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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조국펀드’ 수사 쟁점은] ‘익성·신성·조국 친인척’ 세 축으로 얽혀 

 

조범동이 정경심에게 빌린 자금 실체 파악 중요… 와이파이·2차전지 사업에 조국의 개입 의혹도 밝혀야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의 가족과 친족이 투자한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PE)’와 사모펀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사모펀드 설립과 운영에 의혹이 커지고 있다. 코링크 PE의 자금 흐름과 투자 사례를 종합하면 이 사모펀드는 주요 투자자의 투자금은 최소화하면서 정부 주도 사업의 수혜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공모펀드에 비해 투자 대상이 폭넓은 사모펀드 특성상 투자 절차만 놓고 보면 위법사항이 발생할 여지는 크지 않다. 다만 투자·운용의 주체가 펀드에 투자한 공직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코링크 PE를 둘러싼 쟁점을 정리했다.

투자·운용에 개입했느냐 아니냐


코링크 PE는 2016년 2월 15일 설립된 사모펀드 운용사(GP)다. 설립신고서에 따르면 방음제 제조사이자 현대차 납품 업체인 익성이 설립의 주축이다. 익성은 초기 자본금의 80% 이상을 댔다. 실질적인 운영자는 조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로 알려져 있다. 코링크 PE의 자본금은 설립 당시 1억원이었다. 이어 같은해 3월 8일 주주 배정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2억5000만원으로 늘렸다. 2017년 3월 9일 진행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서는 조 장관의 처남인 정모씨가 보통주 250주(지분율 약 1%)를 매입했다. 정씨는 유상증자 당시 1주당 200만원을 냈다. 설립 발기인을 모집할 때와 첫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투자자들은 1주당 1만원을 냈던 것에 비해 200배로 비싼 수준이다. 설립 시점과 1년 후 지분 취득에 적용되는 주당 가격이 다른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다만 1년 만에 200배의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경우는 일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정씨는 유상증자 전 자본금 총액의 두 배 수준의 자금을 투자하면서 지분 1%만 받아갔다. 대신 투자금의 10% 수준의 자문료를 지급하기로 하는 이면계약이 있었다. 정씨는 매월 833만원, 연간 1억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때문에 정씨의 투자금 5억원뿐만 아니라 5억원가량을 더 투자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조범동씨는 투자 목적으로 정경심 동양대 교수로부터 5억원을 빌렸는데, 이 자금을 포함해 자문료를 계산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정 교수가 자금을 대여해 준 것이 아니라 우회적으로 종잣돈을 대고 차명으로 투자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일단 조씨 측은 금전 대여 과정에서 차용증과 이자 지급이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금전 대여라고 해명하고 있다. 실제로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오르면서 제출한 공직자재산 공개 내역에 따르면 당시 정 교수 명의로 ‘사인(私人)간 채권’ 8억원이 포함돼 있다.

차명 투자가 아니더라도 정 교수가 조씨 측의 펀드 운용에 영향을 미쳤다면 위법 소지가 있다. 정 교수는 코링크 PE가 운용한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의 주요 투자자 중 하나다. 따라서 정 교수가 직접 펀드 운용을 지시했다면 펀드 운용과 투자를 분리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 정 교수가 공직자인 남편 조 장관과 투자 정보를 공유하고 코링크 PE 투자 결정에 개입했다면 문제가 커진다. 공직자윤리법에서는 공직자의 주식백지신탁 거부 관련 규정을 명시하고 있으며 위반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익성·신성석유 얼마나 개입했나


코링크 PE의 투자 과정 전반을 살펴보면 조국 장관의 개입 여부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정상적으로 보기 어려운 모습이 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통상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거나,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한 후 기업을 개선해 가치를 올리고 매각해 수익을 낸다. 이와 달리 코링크 PE는 주요 출자자와 관계가 있는 회사에 투자하거나 우회상장을 노린 투자 등 출자자들과 직접 이해관계를 가진 투자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투자한 금액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다시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모습도 나타난다. 코링크 PE는 펀드 4개를 설립했다. 가장 먼저 2016년 4월 29일 ‘레드코어밸류업 1호’의 등록신고를 마쳤고, 2016년 7월 29일에는 ‘블루코어밸류업1호’를 등록했다. 2017년 8월 9일에는 ‘그린코어밸류업1호’, 두 달 후인 10월 10일에는 ‘한국배터리원천기술코어밸류업1호’를 등록했다. 이 가운데 레드코어밸류업1호의 주요 출자자는 익성, 블루코어밸류업1호펀드의 주요 출자자는 조 장관의 친인척, 한국배터리원천기술코어밸류업1호 펀드의 주요 출자자는 신성석유와 우국환 신성석유 대표다.

