기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498호 (20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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