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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31) 정순호 ㈜케이스마텍 대표] 스마트키 앱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이통망 이용 않는 앱 세계 첫 개발... 현대차 쏘나타에 첫 탑재

▎사진 : 지미연 객원기자
“특정 이동통신사의 망을 사용하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쓸 수 있는 스마트폰 차 키입니다. 이 ‘디지털 키’ 애플리케이션(앱)을 깔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차문 여닫기, 시동 온·오프, 경적 울림·끔을 할 수 있고 트렁크도 여닫을 수 있죠.” 지난 3월 2019년형 현대차 쏘나타용 디지털 키를 선보인 ㈜케이스마텍 정순호 공동대표는 “스마트키의 모든 기능을 앱에 넣었고, 장차 전송을 통해 키의 공유는 물론 회수도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아들에게 이틀짜리 키를 공유해 줬는데 연락이 두절된 채 귀가하지 않으면 키를 회수해 제3자가 사용할 수 없도록 차에 대한 접근 권한을 차단하는 거죠.”

사람 인증과 사물 인증을 동시에 하는 사물 인터넷(IoT) 기술을 사용하는 디지털 키는 차 한 대당 오너의 휴대전화 포함해 네 개까지 앱을 공유할 수 있다. 지난 6월 지사를 설립한 미국 시장에서는 공유하는 스마트폰 개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를 검토 중이다. 스마트폰을 분실하면 콜센터를 통해 디지털 키를 회수할 수 있다. 주차요원에게 차를 맡길 땐 카드 키를 넘기면 되는데, 장차 사용시간이 제한된 디지털 키를 공유해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앞서 독일 벤츠가 내놓은 유사 앱은 일종의 통신사 부가 서비스로 디지털 키와 달리 이통사인 오렌지사의 독일 내 가입자만 쓸 수 있고 이용료를 월정액으로 내야 한다. 이와 달리 디지털 키는 이통망을 사용하지 않아 통신이 안 되는 지하 주차장 깊은 곳이나 오지에서도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정 대표는 말했다. “이통망과 무관하게 휴대전화와 차량 간에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이라 통신 사각지대에서도 차량을 인증할 수 있죠. 사실 미국과 유럽은 통신이 안 되는 지역이 많아 이통망을 이용하는 앱은 해외 진출에 제약이 있습니다.”

차 키인데 앱이 유출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나요?

“디지털 키 앱은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보안 기술을 사용해 해킹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다른 회사 차엔 언제 채택됩니까?

“연내 현대 제네시스와 기아차에 들어갑니다. 2021년 말까지는 현대·기아차 전 차종에 탑재될 거로 봅니다. 현대차와, 선행 연구개발부터 상용화까지 3년 반 걸렸어요. 차량 출시 2년 전엔 개발에 들어가야 해 다른 자동차 회사와의 협업은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는 독일·프랑스 등의 완성차 메이커들로부터도 문의가 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분간 현대·기아차 차량에 집중할 계획이다. 케이스마텍이라는 상호의 케이는 케이팝 할 때의 케이와 같다. 한국의 스마트 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노리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동호회 모니터링 등을 통해 접하는 디지털 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스마트폰을 항상 휴대하는 여성들의 선호도가 더 높다. 정 대표는 “디지털 키는 옵션인데 옵션 채택률이 당초 예상치보다 두 배가량 높다”고 말했다. 론칭한 지 반년 됐는데 아직은 클레임도 없다.

기술 면에서 이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다고 할 수 있나요?

“개발에 3년 반 걸려 후발주자가 추격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특히 보안 기술, 차량과 연동하는 노하우는 습득이 쉽지 않을 거예요. 격차를 벌이려 조만간 스마트 주차 지원 등 추가 기능도 탑재할 겁니다.”

