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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형’ 스타트업 4인방의 ‘직설’] “제조업 경쟁력 중국에 따라 잡혀, 스마트팩토리 선택 아닌 필수” 

 

삼성·SK는 10년 전부터 준비, 중소·중견 기업 인건비·효율성 효과 아직 체감 못 해”

▎(왼쪽부터) 박성재 엑셀로 대표, 김기덕 씨앤테크 대표, 박외진 아프릴 대표, 안현수 지프코리아 대표 / 사진:지미연 객원기자
‘중국제조 2025’의 목표는 제조업 경쟁력 향상이다.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스마트팩토리를 제조업 전반에 도입해 나날이 치솟는 인건비 상승을 상쇄하는 한편, 고품질의 균일한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독일·일본 등 전통 제조업 강국들도 스마트팩토리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국의 제조업 효율성 향상에 대응하자는 차원이다. 또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인건비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면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신흥 공업국의 도전을 쉽게 따돌릴 수도 있다. 그간 신흥국으로만 몰리던 해외직접투자(FDI)도 앞으로는 얼마큼 뛰어난 스마트팩토리 기술과 기업간 협업 구조를 갖췄느냐에 좌우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도 전체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4.5%(2015년 기준)에 달해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스마트팩토리는 AI, 5세대(5G) 이동통신에 기반을 둔 전 공정의 네트워크화와 생산 자동화, 제어, 안전 및 품질 관리 등 분야가 폭넓다. 다만 원·하청 분업 구조가 뚜렷한 국내에서는 생산 방식 및 체계를 바꾸는 데 거부감이 있어 스마트팩토리 스타트업 생태계가 꽃피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에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육성 중인 스마트팩토리 및 AI 기반 기업 4개사 대표와 만나 스타트업들이 국내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과 기술 동향, 사업 비전, 엑셀러레이터와의 협업 경험 등을 들었다. 좌담회에 참석한 스타트업은 지능형 내화물 통합관리 시스템을 개발한 ‘엑셀로’ 박성재 대표, 동산 담보 등 무인 원격 관리 솔루션을 개발한 ‘씨앤테크’ 김기덕 대표, 유해 화학물질 누출 감지 솔루션을 만드는 ‘지프코리아’ 안현수 대표, 교감형 챗봇을 개발하는 ‘아크릴’ 박외진 대표 등이다. 이들은 한국이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산업 전방위적 스마트팩토리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기술 기업은 기술 개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최소 7년 이상의 안정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유경 기자(이하 사회자): 블루포인트를 만난 계기와 협업 내용은 무엇인가.

박성재 대표(이하 박성재): 쇳물 등 뜨거운 물질을 받는 내화물에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적용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객관적으로 이 아이템을 검증받고 싶어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팁스)’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방향성이 부합한다고 판단해 엑셀러레이터로 블루포인트를 선택했다.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나 제품의 정체성 구축 등에 경험이 부족한데, 이에 대한 여러 의견을 받음으로써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 정부의 창업 지원 자금도 큰 도움이 됐다.

김기덕 대표(이하 김기덕): 블루포인트가 회장님으로 와서 경영을 대신 해주는 느낌이었다. 사실 스타트업 창업자는 직함만 최고경영자(CEO)일 뿐이지 경영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다. 자기 스타일대로 경영하게 두면 결국 절룩대거나 맨발로 걷게 된다. CEO로서 역할과 틀을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준다. 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고, 스스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지원해준다.

안현수 대표(이하 안현수): 제조 업체는 투박할 수 있다.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세계와는 정반대에 살고 있다. 2017년 산업은행 대회에 출전했다가 블루포인트를 처음 만나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다. 그간 연구·개발(R&D)에만 몰두해 투자 유치나 기업 가치평가, 기술의 가치를 어떻게 부각할 수 있을까 등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많이 배우고 성장하게 됐다.

사회자: B2B 비즈니스에 기반을 둔 기술 창업은 부가가치를 올리기 어렵지 않나.

박성재: 내화물 사업은 제철소 등의 환경이 제한적이고 폐쇄적이라 신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생산 공정을 바꾸기가 극히 어렵다. 어떤 천재가 혁신적 기술을 개발한다고 해도 적용하기 어렵다. 대기업으로서는 리스크를 떠안기 싫어하니, 신기술을 실험할 장조차 없다. 이전부터 쌓아온 공고한 협력 관계가 없다면 높은 진입 장벽을 넘기가 어렵다.

