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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제전쟁의 종착점은] ‘포치(위안·달러 7위안 돌파)’시대 넘어 ‘포바(위안·달러 8위안 돌파)’시대 열리나 

 

미국 경기 아직 탄탄해 단기적으로 위안화 하락 가능성... 미, 금리 인하 등으로 달러 약세 유도할 듯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중 경제전쟁의 종착역 중 하나는 ‘달러 가치 하락과 위안 가치 상승’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포치(破七,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 돌파하는 현상)’를 넘어 ‘포바(破八,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8위안 위로 올라서는 현상)’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올 정도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환율전쟁으로 확전

예고된 것처럼 미국은 9월 1일부터 1120억 달러에 해당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메기고, 중국도 750억 달러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5~10%를 관세를 부과하면서 맞대응하고 있다. 미중은 10월 이후에도 상대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더 높일 계획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확산되고 있는 직접적 이유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에 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에서 2018년까지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누적으로 4조7987억 달러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사상 최고치인 4192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미국 전체 무역적자(6277억 달러)의 67%에 이르는 규모다. 올해 상반기에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1670억 달러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미 달러 대비 위안 환율은 지난 8월 초 2008년 5월 이후 처음으로 7위안을 넘어섰다. 미국은 곧바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그후에도 중국인민은행(PBOC)은 기준환율을 더 높게 고시했고, 9월 들어서도 위안 가치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위안 가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시적으로 위안·달러 환율이 2006년 5월 이후 처음으로 8위안을 넘어설 수도 있다. 우선 미국 경제가 확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는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올해 8월까지 122개월 동안 확장 국면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기순환 역사상 가장 긴 확장 국면이다. 이를 반영해 달러 가치가 오르고, 상대적으로 위안 가치는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를 봐도 위안 가치는 당분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제가 투자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업 부실이 크게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지방정부의 부채나 그림자금융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0.4%로 2015년(2.8%)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3조1192억 달러이지만, 외채가 2조 달러(이중 단기 외채가 1조6000억 달러)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율 조정으로 미중 무력 불균형 해소 전망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달러 약세와 위안 가치 상승으로 미중 간의 무역 불균형이 해소될 확률이 높다. 미국이 무역 적자국이고 중국이 흑자국인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이 상대적으로 소비를 많이 하고 중국은 적게 하는 데 있다. 한 나라의 저축률과 투자율의 차이가 그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율과 유사한데, 2001~2018년 미국의 연평균 국내 저축률이 17.7%로 총투자율(20.9%)보다 3.2%포인트 낮았다.

이와 달리 중국의 경우에는 같은 기간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2.9%포인트 높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불균형이 해소되려면 미국의 소비가 위축되든지 중국이 소비 중심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지난해 미국 명목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8%로 중국(39%)보다 훨씬 높았다. 좀 멀리 내다보면, 미국의 소비 비중은 줄고 중국 가계가 소비를 늘리면서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이 해소되는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우선 미국 가계가 소득에 비해서 부채를 줄여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과거 평균에 비해서는 높다. 2000년 GDP 대비 71%였던 가계부채가 2007년에는 99%까지 올라가면서 2008년 금융위기의 한 원인이 됐다. 그 후 가계의 부채 조정이 이뤄지는 가운데 지난해 말에는 77%로 떨어졌지만, 위기 전 장기 평균(1980~2007년)인 64%보다는 여전히 높다. 저금리와 양적완화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으로 집값과 주식가격에 거품이 발생했는데, 이 거품이 해소되면 미국의 가계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달리 중국 경제는 소비 중심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2009년 세계 경제는 선진국 중심으로 마이너스(-) 0.4% 성장했다. 그러나 그해 중국 경제는 9.2% 성장하면서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제한다’라는 말까지 나오게 했다. 중국 경제가 이처럼 높은 성장을 한 것은 고정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2009년 46%(1990~2008년 평균 39%)로 크게 증가한데 기인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업부채가 GDP의 160%을 넘어설 만큼 기업이 부실해졌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자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이제 투자 대신 소비가 경제 성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중국 가계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3%로 다른 나라(G20 평균 59%)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고,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 1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소비가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환율 조정이 미중 경제나 무역 불균형 해소에 기여할 것이다. 미국 소비가 줄고 중국 소비가 늘기 위해서는 달러에 비해 위안 가치가 상승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도 위안화 가치 상승 유도를 위한 정치적 압박을 더 강화할 것이다. 또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달러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시사하는 것처럼 머지않아 미국 경기가 수축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 인하와 더불어 양적완화를 재개하면서 달러 약세를 유도할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마자 Fed는 한 해 동안 본원통화를 2배나 늘리면서 내수를 부양하고 달러 약세를 통해 수출 증대를 모색했다. 그 뒤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이 뒤따라 돈을 풀면서 환율전쟁이 벌어졌다. 그와 같은 현상이 올 연말 이후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위안 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중국은 장기적으로 위안화 국제화를 포함한 금융강국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위안화 가치의 급락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지난 6월 말 현재 1조1125억 달러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일부를 팔아서라도 어느 정도 환율을 안정시키려는 노력할 것이다. 또 중국 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위안 가치가 올라야 한다. 중국 정부의 거시정책 방향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 원화는 위안화와 연동돼 움직이고 있다. 중국의 환율이 외환시장을 이전보다 더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 2010년 1월에서 2019년 8월까지 통계로 분석해보면 원·달러 환율과 위안·달러 환율의 상관계수가 0.56으로 다른 통화에 비해서 높다. 같은 기간 달러지수(광의통화 기준)와 상관계수는 0.36이었고, 달러·유로 환율과는 마이너스(-) 0.48, 엔·달러 환율과는 0.26이었다.

한국 원화, 중국 위안과 상관관계 높아

이는 한국의 수출 비중과도 연관돼 있어 보인다.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6.8%로 미국 비중(12.0%, 2018년 기준)보다 훨씬 높다. 국제결제은행(BIS)도 한국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을 계산할 때 중국 비중을 33.3%로 다른 나라(미국 14.0%, 유로 12.8%, 일본 10.9%)보다 높게 주고 있다.

이로 미뤄볼 때,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원화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위안·달러 환율이 7.5위안으로 오를 경우 원·달러 환율도 1250원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달러 가치 하락과 위안 가치 상승을 통해 미중 무역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다. 멀리 내다보면 위안과 원화 가치는 달러에 비해 상승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1501호 (20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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