케이스마텍은 매출액이 지난 6년간 연간 20~25%씩 성장했다. 지난해까지는 수익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영업이익률이 낮았지만 올해는 10%에 이를 거로 정 대표는 전망했다. 올해 매출액은 80억원 수준, 내년엔 100억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구성원은 60명, 30% 이상이 여성이다. 연구개발 인력이 전체의 70%다. 디지털 키 개발로 알려지면서 구인난도 완화됐다. “채용 때 현재의 업무 능력 못지않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봅니다. 그렇다 보니 홍익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기획통에,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전공 살려 일하다 IT 업계로 이직한 개발자도 있어요.”

기술력은 어느 수준입니까?

“국내에선 당분간 1위 자리를 지킬 거로 봅니다. 16건의 특허를 보유했고 4건을 출원 중이죠. 미국에서도 특허를 출원 중입니다. 인증 받은 강소 기업으로, 기술평가 등급이 코스닥 기술 특례상장 조건을 충족하는 T3입니다.”

케이스마텍은 본래 핀테크를 특화한 모바일 보안 솔루션 전문 기업이었다. 하나카드가 사용 중인 신뢰실행환경(TEE) 기반의 T 사인 안심보관 서비스 앱이 대표적이다. 이 앱은 전자서명, 공인·사설 인증서 등을 안전하게 저장해 뒀다가 사용자가 쉽게 로그인해 이체할 수 있게 한 것인데, 현재 100만 명 이상이 쓴다. 이 인증 기술을 IoT와 접목해 디지털 키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앞으로 호텔 및 에어비앤비 숙소 키에 디지털 키 기술을 응용하려 한다. 상용화되면 투숙객은 스마트폰으로 예약을 하고 방 키를 전송 받은 후 프론트를 거치지 않고 체크인·아웃을 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 숙소라면 집 주인의 무단 출입을 차단할 수도 있다. 영세한 기업의 카드 키를 스마트폰 키로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 원짜리 카드 키를 없애고 버스 탈 때처럼 스마트폰을 출입문에 태그하면 된다.

IoT 기술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나요?

“스마트 TV, 스트리밍 서비스 등 IoT 사업의 전망이 밝습니다. 장차 사업의 축을 IoT로 옮기겠지만, 아직은 핀테크 사업 비중이 60%로 IoT 사업보다 큽니다. 농업시설 관리 같은 분야도 IoT를 많이 쓰지만 워낙 영세해 보안이 취약합니다. 주변차량 등과 끊임없이 통신을 해야 하는 자율주행차 쪽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로 봅니다. 일례로 보안 면에서 인증되지 않은 신호를 차단해 해커의 침입을 막을 수 있죠.”

7년차 이상 벤처도 선별 지원해야

정책 당국에 대해서는 7년차 미만 벤처에만 집중된 정부의 지원이 균형 있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했다. “변별력 있는 특화된 기술은 7년 안에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초기 벤처를 지원한다는 큰 틀은 유지하더라도 꽃을 피우는 단계의 벤처도 선별적으로 지원을 해 줬으면 합니다.”

현대차에 대한 높은 의존도도 리스크 아닙니까?

“그 리스크를 분산시키려 품질과 높은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시장 다변화도 모색 중입니다.”

정 대표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고교 땐 방송반을 했고 전교 학생회장을 지냈다. 잘 놀았고, 술도 마셨다. 어느날 담임교사가 집으로 부르더니 소줏잔을 내밀었다. “순호야. 인생을 즐기고 싶니? 인생 최고의 시간은 눈을 감는 순간이라야 한다. 네가 하루하루 성장해 죽을 때 너의 인생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선생님의 조언은 그의 인생 좌우명이 됐다. 나이 마흔에 사표를 던지고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도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자신을 돌아보고, 비웠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드는 회사로 가꿔 가자고 가족(구성원)들에게 말합니다. 그러자면 상상력과 상상을 현실화하는 기술력이 필수적이죠.”

그는 몇 년 전 근거리무선통신(NFC) 시장 동향을 제대로 파악 못하고 서비스 개발에 들어갔다 낭패를 봤다. 과거 직장 상사였던 고인옥 공동대표와 함께 자발적으로 연봉을 깎아 위기를 넘겼다. 그래서 “엔지니어 창업은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언제든 상상력의 한계를 느끼면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기려 합니다.”

1499호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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