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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인하 그 후] 한국은 한번 더 내릴 여력 생겨 

 

미 연준은 올해 마지막 가능성... 파월 의장은 “마이너스 금리 없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9월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장에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연준은 전날부터 이틀간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통화정책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기존 2.00~2.2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 7월 말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약 두 달 만에 다시 인하 카드를 꺼낸 것이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가계 지출이 강한 속도로 증가했지만, 기업 투자와 수출이 약화했다”면서 지난 12개월간 전반적인 인플레이션과 음식·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도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전망에서는 7명이 인상 점쳐


연준은 경기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여지는 열어뒀지만 명확한 신호는 발신하지 않았다. 특히 FOMC에서 의견차가 컸다. 투표권을 가진 10명의 FOMC 위원 가운데 7명은 0.25%포인트 인하에 찬성했지만 3명은 반대했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는 지난 7월 FOMC와 마찬가지로 금리 동결을 주장하며 인하에 반대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0.5%포인트의 인하를 주장했다. 제롬 파월 의장 취임 이후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만장일치가 깨진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CNBC 방송은 지난 2014년 12월 이후 가장 많은 반대자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CNBC는 “연준 위원들 간 의견이 갈린 가운데 추가 금리 인하 여부에 대한 암시를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위원들은 올해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를 지난 6월 2.4%에서 1.9%로 내려 잡았다. 연준이 이날 기준금리를 1.75~2.00%로 인하한 만큼 올해 추가 인하 여지가 거의 없다는 의미다. 내년 기준금리 전망치도 1.9%로 내다봤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모아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에서 올해 금리 전망과 관련, 투표권이 없는 위원들을 포함해 총 17명의 위원 가운데 5명은 현 수준에서의 금리 동결을, 7명은 한 차례 인하를, 5명은 한 차례 인상을 전망했다. 내년 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2명은 동결을, 8명은 한 차례 인하를, 6명은 한 차례 인상을, 1명은 두 차례 인상을 점쳤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험에 맞서 보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지난 7월 금리 인하와 마찬가지로 ‘보험성 인하’임을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다만 “만약 경제가 하강하면, 더욱더 폭넓은 연속적인 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이라면서도 “그것(경기 하강)은 우리가 보고 있다거나 예상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우리가 마이너스(negative) 금리를 사용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경기 하강 국면이 현실화하더라도 일각에서 거론하는 ‘마이너스 금리’는 어려울 것이라고 일축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금융위기 당시에도 마이너스 금리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제로 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요구한 바 있다.

연준은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0.00~0.25%로 인하하면서 사실상 ‘제로 금리’로 떨어뜨렸다. 그 후 2015년 12월, 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린 것을 시작으로 긴축기조로 돌아서 2016년 1차례, 2017년 3차례, 지난해에는 4차례 등 총 9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후 지난 7월 말, 10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내렸다. FOMC 위원들은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기존 2.1%에서 2.2%로 올려잡았다. 2020년에는 기존대로 2.0%를 유지했고, 2021년에는 기존 1.8%에서 1.9%로 상향 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해 “또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이날 연준의 0.25%포인트 인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트윗에 “제롬 파월과 연준은 또다시 실패했다”면서 “배짱도 없고, 감각도 없고, 비전도 없다. 끔찍한 소통자”라고 썼다.

미국이 다시 금리를 내리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대내적으로 경기 둔화와 저물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하가 한은의 정책 여력을 넓혀줬다는 점에서 10~11월 중에 한은이 금리를 1차례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0.50∼0.75%에서 0.25∼0.50%로 좁혀진 만큼 한은이 금리 인하 결정을 할 수 있는 정책여력이 그만큼 더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연준의 결정이 ‘기조적 인하’가 아닌 ‘보험성 인하’라는 점이 재확인된 만큼 후속 인하에는 신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날 새벽 연준의 결정에 대해 “시장에서 충분히 예상했던 바에 부합한다”며 “통화정책 운영에서 연준에 대한 고려는 이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준의 이번 인하는 다른 나라 입장에서 보면 (통화정책의) 부담을 더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금통위, 10·11월 두 차례 남아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점도표상 올해와 내년 각각 7명과 8명의 위원이 추가로 1차례 인하가 적절하다고 판단한 점을 보면 올해 중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10월 금통위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대내 경기 여건만으로도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명분이 충분하다”면서도 “기준 금리가 과거 저점인 연 1.25%에 도달한 이후 추가 금리 인하를 놓고는 한은이 연준의 인하 속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지난 7월 18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인하했다. 8월 30일 회의에선 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은 10월 16일과 11월 29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두고 있다. 11월 회의 땐 내년 경제전망을 함께 발표한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02호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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