“삼성전자 S라인 스마트팩토리 결정체”


▎사진:지미연 객원기자
김기덕: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했을 때의 투자자본수익률(ROI)과 생산성 증대 효과 모두 체감하기 어렵다. 정부는 수조원씩 투자해 육성 중이지만, 정작 현장 담당자들은 공짜로라도 도입할 엄두를 못 낸다. 규모가 크고 특수 기능이 필요한 공장의 수요는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독일이 스마트팩토리를 보편화시키는 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었다. 공장의 디지털화는 5~10년 후라도 기다려줄 수 있는 추가 여력이 있는 회사가 한다. 스마트팩토리가 잘된 곳은 반도체 공장(팹)이다. 삼성전자의 S라인은 스마트팩토리의 결정체다. 근로자 한명이면 충분하다. 10여 년 된 기흥캠퍼스 라인보다 생산 효율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효과는 분명히 있는데 대다수가 그걸 인식하지 못해 시장의 문을 열기 어렵다.

안현수: 공장의 안전관리는 위험 공간에서의 업무 지시를 못 내리도록 법규가 강화돼 자동화 필요성이 커졌다. 안전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커져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해관계가 잘 들어맞고 있다. 다만 업력이 오래된 회사로 쏠림이 있고, 스타트업은 새로 테스트를 해봐야 하는 등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사회자: 기술의 사업화 아이디어는 어떻게 갖게 됐나.

박성재: 기술은 콘텐트다. 유연한 사고로 여러 환경에 대처해야 한다. 내화물은 돌덩어리에 불과하지만, 1600도의 온도와 2000t 압력을 견뎌야 한다. 이 때문에 센서 등을 붙일 생각을 아무도 안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했다. 다들 스마트팩토리 얘기를 하는데, 각각의 산업마다 특성이 있고 다른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제철소에서 가장 큰 콘텐트는 쇳물이다. 이 쇳물을 컨트롤할 수 있는 장치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회자: 스마트팩토리는 일반화 모델이 없는 건가.

김기덕: 농업·식품 등 여러 형태의 공장이 있고, 생산성 향상, 안전 등 여러 목적이 있다. 특수산업을 목표로 한 기업 있고, 씨앤테크처럼 일반 스마트팩토리를 목표로 삼는 기업이 있다. 일반적 공정을 가진 공장에서의 장비들을 컴퓨터 안으로 가져오는 작업이다. 데이터와 작업 현황을 파악하라면 센서가 필요한데 대부분 중소·중견기업 장비에는 달리지 않다. 이에 센서와 데이터 확보 등을 패키징해 따로 팔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플랫폼보단 커스터마이징 추세”

사회자: 일본 등 제조업 기반이 노령화된 나라에 수출할 수 있지 않나.

안현수: 애초에 해외를 타깃으로 삼고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술을 가진 룩셈부르크의 폴워스사의 인큐베이팅 챌린지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이테크 기술은 아니지만, 간단하고 정확해서 제품화 단계까지 가면 활용할 수 있을 거란 평가를 받아 기술 검증과 독점 공급 계약을 했다. 중요도 순으로 한국·일본·미국·중국·유럽·인도 시장을 보고 있으며, 제철소·유리공장·화학회사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공장 폭발 사고가 난 중국 텐진 지역 기업들과 인텔 등 미국 반도체 회사 진출을 진행 중이다.

박성재: B2B 기업은 홍보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데, 엑셀로는 글로벌 진출을 할 생각에 캐릭터를 만들고 코믹북 형태의 브로셔를 제작했다. 제품의 기능과 성능을 캐릭터로 만들어서 해외 바이어들에게 홍보할 계획이다. 아직 세계적으로 내화물에서 데이터를 추출한 사례는 없다. 폐쇄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독특하고 재미있는 문화 기업을 지향한다.

사회자: 미국·독일 등이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구축 중인데, 이로 쏠림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김기덕: 글로벌 연구기관들이 스마트팩토리나 빅데이터를 한데 모으고 있는데, 취지는 좋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마우스를 만드는 회사와 핸드폰 케이스를 만드는 회사의 스마트팩토리솔루션은 따로 개발해야 한다. 동일한 업종이어도 각 사의 스타일이 있어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달라 사업 모델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공통 분석 플랫폼 기업·연구기관들의 결과치가 안 좋게 나오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50% 정도는 공통 분석 플랫폼을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기업마다 자기 실정에 맞게 조정해 사용하고 있다.

“장인 레시피 배우는 AI 개발 프로젝트도”

사회자: 한국 제조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어떤가.

박성재: 포스코의 경우 신일본제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중국은 세계적으로 워낙 많이 사용되다 보니 기술이 급성장해 거의 대등해졌다. 한국은 세라믹 전공자 대부분이 반도체에 몰리는 데 비해 중국은 내화물 분야로도 많이 간다. 앞으로 중국의 기술 경쟁력이 크게 발전할 것이다.

