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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금리 동결한 한은, 다음 행보는] 10∼11월께 1번, 내년 상반기 1번 인하 기대 

 

미중 무역갈등, 일본 수출 규제 등 불확실성 증폭… 아파트값 상승→가계부채 증가 우려

한국은행은 8월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7월에 금리를 내린 점을 고려해 경기 흐름을 좀 더 지켜보고 행보를 정하려는 취지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미중 무역갈등,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아지면서 이르면 10월 중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7월 금리 인하의 효과를 확인해야 하고,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이 성장세 둔화의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지를 보려 할 것”이라며 “3분기에도 성장세가 가시적으로 둔화하는지를 확인한 후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앞서가고 있는데 7월에 이어 8월에 또 금리를 내리면 시장의 인하 기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며 “한은으로선 그런 상황을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주열 총재가 7월 금통위 후 회견에서 ‘기준금리의 실효 하한이 선진국보다 높을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금리 인하 총알’이 별로 남지 않았다는 의미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2016년 6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연 1.25%로 낮췄다. 당시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 0.25∼0.50%였다. 그러나 현재 미국 금리는 연 2.00~2.25%다.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극하고 가계부채 증가를 부채질할 가능성도 한은이 경계하는 대목이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8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3% 오르며 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예고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위원은 “주택 및 부동산 관련 대출은 상반기 중 증가세가 둔화했으나 더욱 완화적인 금융상황을 배경으로 금융 불균형 누적 정도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이후 수출·투자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경기가 더욱 악화돼 침체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5월 이후 미중 무역분쟁이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불안감이 증폭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에 낸 세계 경제 전망에서 “글로벌 경제의 하강 위험이 강화됐다”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낮췄다. 석달 만에 0.1%포인트를 더 낮춘 것이다. IMF는 특히 최근 낸 중국 경제 연례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 인상을 단행하면 중국 성장률이 앞으로 1년간 0.8% 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경기 침체의 징후로 여겨지는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의 역전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과 달리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하지만, 시장은 연준이 7월에 이어 9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9월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95.8%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이 7월 전망 때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5%도 낙관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10∼11월께 금리 인하 후 내년 상반기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연합뉴스

1500호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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