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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 SK이노베이션 소장의 특허 2건 살펴 보니] 접착패드 삽입 방식, 배터리 두께 늘리는 기술 

 

쉐보레·아우디·재규어 탑재 배터리 지목… 영업비밀 소송전에서 특허전쟁으로 번질 조짐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법원에 제출한 특허 침해 소송 소장 / 사진:황건강 기자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촉발된 배터리 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LG전자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에 제소하면서다. 두 회사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9월 3일 미국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면서 두 건의 특허가 침해당했다고 명시했다. 첫 번째 특허는 파우치형 배터리의 두께를 늘리는 내용의 특허(미국 특허번호 10121994)다. 2차전지 셀의 두께 제한을 해소해 고용량 배터리를 만드는 내용이다. 또 밀봉하는 부분을 줄여 동일한 파우치 크기에도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효과를 낸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아우디 e-tron과 재규어 I-PACE에 공급한 배터리가 해당 특허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아우디 e-tron과 재규어 I-PACE는 각각 2019년과 2018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된 모델이다.

두 번째 특허는 2차전지 모듈을 구성하는 단위 전지 셀 사이에 접착패드를 삽입하는 내용의 특허(미국 특허번호 9698398)다. 구체적으로는 2차전지 모듈의 각 단위 전지 셀 간의 밀착성을 높여, 이들 간의 전기적 스파크나 단락(쇼트) 등의 문제를 방지한다. 또 외부 공기 유입을 방지해 배터리 폭발의 위험을 줄인다. 이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지목된 LG화학의 배터리는 쉐보레 볼트EV용으로 공급한 ‘비스타 2 셀 모듈’이다. 여기서는 LG전자가 셀 모듈 판매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LG화학과 함께 소송 대상에 추가됐다. 쉐보레 볼트EV는 올해 7월까지 미국 시장에서만 9266대가 팔리며 전체 전기차 가운데 3위를 차지한 차량이다. 2018년에는 미국 시장에서 1만8019대 팔리며 4위에 올랐다.

SK이노베이션의 두 건의 특허와 관련해 관련 업계에서는 예상이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형 배터리가 주력인 삼성SDI나 중국 CATL과 달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용 배터리는 모두 파우치형이기 때문에 관련 특허일 것으로 짐작하고 있었다. LG화학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어떤 특허 침해를 지적했는지 전달받은 게 없어 두 건의 특허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쉐보레 볼트 EV에 채용된 비스타2셀모듈 / 사진:황건강 기자
특허 업계에서는 LG화학 역시 또 다른 특허 침해 소송을 준비해 상호 합의하는 식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이 특허 침해 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발표한 후 LG화학에서는 특허 침해 행위에 대해서도 대응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LG화학 관계자는 “그동안 영업비밀 침해 소송 제기 외 특허 침해와 관련한 법적 조치는 자제해왔다”며 “본질에서 벗어난 특허 침해 제소와 같은 행위가 이어질 경우 자사 특허 침해 행위에 대해서도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LG화학이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반격에 나선다면 국내 전기차 배터리를 대표하는 두 기업의 분쟁은 특허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법원에서의 특허 소송은 두 회사 모두에게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큰 장기전이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 역시 이번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LG화학이 4월 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LG화학의 공세에 그동안 수세적으로 대응했던 SK이노베이션이 상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칼을 뽑았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따라서 LG화학이 이번 특허 침해 소송에 어떤 맞대응 카드를 내놓을지가 배터리 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일단 추석 연휴 직후 두 회사 CEO가 만날 예정이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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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호 (20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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