김기덕: 한국의 품질은 중국보다는 좋고 독일·일본보다는 떨어진다. 가격경쟁력은 중간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에게 밀릴 가능성이 크다. 결국 사람이 개입하면 안 되는 구조로 가야 한다. 기계가 사람을 대체해 저렴하고 정교하게 품질 관리를 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 틀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대기업들은 이미 디지털라이제이션을 추진해왔다. 공장은 기계설비 중간마다 레시피 컨트롤을 하는 장인들이 배치되는데, 이들은 대체가 안 되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의존도가 높다. 이에 대기업들은 빅데이터를 통해 장인의 노하우를 플랫폼 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안현수: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은 1.5군 정도 수준이다. 중요한 센서는 모두 수입해 프로그래밍한 뒤장비화한다. 추적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코어 센서를 못 만들어 독일 등으로부터 사 온다. 화학 분야는 화감법이 강화된 뒤로 많은 기업이 센서 개발에 나서며 일부 제품은 한국이 해외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중국으로 많이 넘어갔지만, 소재 반응형 센서 등은 한국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이 축적됐다.

사회자: 정부의 초기 스타트업 자금집중에 대한 생각은.

안현수: 요즘 창업이 취업을 위한 이력화 되고 있다. 창업을 원하는 회사에 입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젊은 창업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정부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잘할 수 있는 업체를 더 키울 필요가 있다. 잘하는 업체가 나와야 업종 전반의 수준이 오른다. 쉽게 자금 지원을 받게 되면 창업자는 타성에 젖을 수도 있다. 이 순간 스타트업이 아니게 된다.

“무분별 자금 지원 지양, 검증·경쟁 체제 강화해야”

김기덕: 국내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출현해서 성공사례를 남기자는 취지에는 수긍하나 심사는 깐깐해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사업모델과 창업자를 면밀히 검증해 자금 집행이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박성재: 검증시스템은 물론이고, 내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자금 집행의 효율을 높이면 더 좋은 스타트업들이 나올 것이다.

사회자: 창업 자체보다는 정부 지원금만을 노린 사냥꾼들은 어떻게 막아야 할까.

박외진 대표(이하 박외진): 누군가가 창업엔 실패했더라도 계속 정부 지원금을 얻어간다면 그것도 능력이다. 그 사람도 여러 아이디어를 고민해 제안서를 쓰고 검증을 했을 것이다. 되레 다른 창업자들에게 자극을 줄 수도 있다. 스타트업 창업 자금은 여유롭게 풀어주는 게 좋다. 아직 한국은 아이(스타트업)를 잘 키우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단계다. 입주 공간 등 인프라 확충이 더욱 필요하다.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 등은 인테리어에 돈을 굉장히 많이 쓰지만 정작 법률·조세 컨설팅 서비스는 접근이 어렵다. 공통으로 필요한 인프라에 돈을 쓰고, 그 인프라에 쓴 돈이 증발하지 않도록 시스템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자: 중간 단계 스타트업은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박외진: 정부 조달에 스타트업 제품을 포함하든지, 정부 우선 구매 등의 실질적 도움이 있어야 한다. 수요-구매 매칭처럼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상담 이력이나 데이터 등 휘발성 강한 부분을 줄여나가는 게 중요하다. 데스밸리(창업 3~7년 후 자금이 마르는 상황) 때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 고민도 필요하다. 엑셀러레이터나 벤처캐피털(VC)의 경우 다들 창업자의 꿈을 응원한다고 해놓고는 정착 투자 검토 때는 매출을 우선 따진다.

“투자사 분기마다 실적 재촉, 7년은 믿고 기다려야”

사회자: 기술 스타트업으로서 정부나 투자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안현수: VC를 보면 보수적인 경우가 많으며, 기술 기업을 검증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 스타트업이 피칭할 때 잠을 자는 경우도 있다. 투자자의 검증 능력에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VC 등 투자사들도 정부의 관리가 필요하다.

박외진: VC가 피투자사 기술을 잘 알기 어렵다. 대개는 재무적 관점이나 심사역의 직관, 경험, 주변의 조언만 갖고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VC들이 분기별로 실적 자료를 요구하고, 실적이 떨어지면 소명자료를 내라고 한다. 장기 비전을 보고 뛰는 스타트업에는 큰 부담을 준다. 스타트업의 성장에 불필요한 압박을 줄 수 있는 펀드는 이 분야에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투자사와 피투자사 간에 원한이 발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사업의 자유도를 어느 정도 보장하면서 실패해도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김기덕: 기존에 창업한 스타트업들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 많은 스타트업이 데스밸리를 넘지 못하고 망하는데, 이들에 대해 자금 압박을 풀어주는 데 정책의 포인트가 되길 바란다. 최근 스타트업 분야에는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빠른 회수를 바라는 자금이 많다. 그러니 압박도 커진다. 자금이 스타트업의 매출 여부를 떠나 적어도 7년은 기다려줘야 한다. 스트레스 안 받으며 사업할 수 있는 자금 형성이 필요하다.

사회자: 정부가 스케일업 펀드를 만들겠다고 하지 않았나.

박외진: 너무 늦었다. 민간에서도 말은 많이 나왔는데, 규모 있는 펀드가 형성된 것은 2년이 채 안 됐다. 그마저도 대부분 스타트업의 장기 육성보다는 자본이익을 거두는데 목적이 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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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8호 (20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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