가장 먼저 설립된 레드코어밸류업1호는 코링크 PE의 설립부터 자금을 댄 익성에 투자해 3대 주주에 오른다. 익성은 코링크 PE에 자금을 대고, 코링크 PE는 레드코어밸류업1호 펀드를 통해 익성에 돈을 돌려준 셈이다. 레드코어밸류업1호 펀드는 코스닥 상장사 포스링크를 인수하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익성의 우회상장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계획은 실패했고, 2017년 설립한 한국배터리원천기술코어밸류업1호에서 투자한 WFM으로 우회상장의 지렛대를 바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로 설립한 블루코어밸류업1호는 조 장관의 친인척들이 투자 약정을 맺은 펀드다. 설립 당시 출자 약정액은 100억1100만원 규모다. 조 장관의 친인척들은 이 가운데 74억5500만원의 투자를 약정했다. 코링크 PE 측은 이 가운데 실제 투자자 모집에 성공한 자금은 20억원가량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는 조 장관의 부인인 정 교수와 두 자녀, 손아래 처남과 그의 두 아들 등 총 6명이며 13억8000만원가량을 투자했다. 코링크 PE는 여기에 10억원을 보태 가로등점멸기 생산 업체 웰스씨앤티에 23억8500만원을 투자했다. 이 투자 역시 일부 자금이 음성적인 방식으로 다시 코링크 PE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최태식 웰스씨앤티 대표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대포통장을 코링크PE에 제공했고, 투자금 대부분이 코링크 PE로 송금되거나 수표로 인출하는 방식으로 회수됐다”고 진술했다. 투자회사가 별다른 대가나 근거 없이 투자금을 인출해 갔다면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코링크 PE가 빼낸 자금의 향방 역시 관건이다. 최 대표가 공개한 조씨와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자금 가운데 7억3000만원가량은 명동 사채시장에서 현금화됐다. 이 자금은 레드코어밸류업1호 펀드가 그랬던 것처럼 다시 투자자에게 돌아갔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에서는 관련 내용을 조사 중이다. 웰스씨앤티에 투자된 나머지 자금 가운데 13억원가량은 익성의 자회사인 2차전지 음극재 개발 업체 IFM에 투자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링크 PE가 마지막으로 설립한 펀드 ‘한국배터리원천기술코어밸류업1호’도 앞서 설립된 펀드와 비슷한 자금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펀드는 코링크 PE와 관련한 또 다른 축인 신성석유와 우국환 신성석유 대표와 연결돼 있는데, 여기서도 투자자가 투자금을 다시 회수해가는 자금 흐름이 나타난다. 당시 WFM의 대표였던 우 대표는 2017년 10월 코링크 PE에 WFM을 90억원에 매각하고 매각 대금 중 80억원을 한국배터리원천기술코어밸류업1호 펀드에 투자한다. 자금의 이동이 없는 무자본 거래다. 매각 과정에서는 허위 공시를 통한 주가 부양을 시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WFM은 코스닥 상장사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회사다. 2006년 설립된 이후 교육사업을 진행했으나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2019년 6월 말까지 누적된 결손금은 358억원으로 자본금의 80%가량이 잠식됐다. 코링크 PE에서는 WFM과 익성 및 자회사를 묶는 방식으로 우회상장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링크 PE와 주요 펀드의 실제 투자에서는 정부 주도 사업 참여 혜택과 관련한 의혹이 나오고 있다. 여기서는 조 장관의 부인을 비롯한 친인척이 주요 출자자인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가 관전 포인트다. 블루코어밸류업1호는 가로등 점멸기 제조 업체 웰스씨앤티를 인수했다. 웰스씨앤티는 서울시 공공와이파이사업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함께 컨소시엄을 이뤘던 피앤피플러스는 코링크 PE의 투자자인 익성이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그런데 이 컨소시엄은 와이파이 사업과 관련한 면허가 없었다. 선정 당시 서울시 의회에서는 면허조차 갖고 있지 않은 업체를 선정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업 관련 면허도 없는 회사가 우섭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더구나 해당 컨소시엄은 결국 면허를 취득하지 못했고 선정 취소 통보를 받았다. 이 때문에 선정 과정에 조 장관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위법행위가 있었는지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사업 추진 단계에서 간접적으로 조 장관의 영향력을 이용하려 했던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태식 웰스씨앤티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서울시 지하철 와이파이 사업과 관련해 여러 투자자에게 ‘조국 민정수석 돈이 들어 온다’고 하고 사업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코링크 PE가 진행한 투자 가운데 2차전지 사업 관련 투자도 조 장관의 개입 여부에 따라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 웰스씨앤티에서는 익성의 자회사 IFM에 투자했는데 여기서는 사전 정보 공유 의혹을 받고 있다. 흡음재 제조사인 익성은 2017년 6월 갑자기 2차전지 음극재 개발 업체 IFM을 설립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배터리 육성정책이 발표되기 한달 전이다. 조 장관이 투자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면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국 민정수석 돈이 들어 온다’며 투자금 유치

2차전지 사업에는 한국배터리원천기술코어밸류업1호가 인수한 WFM도 연결되면서 익성과 신성, 조국 장관의 친인척 등 코링크 PE의 주요 투자자가 모두 관련돼 있다. 교육사업을 진행하던 WFM은 최대 주주가 바뀐 후 기존 사업과는 관련이 적은 2차전지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고, IFM은 WFM과 구매 계약을 했다. 다만 IFM과 WFM은 실제 연구개발 능력이 없는 업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핵심 기술이 없는 두 회사가 2차전지 소재 개발을 추진하기에는 자본금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조 장관의 영향력에 기대 사업을 추진했을 것이란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조 장관의 개입 여부는 검찰 조사에서 밝힐 대목이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02호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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