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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는 택시 탄력요금제 논란] ‘타다’ 이어 ‘라이언택시’ 등장에 다시 술렁 

 

강제 배차와 탄력요금제 호응 얻어… 일반 택시에는 도입 이르다는 지적도

▎공유차 서비스 ‘타다’가 자리를 잡으면서 국내 택시산업 지형도도 바뀌고 있다.
국내 택시산업에서 탄력요금제 도입 여부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말 나온 공유차 서비스 ‘타다’가 탄력요금제를 앞세워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도 탄력요금제를 적용한 대형 택시 서비스 ‘라이언택시’(가칭)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으로 유명한 인기 캐릭터(라이언)를 차량 외관 디자인에 쓸 계획이다. 카카오 측은 이미 ‘카카오 T’ 등의 서비스로 모빌리티 사업에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택시 업계에 파급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수도권 소재 법인택시 약 100개사와 과금 정책을 조율하는 등 라이언택시 도입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800대 규모로 10월 출시가 유력하다. 10인승 이상 대형 승합차인 현대자동차 ‘스타렉스’ 등으로 서울과 경기,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운행할 예정이다. 라이언 캐릭터 사용에 대한 내부 협의까지 마친 다음 해당 내용에 대한 확정 시안을 서울시에 제출하기로 했다. 앞서 카카오 측은 9월 11일 국내 최대 택시가맹사업자인 타고솔루션즈의 지분 인수를 마쳐 사업 기반을 다졌다.


타고솔루션즈는 50여 법인택시 회사가 모여 만든 사업자로, 4500여 대의 법인택시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 T 플랫폼으로 승차 거부가 없는 가맹 택시 서비스 ‘웨이고 블루’를 선보여 반년 간 운영하기도 했다. 카카오 측은 기존 택시 업계와의 동반성장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시장에서 연착륙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라이언택시 드라이버는 법인택시 소속으로 월급 260만원(세전)을 받는다. 소비자 입장에선 기존 개인·법인택시에 더해 선택지가 느는 셈이다.

타고솔루션즈 지분 100% 인수 마무리


▎10월 출시 예정인 ‘라이언택시’는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 캐릭터로 외관을 꾸민다. 사진은 라이언 캐릭터 인형. / 사진:카카오프렌즈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개인·법인택시는 약 25만대다. 새로운 서비스 경쟁이 치열한 서울에 약 7만대가 있다. 그간 소비자 사이에선 일부 택시의 특정 시간대 승차 거부와 운전사의 불친절 등에 불만이 많았다. 서울시에서 2015~2017년 사이 택시의 승차 거부로 접수된 민원만 2만2009건에 이르렀다.

이런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택시의 대항마로 떠오른 서비스가 타다였다. 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 쏘카가 자회사 VCNC를 통해 선보인 타다는 렌터카 형태의 11인승 대형 승합차를 자체 수급한 드라이버가 운행하며 대개 5명(유아 포함 7명)이 탈 수 있다. 특히 ▶승객의 목적지를 미리 알려주지 않는 강제 배차 시스템 ▶이동 수요에 따라 요금을 달리 매기는 탄력요금제로 기존 택시와 차별화했다. 승객이 별로 없는 시간대엔 상대적으로 낮은 요금에, 승객이 몰리는 시간대엔 좀 더 비싼 요금을 받고 있다. 출시 반년 만인 지난 5월 회원 수 50만 명, 운행 차량 1000대를 돌파할 만큼 성장했다. 8월엔 회원 수가 100만 명으로 늘었고, 서비스 호출 수는 출시 직후보다 1600% 증가했다. 이용자 재탑승률도 89%로 호응을 얻고 있다.

라이언택시도 타다의 성공 방정식인 강제 배차 시스템과 탄력요금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산업 지형도 급변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택시 업계 안팎에서 강제 배차는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탄력요금제 도입을 서둘러 경쟁력을 키울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택시노조는 지난해 3월 카카오 T의 유료화에 반대하는 성명서에서 “기업 판단만으로 요금을 차등화하기보다는 택시의 공공재 역할을 고려해 충분한 공론화와 법령 개정, 제도 정비를 거쳐 탄력요금제 도입이 합법적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택시노조는 수요가 몰리는 심야시간대에 할증률을 높여, 지금껏 승차 거부가 많았던 심야시간 단거리 운행을 유도하는 취지의 탄력요금제 도입을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정부도 지난 7월 운송제도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택시 탄력요금제 허용 의지를 내비쳤다.

대부분의 교통 선진국에서도 택시 탄력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일반 택시에 탄력요금제를 도입할 경우 소비자에게도 득이 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선진국에서는 노상 택시와 예약제로 운행되는 고급 택시로 (택시) 시장이 철저히 이원화된 반면, 한국은 택시가 대중교통 수단으로서 갖는 지위가 확고해 사실상 거의 다 노상 택시”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선진국 택시의 수송 분담률은 전체 교통수단의 약 2~3%인 반면 한국은 평균 7%, 주요 도시를 제외하면 15%나 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선 탄력요금제의 최대 명분인 ‘서비스 차별화’는 어렵고 자칫 요금 인상의 빌미만 되기 쉽다는 분석이다. 강 박사는 “돈을 더 내도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받겠다는 게 탄력요금제의 취지인데, 국내 실정상 택시 잡기 힘든 시간대에 요금만 더 내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택시산업 전반의 획기적 규제 완화나 공유차 파격 도입으로 시민들의 택시 선택권이 선진국 수준으로 보장돼야 일반 택시에 탄력요금제가 도입돼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승차 거부도 결국 택시 업계의 고질적인 사납금 관행에서 비롯된 만큼, 탄력요금제 도입을 논하기에 앞서 월급제를 비롯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택시 잡기 힘든 시간대에 요금 인상만 부르는 꼴”


유정훈 아주대 교수도 8월에 대한교통학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우버처럼 기존 택시와 완전히 다른 차량 기반 이동 서비스의 국내 도입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해답을 정부가 내놓을 때”라고 강조했다. 라이언택시는 택시 업계와의 동반성장을 모색한 플랫폼 택시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우버가 정부의 규제와 택시 업계 반발로 해외와 같은 형태로 국내에 들어오지 못한 상황에서 기존에 제한적으로 도입된 차량 호출 서비스가 추가로 도입된 수준에 불과하다는 한계도 있다. 한편 택시 업계는 탄력요금제 도입 외에 연내 5000대 규모의 플랫폼 택시 3~4개를 출범시켜 타다와 경쟁에 나서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1502호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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